노년의 삶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노년의 삶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07.22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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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당신은 갈수록 수명은 늘어나고 정년과 일자리는 줄어드는 현실에 대해 한번 쯤 생각해 보았을까.

남의 일이거나 먼 훗날의 일이므로 그때가 되면 어떤 방법이 생기겠지 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여기다면 큰 오산이다.

현재 가진 부동산이나 현금 보유가 적어도 수 십 억대라도 이를 기다리고 있는 자식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거나 예상치 못한 병마를 만난다면 이 또한 있으나마나한 것이 될 수도 있다.

필자가 실제 인터뷰했거나 취재 대상이었던 수많은 사람 중에는 소위 잘나갔던 인사들이 개털이 되거나 병든 육신에 자존심이 상해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두드러진 것은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등 목에 힘주던 한량들인데 한때 행사장에서 마이크 잡고 온갖 미사여구를 남발하며 박수소리에 익숙해진 사람일수록 현실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인 차이가 큰 것이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노년의 시간들이 점차 위기와 재앙수준의 환경으로 치닫고 있는 게 문제다. 통상 공무원의 정년 나이는 60세다.

오는 2022년부터 65세로 늘이는 방법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고 하지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교사는 2년이 더 길어 다행이라지만 이미 명퇴 신청을 한 교사들이 줄을 잇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인다.

공무원부터 시작해 공기업, 민간기업으로 이어지겠지만 적어도 초고령화된 사회에 일손이 부족해서라도 어차피 누군가는 고용해야하는 당연한 결과 앞에 어떤 기업이 디지털화 되어가는 작업환경에 노인을 우대할까.

당연히 노인 일자리라 해봐야 공원에 꽃 심고 잔디 손질하거나 학교 앞 아이들 등·하교 길에 조끼입고 깃발이나 흔드는 게 고작일 것이다.

그나마 하루 1000원에서 3000원 정도 수입의 파지 줍는 어르신보다는 다행이지만 일부 연금 타는 공무원에 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미 적자로 돌아선 공무원연금은 부담률인상과 지급률 하락의 현상은 먼 훗날의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라 현실이다.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살아있어도 행복하지 않는 날들이 예상되는 유병장수는 무병단수보다 못하다.

현재 대한민국의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가운데 1위이고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평균 72세까지 일을 해야 하지만 노인이라고 해서 방값을 안 내는 것도 아니고 먹거리를 무상으로 주지도 않는다. 어쩌다 사랑의 밥차가 있기는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에 길게 줄서던 밥 차는 종적을 감추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는 281만 명이 넘는데 이는 전체 65세 이상의 3분의 1이 넘는 수치고 지난해 말 60세 이상 임금 노동자의 약 71%는 비정규직으로 대다수가 저임금·임시직에 몰려 있다.

넘치는 노년실업자들은 취업이 될 경우 짹소리 못하고 을의 입장이 된다. 밀려나면 일한 곳도 없을뿐더러 갑질을 당하더라도 참는 것이 생존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부터 3년간 60세 이상 산재신청 건수는 매년 증가했고 이마저 많이 축소된 통계라는 게 현실이다. 이제 2026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밑에서 받쳐줄 아이들은 급격히 줄어들고 거리에는 노인들만 휘젓고 다니는 진풍경이 우리나라 미래의 자화상이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일상생활의 유통과정만 보더라도 구멍가게에서 문화연쇄점으로 가다가 슈퍼마켓이 등장한 이래 10년도 지나지 않아 대형마트들이 장악했다.

쇼핑습관이 되버릴 즈음 홈쇼핑은 물론 해외직구가 안방까지 점령했다. 동네 돈이 특정 기업으로 갔다가 이제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물론 제조나 홍보의 차원도 구매패턴을 따라가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무한 경쟁의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 만든 돈에 인간이 휘둘리며 살 듯 스스로 만든 문명의 발달과 편익추구가 종래에는 자멸을 길을 만드는 것이다.

문제 제기에 대한 대안이라면 인간이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과정에 소비패턴이 장악하지 못하는 부분, 즉 장인정신이 필요한 고난이도의 기술이나 지식보다는 지혜가 필요한 부분을 활성화 시키는 것, 그러한 분야에 정부가 관심을 갖고 투자한다면 경륜과 연륜이 풍부한 경력단절 노년층의 미래를 밝게 하는 것이다.

허구한 날 실현가능성도 없는 일자리 창출과 저출산 극복에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실효성도 없는 형식적 일자리를 만들어 어르신들을 농락할 게 아니라 퇴직 후에도 얼마든지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노년층들이 자긍심과 새로운 삶의 열정과 의욕을 가질 수 있는 길일 것이다.

경비원이나 파지 줍는 일이 노년층의 민생고에 대한 여지여서는 안 된다. 한국에 대형마트가 상륙하기 전 재래시장은 상권침해라며 아우성만 치던 시절이 있었다.

재래시장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징과 고객들의 구매심리를 충족시켜줄 소재를 마련했더라며 지금처럼 동네 돈이 해외직구로 빠져나가는 일을 대폭 줄어들었을 것이다.

따라서 퇴직이후 적어도 2~30년은 살아서 버틸텐데 한때 화려했던 경험들을 되살리는 현실적인 대안마련이 시급한 것이지 공공근로라는 명분의 비효율적인 일자리 창출은 한낱 쑈에 불과한 것이다.

노인을 애물단지가 아닌 보물단지로 만드는 것, 정부가 할 일이다. 남의 일이 아니라 현재의 대한민국을 성장시킨 경제의 허리, 베이비부머 시대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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