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과 룰이 깨지는 문화 예술의 변화
틀과 룰이 깨지는 문화 예술의 변화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07.2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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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코로나19로 인한 많은 변화 중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많지만 그 중 하나가 문화다.

노래방에서 마음껏 소리 지르며 스트레스를 풀던 분위기가 이제는 어색해졌고 야외무대나 실내 무대든 군중들의 환호성은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이전과 같은 흥분의 도가니를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출연자의 인지도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한번 식어버린 흥이 다시 살아나려면 몇 배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일명 자영업자들이나 어렵다는 걸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분야는 그나마 동정이라도 받겠지만 시도때도 없이 집합금지 명령에 숨죽여야 하는 유흥업이나 노래방 또는 유사한 예술문화까지 도매급으로 넘어가고 있다.

사람이 죽네 사네 하는 판에 무슨 흥이 나겠느냐와 사치나 향락의 분야 정도로 선입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상을 보자면 노래하고 춤추고 예술에 미친 사람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를 보면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중요함이 있다.

필자가 평소 알고 지내던 경기도 안산의 연예 예술인협회 안 모 회장과의 대화에서 느낀 점은 지역의 무명가수나 연극인, 합주단, 합창단 등 관련 분야에 종사하거나 삶의 가치로 여기던 사람들의 설자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물론 예산 삭감은 기본이요 연습을 하고 싶어도 장소도 없고 의욕마저 상실한 채 살아도 사는 게 아니라는 전언이다.

또 다른 사단법인 예술단체의 관계자 말을 빌리자면 가요계의 틀과 룰이 깨졌다는 것이다. 적게는 수년부터 수 십 년까지 정상에 오르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가수들의 틀이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 등 종편 채널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에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인기를 모으겠지만 하루아침에 달라진 대중가요의 문화는 유튜브와 안방극장을 장악한 채 특별한 조명을 받으며 급성장하고 있다.

그나마 유명세를 쌓아왔던 가수들마저 점차 개런티도 낮춰야하고 무명가수들은 아예 명함도 못 내미는 게 현실이다.

대중가요의 가치나 오랜 시간 공감대를 쌓아온 과거는 과거에 불과했고 누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느냐에 따라 냉정한 평가가 죽이고 살리는 것이다. 적어도 수 십 만 명에 이르는 무명가수들의 미래는 알아주지도 않을뿐더러 대안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없다.

지금도 행정기관이 헛기침만 해도 짹소리 못하며 문을 닫아야 하는 풍류분야의 종사자들, 평소 합창단의 일원으로서 공연하는 것이 그 어떤 행복보다 중요하다던 주변인의 이야기는 단순히 먹고사는 것 그 이상의 공허함으로 남았다고 한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참으로 심각한 현실일수도 있겠지만 모두가 힘들고 아프니 아프단 말조차 못한다.

정부는 표가 될 만한 분야나 생색을 낼만한 소재만 찾을 게 아니라 참된 애민정신으로 현실적인 정책을 입안하여 모두가 같이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막상 남의 일이 되고 보면 차별을 두게 되는게 사람의 마음이다.

필자가 지난 5월부터 노크해온 발코니콘서트는 유럽에서도 관심을 모았고 현실적으로 삭막한 분위기에 적절한 음악회였다.

경기도 의왕에서 인기를 끌자 전역으로 홍보중인데 해당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을 만나보면 한숨소리가 절로난다. 어렵게 음악공부해서 좋은 음대 졸업하고 고가의 악기에 합주하는 보람과 나름 어느 정도 수입도 보장되었던 과거를 회상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현실은 당장 임대료와 식료품 구입을 고민해야 할만큼 사태는 심각했다. 누군들 상상이나 했으랴, 나름 음악세계의 정상급이 이정도일진대 대중가요의 무명가수나 유흥업소의 종사원, 관련된 많은 사람들의 고통은 수면위에 오르지도 못한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 아니며 이들이 내는 세금은 돈이 아닐까.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그늘진 분야의 인내가 한계에 오고 있다. 이들이야 말로 소외계층이 되고 말았다. 어쩌면 향후에도 복구되지 못할 암담함에 하나 둘씩 북채와 마이크를 놓고 있다.

소리도 질러야 녹슬지 않는다. 어떤 분야도 중요하겠지만 틀과 룰이 깨지고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자만 존재한다면 농사의 기반이 무너질 때 복구하기 어려운 것처럼 문화예술이 원상복구는 불가능해 질수도 있다.

표가 안 되고 생색도 못내는 분야겠지만 필자라도 이런 소릴 안 해 주면 누가 알아줄까싶어 항변을 대신한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는 게 아니라 흥이 나야 하고 어울리며 사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봉사자임을 알아줘야 한다.

인기 있는 가수 한사람이 정치인 백 명보다 더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고 코미디언 한사람이 침울한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한다.

정부는 모두 살펴야하는 배려가 절실함을 공감해야한다.

마스크 절반을 턱에 걸치고 언론플레이로 자신을 돋보이게 할 게 아니라 정신 똑바로 차리고 국민들의 흥이 멈추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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