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만 알고 뜻을 모르면 소리만 나는 것
글자만 알고 뜻을 모르면 소리만 나는 것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09.0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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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요즘 화제는 코로나19로 시작해 홍수·태풍 등 자연재해로 끝이 난다. 정작 중요한 뉴스가 없을까. 다양한 분야에서 셀 수도 없이 많고 모두가 공감해야할 이슈들이 태산처럼 쌓여있다.

그러나 수면위로 질병과 태풍과 여의도 정가가 어쩌고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이 저쩌고 하며 모든 주제가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지만 수 십 개의 중앙방송이나 언론들이 생산하는 뉴스의 탑 뉴스나 1면은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각기 다른 매체가 각자의 입장에서 보는 시간이 다르고 취재방향도 다를진데 표현이 주제는 비슷하니 나름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지금은 영어의 몸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행사에 나서거나 중요한 국책사업을 발표하면 침을 튀기며 최고의 지도자라고 홍보하던 기록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막상 파면당해 구금되자 당시의 기록들은 검증하지 않고 위로부터 전달받은 보도자료를 앵무새처럼 받아쓴 결과라는 게 입증된 셈이다. 그게 아니라면 취재를 잘못했다는 걸로 둘 중 하나다.

뿐일까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당시 4대강 사업 홍보에 열을 올리며 치산치수면 성군이라며 대통령의 찬양에 목소리를 높이던 인물들이 쥐죽은 듯 조용하다.

물론 공사과정에 이래저래 득을 본 사람들이라도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주장해야 하는데 권력 앞에 소신은 싹도 안 보인다.

세조가 수양대군시절 사육신을 해치울 때 때린 세조보다 말리는 한명회가 더 문제였다. 권력을 잡으려는 욕심에 부채질하며 기회를 틈타 언제든 갈아탈 수 있는 약삭빠른 존재들, 지금도 도처에 널려 때만 되면 슬그머니 허물벗기를 하는 존재들이 잘사니 어이가 없다고나 할까.

그리고 정권이 바뀌어도 국민들로 하여금 판단의 오류를 범한 흔적에 대한 일말의 양심적 가책이나 법적 책임감은 전무한 게 현실이며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방의 언론인으로서 거대한 대세에 역류한들 무슨 의미이며 성과가 있을까마는 적어도 오늘은 이것이 진실이고 내일은 저것이 필요하다는 말 정도는 하고 살아야 훗날 후손들이 옳고 그르다를 판단할 것 아닐까.

그러한 이유로 기록은 남기는 일에 대한 사명감이 20년이란 시간을 보냈고 수 천건의 칼럼과 한국소식을 7년간이나 매일 아침 미국사회의 교민들에게 방송했던 흔적을 남겼다. 자찬이 될까 조심스럽지만 오늘은 말과 글과 혼에 정성을 다하다 보면 삶의 가치가 넌지시 보인다는 말을 남긴다.

사람과 동물의 차이 중 가장 큰 것은 불과 글과 말이다. 세 가지를 다루면서 만물의 영장으로 승격했고 지구가 내 것 인냥 마음껏 누리며 산다. 9월 8일 오늘은 문맹퇴치를 위해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에서 제정한 기념일이다.

유네스코는 1946년부터 세계적인 문맹 퇴치 운동을 벌여왔고 1965년 11월 17일 유네스코 선언을 통해 9월 8일을 ‘세계 문해의 날’로 공포하고 1966년부터 매년 9월 8일 기념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교육열의 극치를 달리는 나라다.

그러한 이유로 문맹률이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글에 대한 소중함은 조상대대로부터 출세의 통로이자 인간가치를 높이는 척도로 자리매김해왔다.

다행히 세종의 한글 창제로 문자올림픽에서 해마다 금메달을 차지하는 우리민족은 세계 그 어떤 국가와 비교해도 당당히 견줄 만큼 그 우수성이 입증된 글을 사용하는 나라다.

귀한 글을 국민 현혹하는데 쓸게 아니라 진실을 알리는데 써야하며 깊이 들어가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점들도 눈에 띈다.

해방 당시 문맹률은 75%였고 교육열의 덕분에 99%가 한글을 읽을 수 있는데 한글을 읽는 능력만 가지고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1% 문맹률을 가진 선진국이지만 책 속의 지식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25%에 그친다는 점이다.

소리 나는 대로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뜻을 이해하려면 한문과 영어로 혼용된 전문단어를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의료계에서도 사법부에서도 모든 전문분야에서 한글만으로 정관을 만들고 각종 업무를 한글 그대로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개명을 하려해도 한자를 적는 란이 따로 있고 우리 말 어문정책의 이원화로 인한 혼란은 곳곳에서 야기되고 있다.

특히 듣도보도 못한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한글전용 교육을 받은 국민은 우리만의 정체성까지 흔들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작 중요한 부분은 한자나 영어로 되어 우리말은 주어를 받쳐주는 도우미 정도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컴퓨터 자판에 익숙한 현 세대에게 연필을 주고 글을 쓰라하면 어색해하기 짝이 없다. 책보다는 온라인 서적을 보고 일명 사각귀신을 추종하다보니 멀리 햇살이나 바람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텔레비전, 화투, 전화기 모두 사각으로 되어 한번 빠져들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밤새 놀기도 하고 지루하거나 힘들어하지도 않는다. 관상동맥 협심증을 심장 핏줄 좁아지는 병으로 표현하고 매입자, 매수자, 피고, 원고 등을 산사람, 판사람, 고소한 사람, 고소 받는 사람이라 해야 맞는 것이다. 서로 알아듣는 소리는 아프리카 부족들이나 짐승들도 가능하다.

사람은 글을 쓰고 이해하도록 읽을 줄 알아야 하며 육신을 단련하듯 글과 말도 늘 단련해야 녹슬지 않는다. 잠시 휴대폰을 놓고 책을 보는 시간을 가져봄이 어떨까. 그리고 코로나19야 오든 말든 신경 끄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한글로 손 편지를 써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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