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명절 심상치 않은 조짐
올해 추석 명절 심상치 않은 조짐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08.0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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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여느 때나 마찬가지겠지만 여름이면 장마가 당연히 있었고 불경기에 어렵다는 말은 늘 말하고 듣는 현실이었다.

요란 떠는 신문·방송의 보도만 보자면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 때문에 모든 농작물이 건질게 없는 상태라지만 비가 그치고 나서 한 달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농·축·수산물 시장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침소봉대, 연일 뉴스거리로 물난리를 보도하는 것이 어제 오늘일이던가.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단순한 불경기가 아니라 역대 최악의 상황에 대한 절규가 코로나19라는 질병의 천둥소리에 묻혀버리고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벼랑 끝으로 몰리다보니 개인의 징징거림을 들어줄 대상은 없는 실정이다.

‘너만 아프냐 나도 아프다’는 형국이다. 350여명의 직원들이 제때 꼬박꼬박 급여와 상여금 챙겨가며 해마다 책정되는 년 간 4,000억원의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맞히는 날보다 먼 바다 파고나 온도 등 어설픈 수치로 예보를 이어가는 기상청에 국민들의 인내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계속되는 장마철 폭우는 굳이 예보가 없어도 다 짐작한다. 물폭탄 맞은 다음에 떠는 요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쨌거나 전국적으로 홍수피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질병과 자연재해가 함께 백성들을 힘들게 하지만 자신의 탓으로 함께 고뇌하며 수랏상을 되 물렸던 조선시대의 선왕들은 그나마 덕정이라도 베풀었다.

걸핏하면 노란 잠바에 마스크 턱에 받치고 식상한 경보단계 격상을 발령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악재로 힘든 백성들 앞에 보란 듯이 소리치며 국회를 들었다 놨다하는 모양새를 보면 과거 난국에 동인·서인 패를 갈라 싸우던 때와 뭐가 다를까.

하기야 매월 날짜도 어기지 않고 제때 월급 받는 공직자들이 당장에 허덕이는 민초들의 애로를 어찌 이해할 것인가. 먹고 살만한 자가 기획한 정책이 배고픈 자들의 상황을 알 턱이 없다.

필자가 몇일 전 강원도 태백의 해바라기 축제장과 바다 풍경이 탁 트인 시흥시 오이도 관광특구를 다녀보면서 그 넓고 공기 좋은 곳을 다니는 사람들이 한결 같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정작 밀폐된 식당이나 좁은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놓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이런 코미디가 얼마 가지 않아 옛 얘기가 될 것으로 미뤄 짐작한다.

착용자의 호흡에서 생성되는 균이 계속되는 온기로 마스크에 배양되기 쉽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이해 가는 현상이지만 착한 국민들은 국가 방침을 잘 따라준다. 마치 떠들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는 식이다.

공공기관과 고속도로 휴게소는 물론 웬만한 다중이용시설에는 차단용 플라스틱이 가려져 있고 마스크 공급자부터 이 같은 재질의 관계자들은 막대한 수입을 챙겼겠지만 보다 실효성 있는 방역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쯤하고 올 추석에 대한 걱정이 예사롭지 않다.

계속되는 장마와 농산물의 작황을 보면 평년과 비교조차 하기 어렵다. 과거 같으면 가뭄에 역병이 돌아 피폐함이 극에 달할 때 나름 개혁이랍시고 부동산 시장을 건드려 집값까지 난리 부르스를 춘다.

일부 상승효과를 얻는 층도 있겠지만 전세 대란의 풍선효과는 월세시장까지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면서 언론의 북소리에 그 어떤 정책도 다 잘한 것으로 묘사된다.

지금의 야당이 여당이었던 시절 국민들이 밀어줄 때 등 따시고 배불렀을 시절 조금만 잘했더라도 지금처럼 여당의 독주를 구경만하는 신세는 면했을 것이다.

아직도 자당의 과거를 반성할 줄 모르고 위원장자리 통째로 내주고서도 현 위치에 대한 상황판단을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당 또한 잘해서 지지받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최선책이 아니라 차선책으로 선택되었음을 자각한다면 기회가 주어질 때 겸허히 신중을 기함으로써 국민들의 신뢰를 탄탄하게 다질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어려운 살림에 가뜩이나 농·축·수산물 가격이 뛰는 현실이 올 추석 명절의 진풍경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조상들의 차례 상 조차 빈약할 수밖에 없는 작금의 실태를 감안하여 없이 살아도 서로 위할 수 있는 사회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복지사각지대에서 고독사와 의지할 곳 없는 청소년들의 일탈을 사전에 막고 나라의 장래를 진정으로 염려하는 나라님들의 고육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표만 된다면 원칙과 앞뒤 안 가리고 단체들에게 온갖 사회단체 보조금을 남발하면 정권을 유지하려는 사심은 점차 제살 뜯어먹기의 악순환이다.

한국만큼 단체가 많고 영향력을 갖추게 되는 국가가 또 있을까. 그러는 동안 나름 정직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백성들과 양심을 지키며 본분을 지키는 사람들이 줄서기에서 새치기 당하는 것이다. 집집마다 승용차 소유하고 스마트폰 들고 다닌다고 살만한 세상은 아니다.

재난기금이 바닥나고 공권력이 치적을 세우는 도구가 되는 날, 다수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어 표만 얻을 수 있다면 소수의 피해쯤은 무시해도 되는 날, 멀쩡한 놈이라도 개 패듯 패서 득표의 박수만 받을 수 있다면 패도되는 세상은 말세다.

휘어청 달 밝은 추석날 밤, 고운 한복입고 송편 빚어 나눌 수는 없더라도…….

홀로남아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않고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서는 의지를 달님에게 빌 수 있는 날이 되길 바란다. 아침이 오지 않길 바라며 잠든 날, 죽을 만큼 힘든 날,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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