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까지 가보자 어떤 식이든 끝은 있겠지
갈 데까지 가보자 어떤 식이든 끝은 있겠지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09.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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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최근 정부의 보건정책과 의사협회의 대립이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 형국이다.

각자의 입장도 나름 일리가 있겠지만 명분과 실리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지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 최종 피해자는 국민만 봉이 되는 것이다.

어디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뿐일까. 농민들이 농사를 안 짓고 어부들이 물고기를 안 잡고 축산 농가들이 가축을 키우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큰 재앙이 따를 것이다.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는 작고 미세한 분야까지 수면 위만 모양새가 다를 뿐이지 곰곰이 짚어보면 모두가 연결된 거미줄과 같다. 국민들이야 죽든살든 갈 데까지 가보자. 과거 식민지시대도 겪었고 동족간의 전쟁도 겪은 민족이 이 정도를 못 견딜까.

하지만 하필이면 지금처럼 위중할 때 인원충족의 당위성을 내세우며 정책을 추진해야 했는지 그렇다고 아픈 환자 팽개치고 파업이나 대항이라는 카드를 쓸 수밖에 없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진료 거부 의사들을 향해 더 이상 양보는 없다는 의지를 밝히며 즉각 복귀를 촉구했고 지도자의 명을 받들어 보건복지부는 국가시험을 몇일 연기할 뿐 수험생이 거부하더라도 시험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대통령은 의사들이 왜 난리를 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 번째로 생각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멋진 표현을 인용했다.

특히 코로나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이라는 국민건강을 담보로 업무개시명령 불응자에 대한 적극적 법적조치를 어필했다. 국민건강이라는 전제는 누구도 부인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으므로 이점에 들이대는 자체가 국민들의 반감을 살 수 밖에 없다. 구체적이고 더 깊이 의견을 내세워봐야 먹히지 않는다는 말이다.

의사들 입장에서는 밀리면 끝장이라는 표현까지 여론에 등장하면서 마치 명분없는 대립양상으로 비춰지지만 과연 그럴까. 소위 전문직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훗날 어떤 평가를 받을지 알면서도 밥그릇 싸움에 환자들을 팽개칠까.

하지만 어쩌랴 정부방침은 구구절절 알려지지만 의사협회의 입장이나 관련 분야의 미래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묘사가 적은 편이다.

의대 교수들까지도 합세한 이번 전쟁은 의과대학 시험 응시자 8172명 중 2839명가 응시 취소를 신청하면서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공의를 대표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무기한 파업을 계속하고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들도 본과 4학년을 제외한 전국 의대생 1만5천542명 중 91%인 1만4천90명이 집단 휴학에 나서는 등 이제 사태는 누가 죽나 보자는 형국이다.

스승인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진도 정책 강행 중단을 요구하면서 의대생들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교수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방침과 의협단체의 입장에 대한 해석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를 있는 그대로 알려야하는 언론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할 것이다.

최종 판단이야 국민의 몫이겠지만 일단 칼자루를 잡은 관계기관의 대응을 보면 국민건강의 위기보다 정책적 판단이 우선이란 것은 분명하다. 이럴 때 일수록 가짜뉴스의 무책임한 보도는 더욱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대체 주권자에 대한 의식은 하는 것인지 난국에 위기감은 날이 갈수록 그 위세가 더해지니 치료를 받지 못해 운명을 달리한 환자 입장에서는 난데없는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허준 선생이 작금의 현실을 보면 뭐라 평가할까.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댓글도 문제다.

특정 소재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어야 당연함에도 한 번씩 댓글 부대의 동원이 눈에 띄게 도배질 하면서 마치 전체의 여론인 마냥 진짜와 가짜를 뒤섞어 사방이 암흑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구분조차 어렵다.

고의는 아니지만 거짓말을 하고도 무감각한 부서중 하나가 기상청이다. 년 간 4천억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쓰면서 천문에 대해 안쓰러울 만큼 못 맞춘다.

그렇게 오보를 내고도 창피하거나 미안한줄 모르고 사과나 적절한 해명조차 안하는 배짱도 갖추다 보니 진실과 거짓의 구분이 어려운 것은 그 누구도 책임질 사람이 없는 것이다.

어느 집단이나 꼭 얌체같이 난리 통에도 잇속을 챙기는 부류의 인간들이 있다. 등 따숩고 배부른 자들이 만든 정책이 당장 굶주린 민초들의 상황을 어찌 이해할까.

가령 문화예술인들은 공연을 못해 악기를 버리고 삽과 곡괭이를 들 때 관련부서의 공무원들은 일거리도 없을진대 초과근무수당까지 야금야금 챙겨먹는가 하면 다들 죽겠다고 아우성일 때 한몫 챙기는 추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충분히 먹고 살만한 업자들도 이리저리 정부방침의 수당을 챙기고 급한 불 끄라고 정책자금 차용해 주면 저리로 이자율 갈아타는데 써먹는 머리를 굴린다. 건국 이래 동족상잔을 제외하고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

도미노란 하나가 쓰러지면 연줄로 넘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의사협회와 정부의 대립은 관련분야인 약국, 의료기기, 제약회사 등 동반붕괴로 이어지고 종래에 환자대비 진료 공급의 부족은 국민들의 반발로 이어진다.

최종 누구로부터 시작된 파란인지 깨닫게 된다면 그땐 어쩔 것인가.

어떤 식이든 끝은 나겠지만 때를 못 맞춘 이번 사태에 대해 훗날 역사에 뭐라고 기록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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