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의 기자수첩]의료진 향하던 감사 기억해야
[윤성민의 기자수첩]의료진 향하던 감사 기억해야
  • 윤성민 기자 yyssm@naver.com
  • 승인 2020.09.01 22:31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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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기자
윤성민기자

(경인매일=윤성민기자)#덕분에챌린지가 들불처럼 일어나던 시기가 있었다.

최일선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들의 헌신과 노고를 기리고 독려하기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시행한 챌린지였다.

9월의 첫째 날, 지금까지 #덕분에챌린지에 참여한 국민은 5만명을 헤아린다. 수 겹의 방호복을 입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피땀흘려 일하는 그들의 노고를 우리는 알았고, 묵묵히 일하는 그들의 헌신을 이해했다. 물 한 잔 마실 새 없이 의료현장으로 달려가는 그들의 희생에 감사했으며, 한 숨 돌리고자 내린 마스크를 틈타 코로나에 감염된 의료진의 모습에 마음아파했다.

그러나 한 순간 의사들은 적폐가 되고 말았다.

복지부에서 내건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파업에 나서면서부터다.

전쟁에 비견되는 의료 현장의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사들에게 이같은 소식은 청천벽력에 다름아니었다. 지역 간 의사 수의 불균형과 특수분야 의사 수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한다며 내건 이 같은 정책에 의사들은 망연자실했으며 "결국 이 정책의 피해는 국민들과 환자들이 보게 될 것"이라 주장했다.

결국 거리에 나선 젊은 의사들의 공백은 교수들의 몫이 되었다. 갑작스레 과중한 업무를 떠맡았음에도 교수들과 의협은 "파국적 고집을 꺾지 않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흥정거리로 삼고 있는 것은 바로 정부"라 진단하고 "한 명의 의사회원이나 의대생이 피해를 입는다면 이번 4대악 의료정책 저지투쟁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며 "모든 실정법상 책임을 지겠다"고 밝히며 전공의들의 파업을 독려하기까지 했다.

전공의들의 파업에 희생되고 있는 것은 비단 교수들만이 아니었다. 

의료 최일선에 서 있는 간호사들 또한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대한간호사협회는 '의료인의 윤리적 책임을 저버리는 진료거부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에서 "의사들이 떠난 진료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 악화와 업무 부담 가중"이라며 "위계와 권력적 업무관계 아래 놓인 간호사들은 일부 불법적 진료 업무까지 떠맡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10년차 간호사는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이번 전공의 총파업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그들이 그간 떠받치고 있던 어마어마한 업무량을 대신해줄 대체인력을 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하루이들이야 그동안 해왔던 대로 어떻게든 굴러갈 지 모르나 계속 새로운 환자가 오고, 환자들의 상태가 변하고, 백업해주던 각 진료과 교수님들이 소진되면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하며 "심하면 사망자까지 나올지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전공의들의 파업은 교수와 간호사를 위시한 의료인에서, 환자로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그리고 전공의들을 다시 진료현장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선택권은 오직 정부에게 있다.

공공의대의 신설과 의대정원 확대는 당장 눈앞에 놓인 달콤한 꿀과 같다. 당장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평균보다 낮기에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의대 정원을 확대하자는 주장은 의료진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주장이다.

OECD 보건의료 인력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 당 2.4명으로, OECD평균인 3.5명보다 낮은 수치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2년 연속 OECD회원국 중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지적지 않았다.

통계청은 장기인구추계에서 우리나라 인구 감소가 시작되는 시기를 2032년에서 2029년으로 앞당겼다. 인구가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한국은 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함은 물론, OECD회원국 평균인 1.63명에 비해 초라한 수치를 보이고 있었다.

합산출산율이 현상을 유지한다면 인구 감소 추세는 가팔라진다. 이러한 상황속, 현재 의사 수 증가율은 3.1%나 된다. 이는 OECD평균 증가율인 0.5%에 비해 6배나 높은 수치다.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의대증원과 의사정원 확대는 의료시장의 과잉을 낳는다. 현재의 추세로 의사가 증가한다면, 2028년이면 이미 OECD국가의 평균 수치를 넘어섬은 물론 2040년에는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가 4명까지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단순 통계에 기대 다른 통계를 보지 않고 단순히 의사 수만을 늘려 코로나 의료공백을 해소한다는 정부의 이같은 정책은 결국 근시안적 미봉책이다.

이처럼 단순히 머릿수를 늘리는 정책은 큰 부작용을 가져온다. 이는 간호사가 증명하고 있다. 복지부의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평균 간호사 수 증가율은 5.8%로 OECD평균보다 1.2% 높고, 인구 10만명당 간호대학 졸업자 수 역시 OECD 평균 35.7명을 웃도는 43.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간호사의 공급 과잉은 결국 간호사들에 대한 근무환경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현장에 투입된 간호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간호수가의 현실화이지, 간호사 증원이 아니다. 

의사의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풀어가야 한다. 코로나-19라는 범국가적 질병을 무기로 들고, 환자와 국민을 방패삼아 의사들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 

무턱대고 확대한 의대 정원은 필연적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불러일으킨다. 이 피해는 국민과 의료진의 몫이다.

전공의를 현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이는 정부의 몫이다. 의료진을 향하던 감사함을 기억해야 한다.

한 발씩 물러서고 국민을 기억 할 때다. 정부와 전공의간 기싸움은 환자를 병상에 두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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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야2 2020-10-08 11:45:46
아니 그럼, 수술실 CCTV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사들이 말하는 "의료진에 대한 인권침해다, 손이 떨려 수술할 때 실수한다. 의사가 사고를 피하려 어려운 수술은 안 할 것이다" 이런 이유가 중요합니까? 아니면 목숨을 의사에게 맡긴 환자들의 생명권이 더 중요합니까?

무슨 소리야 2020-10-08 11:22:20
수도권에는 의사가 많다. 그러나 지방에는 의사가 정말 턱없이 부족하다. 지방의 사정을 제대로 알아보고 썼는지. 그럼 환자 목숨을 담보로 파업한 의사들의 행위는 정당하다는 이야기인가?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할 방법은 많다. 근데, 그렇게 배웠다고 하는 의사가 생각해낸 방법이 겨우 '환자 버리기'인가?
의사가 아픈 사람을 돌봐주는 것도 맞지만, 의사는 아픈 사람들 덕분에 먹고 사는 거다.
오히려 고작 의학 지식이 더 많다는 이유로 국민들이 '선생님, 선생님'하며 불러주는 것에 의사는 감사함을 기억해야 한다.

솔이 2020-09-23 10:09:49
읽어보니 의료진을 향해 감사해야함을 알겠네요

나그네 2020-09-01 23:05:57
논설 요지가 잘 정리되어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을하늘 2020-09-09 16:26:14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