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 언행의 자제를…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 언행의 자제를…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08.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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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코로나19’라는 단어만 들어도 질색이 되는 현실이 꿈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질병보다 더 지독한 경제적 피폐함과 자연재해로 인한 수재민들의 이중고가 타는 듯한 폭염에 숨 막힘을 더한다.

부동산정책으로 인해 한 푼이라도 세금을 더 내게 된 임대사업자들은 그깟 재난지원금 받을 때 알아봤어야 한다는 등 생색은 정책입안자들이 내고 부족한 세수는 정책을 빙자한 거둬들이기 아니냐는 비난이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가정마다 100만원씩이면 허기를 면하던 시기가 지나고 이제 몇 배를 나눠줘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게 됐다. 숨 막힘은 참다가도 한계점이 다가오면 1초가 10초 이상으로 불안하고 두렵게 느껴지는 공포로 다가온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참겠지만 종점으로 갈수록 이성보다 본능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옛 말에 ‘사흘 굶어 담 넘지 않을 자 없다’하지 않았던가.

의도적인 금식이나 단식은 몰라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허기가 극도에 달하면 이성이 흐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며 그 초기 증상이 주변에 대한 배려의 망설임과 민심의 삭막함이다. 평소 같았으면 그러려니 하던 것도 주눅이 들고 의기소침해 지면서 우울증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최근 등교 중단으로 인한 학생들의 심리적 공허함의 이면에는 오프라인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캠퍼스나 운동장, 그리고 동아리나 대면교육의 부재로 인한 현실적인 후유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학생들은 졸지에 메인그라운드를 상실하면서 어디서부터 어째야 할지 아무 대책이 안 서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전체적인 재앙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겠지만 보이지 않는 분야에서 많은 피해자들이 양상 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의 칼럼이 십 수 년째 구전으로 전해지면서 각자의 처한 상황을 알려달라는 주문도 수시로 들어온다. 특히 수재민으로 삶의 터전마저 잃어버린 지인의 소식은 참으로 뭐라 표현해야할지 대략 난감이다.

무너진 담장, 흙탕물이 빠져나간 안방과 거실은 군인들이나 자원봉사자들조차 찾지 않는 오지란다. 기대도 안 했지만 혼자서 복구하기에는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하소연이다.

발목이 없는 사람을 보기 전에는 신발이 없다는 투정을 멈추지 않았다. 비교하기에 따라서 현재의 어려움이 나름 견디는데 위안이 될지 모르지만 평소 활용도가 낮은 가전제품과 생필품을 간단히 챙겨 위로를 해줬다.

수해 복구비용 같은 건 기대조차 안 한다는 지인은 올 겨울이 걱정이다. 결론적으로 백성의 어려움은 헤아릴 뿐이지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평소 잘 지내던 친구가 전화를 안 받는다.

내가 어려울 때 안 받으면 외면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넉넉할 때 안 받으면 많이 바쁜가보다 싶은 게 사람이 마음이다. 내가 평화로운 때 상대방의 농담은 유머겠지만 내가 괴로울 때 한마디 농담은 비수와 같다.

요즘처럼 힘들 때 안 어려운 사람이 어디 있을까. 물론 역행으로 대박 나는 부류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말과 행동을 조심하여 혹여 내 마음 같지 않은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 실수는 주의해야 할 것이다.

경제가 어렵고 질병이 확산된다 해도 살 사람은 다 산다. 그래서 나온 말이 산 사람 입에 거미줄 치겠는가라는 말이 있다.

진짜 우정과 의리와 사랑은 어려울 때 알아본다 했다. 먹고살만할 때 미뤄놨던 친구나 친척이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까지 안부전화라도 해보고 간단한 음식이라도 나눠 먹어보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난리 친다고 달라질건 없다. 먹고살기 어려울수록 민심은 각박해진다. 흔히 쓰는 용어 중 악순환이라는 말과 도미노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어려운 현실에 닥치면 평소 같을 때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도 멍하니 놓치는 경우가 있다.

10만원을 막지 못해 천만 원짜리 물건을 팔아야 하는 악순환, 망해버린 식당집기가 헐값에 내놔도 그나마 살 사람이 없는 현실, 혹자는 이런 이야기를 해온다. 아무거나 하지, 아무거나? 없다. 남성의 경우 공사장에 나가 막노동이라도 하고 안 되면 택시라도 한다고 한다. 그 분야가 얼마나 치열하고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는 줄도 모른다.

여성들의 경우 나이가 젊으면 주유소나 편의점 알바나 하고 나이가 좀 있으면 식당일이라도 해야지 라며 3D 직종에 대한 진입을 아무거나 라고 표현한다. 아무데 나는 아무나 들어설 수 없는 공간이 됐다.

외국인근로자들의 인건비 덤핑으로 일자리는 찾기 어렵고 심지어 노래방 도우미마저 러시아나 우즈베키스탄 등 3국의 무차별 진입으로 한국 여성은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제는 공감대를 형성하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해결책이 있을까. 있지만 이래저래 눈치 보며 줄자로 막대자로 재보는 정책입안자들이 현실에 맞는 법을 개정하여 자국민의 생계수단을 마련하고 쓸데없는 예산 줄여서 먹고사는데 집중한다면 서로 물고 뜯는 아귀다툼만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더 가면 올 겨울은 최악의 도미노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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