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시계도 하루 두 번은 맞는다
멈춘 시계도 하루 두 번은 맞는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08.18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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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김균식 회장
▲경인매일 김균식 회장

건전지가 없어 멈춘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정확히 맞는다. 하지만 늦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시계바늘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더 맞을 수도 덜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인데 흔히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보면 객관식의 정답이 헷갈릴 경우 한 가지 숫자만 써도 25%의 승산이 있다는 것과 같다.

우리는 살아가는 과정에서 이러저러한 예측을 하게 된다. 올 가을에는 작황이 어떨 것이라든가 퇴직 후의 삶이 어떨 것이라든지 아니면 건강상태를 통해 향후 어떤 대안을 세워야 할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를 점쳐보는 예상을 하지만 사실 정확하다기 보다는 어느 정도만 맞아도 이럴 줄 알았다거나 알았지만 어쩔 수 없이 닥치는 대로 살았다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짐작이나 미래에 대한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생길 것이라는 예언이나 찍어 내듯이 말하는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점쟁이 또는 타로, 무당, 예언가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려진다.

실제 로또는 814만 5,060분의 1이라는 천문학적 당첨 확률을 갖고 있지만 기다렸다는 듯 토요일 오후 7시부터 판매점 앞마다 길게 줄을 서는 장사진이다.

이쯤하고 최근 기상청의 오보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대신한다. 물론 오보를 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물 폭탄이라던 폭우는 멀쩡한 날씨로 인해 말 폭탄이 되고 일부 지역에 약간의 소나기가 온다고 예보하면 시간당 수십mm의 폭우가 내려 대책 없는 피해를 입고 만다.

그래도 오보에 대한 사과나 해명은 갑자기 고기압 전선이 어쩌고 하며 현실적으로 이해가지 않는 변명만 늘어놓는다. 아니며 말고 식이다. 이미 지나간 날씨를 굳이 따지고 드는 사람이나 단체는 없기 때문이다.

어쩌다 국회청문회에서 오보에 대한 질문을 던지거나 년 간 4000억 원의 기상청 예산이 어쩌고 하면 상여금 잔치를 벌였냐고 항의한 것이 전부다.

만약 민간기업이 유료회원을 상대로 지금처럼 날씨예보를 했다면 본청 393명, 소속기관 890명, 한시직 8명에 육박하는 직원들과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을 때 과연 살아남았을까.

물론 세계 각국에 기상관련 기관들도 크게 다를 바 없겠지만 적어도 국토의 면적이나 년 간 예상되는 북서풍, 태평양의 기류 등을 감안할 때 같은 자연재해가 반복되는 것을 무슨 대단한 발견이나 한 것처럼 속보, 특보 등 뉴스의 자막을 살벌한 문체로 보도되는 것인지 쉽게 납득가지 않는 형국이다.

죄 없는 방송국의 기상캐스터만 뻥을 치는 역할을 맡게 되었고 예보만 믿고 일을 추진했던 순진한 국민들은 늘 그랬듯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닌 현실을 넘어가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내일 날씨는 0~500mm가 내리겠다는 비아냥 답 글까지 달릴까. 실제 국민들에게 먼 바다 파고가 몇m이며 온도가 몇 도라는 통계는 피부에 와 닿지도 아닐뿐더러 24절기에 맞춘 노인들의 입담에 신뢰가 더 가는 것이다.

자연적 현상만 보더라도 비행기 운무에 대한 현상이나 제비가 낮게 날거나 곤충들이 유난을 떨면 곧 우천의 예고라고 보는 것이 비과학적이지만 당첨 확률이 높은 것이다. 시계바늘 마냥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하루 두 번은 정확히 맞는다.

기상예보는 단순히 우산 장수나 아이스크림 장수에게만 국한되는 정보가 아니다. 농사일을 하는 농부의 논물조절이나 출근길 우산을 준비하는 정도의 대비책이 아니다.

참으로 많은 분야의 종사자나 사업자들이 첨단 과학 장비로 예보하는 것이기에 믿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기에 오보는 치명적인 것이며 이에 대한 공감대를 구하기 위한 정확한 해명이나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대안 제시가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의도한바 아니며 타국에서 그랬다고 우리도 당연한 것은 더더욱 아니어야 한다.

현재의 예산과 인원을 줄이거나 보다 정확한 예보를 위해 현실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기상청 중심의 입장에서 반발하거나 국민들이 알아듣지도 못할 전문용어 써가며 변명할 일이 아니다. 언제까지 당연한 일처럼 속아주는 바보들의 행진이 이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이것도 공무원이라고 9급 공채시험 응시율을 보면 수 십대 일의 경쟁이 벌어진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이번 장마 기간만 보더라도 기상청이 아니라 ‘구라 청’ 또는 ‘오보 청’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차라리 아무 예보도 말라는 항의도 잇따랐다. 엄청난 폭우가 온다고 예보 했다면 재산상 피해는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사망·실종 42명이란 인명피해가 났을까.

죽는 줄 알면서도 가만있을 바보가 어디 있으며 그걸 방치할 정부가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죄송하다거나 미안하다거나 잘해보겠다거나 한 마디 말이라도 했던가.

최근 발생한 태풍 ‘장미’는 미국과 일본에서 발생하기 전부터 예보했지만 한국은 자국의 태풍에 대해 발생 2시간이나 지난다음 예보했다.

기상청은 열대저압부 중심의 풍속이 시속 50㎞를 넘어야 예보하는 기준에 못 미쳤다고 해명했지만 일본기상청은 태풍 발생 하루 전부터 열대저압부가 발생했다며 경로 예보를 시작했고 미국은 한국의 영남 지역에 상륙한다는 것까지 상세한 전망을 예보했다.

오죽하면 국민들이 노르웨이 기상청을 검색순위에 올렸으며 차라리 시계바늘이 되라고 일침을 가했을까.

고의가 아니라면 대안을 내놔야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줄이든가 접어야 한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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