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탁수하부정 인사가 만사, 어용공채와 들러리의 비애
상탁수하부정 인사가 만사, 어용공채와 들러리의 비애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09.0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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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어용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검색해 보면 임금이 기용해서 쓴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현재는 정부나 그밖의 권력기관의 요구에 영합하여 그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것을 경멸하여 일컬을 때 쓰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1970년대 유신 이후부터 학생 운동권에서 널리 쓰기 시작하였으며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해야할 노조가 사측 편을 들며 왜곡된 활동을 벌이면 어용노조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처럼 어용이란 단어가 표현되기 이전부터 잘못된 기용은 조선시대나 근대화는 물론 2020년인 지금도 여전히 이어져온 폐단으로서 우리 민족의 치명적인 암적 존재로 남아있다.

그 이유와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 그리고 어떤 폐단이 있으며 대안이 있는지 대놓고 말해본다.

당초 태조 이성계가 창업한 조선왕조는 몇몇 무장을 제외하고는 선비가 조선 창업을 주도했고 조선 패망에도 직접 관여했다. 조선의 군주는 성리학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자신을 통제하고 백성을 교화하는 한편 국정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큰 덕목이었다.

조선의 선비 역시 임금을 보필하고 국가와 백성을 평안하게 하는 성리학적 이상국가 건설을 추구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선비는 권력에 대한 탐욕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권력 투쟁을 일삼고 권력을 휘두른 사례가 빈번했다.

이때부터 경기, 충청, 전라도를 중심으로 뭉쳐진 기호학파와 지금의 경상도를 중심으로 한 영남학파로 구분되어 이른바 양대 산맥이 형성됐다.

지금의 여당·야당도 그 근본적인 축을 뒤집어 보면 같은 맥락이다.

갈라진 붕당정치가 동서로 나뉘었고 왕이 기거하는 궁궐을 중심으로 동쪽에 사는 동인이 영남학파, 서쪽에 사는 서인으로 구분된 기호학파로 명칭이 변경된 것이다. 이후 동인, 서인, 남인, 북인, 노론, 소론, 대북, 소북 등 붕당정치의 폐해로 백성들만 피폐함이 커졌다.

일당독재 정치세력을 견제하고 균형적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양당체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민주국가에서는 보편적인 정치형태였다. 하지만 상대파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갖기 위한 싸움으로 전락하면서 각종 폐해가 발생했고 지금의 여의도 국회에서 들리는 고성소리의 원천인 것이다.

국론이 분열되고 나라의 이익보다는 자신이 속한 당의 이익을 쫓게 되면서 자신의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상대파와 다른 사람을 음해하는 등 폐단이 이어졌지만 달리 방도가 없는 게 현실이다.

국회에서 예산따오기 전쟁이 벌어지는 것도 다 이러한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뿐인가 권력유지를 위해 상대당의 세력을 제거해야 했고 대놓고 날려버리는 숙청이란 과정도 뒤따랐다.

치열한 공방전에서 적잖은 인재들이 망나니의 시퍼런 칼날에 운명을 맞이했으며 잘하면 귀향이라는 점잖은 단어로 죽는 날까지 버려지기도 했다. 흥선대원군 이하응과 며느리 민자영의 대립도 얼마나 많은 인재들을 살육했던가.

작금에 와서는 전직 대통령들을 감옥에 보내고 자결하게 만드는가 하면 두루미 엮듯 둘 다 묶어 지금도 영어의 몸이 되어있으니 권력이 바뀌면 현직 대통령 또한 어떤 올가미를 쓸지 두고 볼 일이다. 특히 언론은 물론 한 우물에 머리 처박고 같이 물먹던 자들이 오야붕의 몰락에 외면하는 일은 더욱 어처구니없다.

손바닥 지문이 닳도록 아부하다가 마치 생면부지의 사람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 무슨 일이세요 하는 겪이다. 이때 생긴 폐단이 인재기용이다.

내 패거리면 자질이나 능력을 떠나 개나 소나 요직에 앉혀 호위병으로 포진시켰고 정권이 바뀌면 잡은 자들 또한 같은 짓거리를 재현했으니 정작 해당 분야의 전문가나 우수한 인재들은 한직이나 실직상태에서 혀만 차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영조와 정조는 양당 정치의 폐단을 해결하기 위해 탕평책으로 인재를 고르게 등용했다.

그러나 이 또한 잠시 뿐, 다시 권력은 특정인에게 집중되면서 점차 조선은 몰락의 길로 접어드는데 이때부터 시작된 인재 기용의 폐단은 망국의 지름길임을 선대로부터 증명되었음에도 대한민국의 암적 요소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던가. 상탁수하부정이라 했다. 중앙정부의 윗물이 탁하니 지방자치단체가 뭘 보고 배우며 잘해도 따를까 말까인데 최근 정부의 인사기용을 보면 과거 야당이 집권했을 때와 다를 바 없는 실정이다.

굳이 선거에 낙선한 자들이 공기업 대표로 줄줄이 입성하는 것을 나열할 필요도 없이 중앙정부가 이러니 지방에서도 별 깜도 안 되는 자들이 간부직에 앉아 밥만 축내고 있는 것이다. 가관인 것은 그것도 권력이라고 갑질은 물론 관급 납품업자나 이권에 개입하여 소중한 혈세의 낭비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가장 가증스러운 것은 대 놓고 낙하산이면 그나마 낫지만 공개채용이라는 형식을 빌려 부족한 인물을 적합한 인물로 둔갑시켜 채용하는 행태다.

이미 내정된 인물을 채용하기 위해 나름 능력 있는 자들이 응시했다가 들러리만 서는 경우인데 이러한 사례가 어디 한둘인가. 누가 노력해서 실력을 쌓겠으며 누가 꿈과 희망을 갖겠는가. 허탈감과 배신감은 물론 국가에 대한 신뢰감 추락에 가짜가 진짜로 대우받는 비현실적인 미래가 우려된다.

대안이 있을까. 이미 선대에서 탕평책이라는 정책을 펼쳤으며 지연·혈연·학연 중심의 비효율적인 채용을 배제하고 공개채용의 투명성을 확보하여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청문토록하면 되는 것이다. 몰랐다면 해야 할 것이고 알고도 안 했다면 진짜 쓰레기 집단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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