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은 장기 기증의 날이자 귀의 날이다
9월 9일은 장기 기증의 날이자 귀의 날이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09.0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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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장기 밀매를 계획했던 일당이 경찰에 검거된 사건이 있었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나 신용불량자, 가출한 미성년자들의 장기가 중간 브로커에 의해 거래물건으로 매매되면서 일당들의 조직적인 내막까지 밝혀졌다.

신장이나 간을 팔면 최대 2억 원까지 준다는 장기 밀매조직의 제의를 받고 검진을 받으러 온 제공자는 돈과 생명을 바꾼 최악의 거래를 시도한 매도자가 됐고 수술이 끝나면 현금을 바로 준다는 말에 병원에는 장기 기증자라고 속였다.

특히 갈 곳 없는 10대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며 미성년자의 장기까지 팔아넘기려 했고 경찰은 밀매조직 12명을 구속하고 장기를 팔려고 했던 제공자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범죄는 제공자를 찾는 스티커가 지금도 터미널 화장실 등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같은 범죄는 최근까지 근절되지 않고 있고 요즘처럼 코로나19로 당장 먹고 사는 게 막막한 이들에게 최후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지난 5월 경남지방경찰청은 장기거래를 알선한 혐의로 브로커 2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공범을 전국에 지명수배 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국내의 장기이식 희망자를 중국 등 외국의 병원에 소개해 수술을 받게 해 주고 거액의 사례비를 챙기는 등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당국의 조사를 피하기 위해 갈수록 교묘해지는 장기밀매, 남의 일일까. 과연 그럴까. 사람이 급하면 무슨 짓을 못할까 그것이 우려되는 시기다. 적어도 팔고 싶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지만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장기기증의 날은 뇌사 시 심장, 간장, 신장 2개, 폐장 2개, 췌장, 각막 2개 기증으로 9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생명 나눔의 의미를 담아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2008년부터 매년 9월 9일을 ‘장기기증의 날’로 정한 이래 12주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당초 자신의 기증으로 새로운 생명을 살린다는 취지와는 달리 돈으로 거래되는 물건으로 전락한 것이다.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는 게 사람의 삶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할 짓과 해서는 안 될 일이 따로 있는 법, 구하는 사람은 살려고 찾고 팔려는 사람은 돈이 필요한 것이니 어쩌면 서로가 필요에 의해서 거래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그래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이쯤하고 오늘은 ‘귀의 날’이기도 하다. 1962년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귀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귀 질환을 극복하자는 취지와 숫자 9와 귀의 모습이 닮았다고 하여 날짜를 9월 9일로 정했다고 한다.

일단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자. 일본 교토시 히가시야마구에 있는 귀무덤은 조선인들을 죽이고 머리를 가져가자니 너무 무거워 귀나 코를 잘라 소금에 절여 쌓은 량이 조그만 산을 이뤘다는 내용이다. 개 쓰레기 보다 더 잔인하고 쳐 죽일 놈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 백성들을 보는 대로 사살하라는 지시를 했고 그로 인해 왜군들이 모은 귀나 코를 자랑스럽게 갖다 바쳤는데 그 수가 조선인 12만 6000명으로 적시되어 있다.

아무리 전시라 해도 이런 나라가 개다짝 신고 다니는 쪽발이 원숭이새끼들인 것이다. 과거를 잊고 사는 현재의 우리들이야 아사히 맥주에 렉서스 타고 다니며 일제라면 사족을 못 쓰는 망각의 동물이 먼저 간 조상들에게 뭐라 변명할 것인가……. 

열좀 가라앉히고 어느 고명한 스님이 이르기를 귀가 두 개인 것은 한쪽으로 듣고 한쪽으로 흘러 보내라며 들었다고 전하는 것이 얼마나 큰 죄를 짓는 것인지 타이른 바 있다. 들은 그대로를 전해도 문제지만 마치 안 보고도 본 것처럼 더 보태서 전하니 모든 화는 입에서 나와 귀로 전달되는 것이다.

입을 조심하는 것처럼 귀도 조심해서 남의 흉이 들리면 듣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거짓과 유혹의 말이 들리면 그 다음을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사실 귀는 인체의 모든 것이 집약된 부분으로 귀 건강관리만 잘해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일명 이침은 침구치료법으로 프랑스 의사인 Paul Nogier가 개발한 것으로 1956년 국제 침구의학회에 보고하면서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도 귀에 침 치료를 함으로써 전신의 기혈순환을 조절하고 질병을 치료한다는 내용이 기록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침으로 가장 많은 효능을 볼 수 있는 분야는 금연, 금주, 비만과 관련된 혈 자리만 알아도  평소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처럼 장기와 청력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하늘과 땅위에 내가 있어야 우주가 있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실행하는 것이며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고 곱게 늙어 삶의 이정표를 이쁘게 마감하는 재산인 것이다.

우리는 평소 도덕적인 측면에서 듣지 말아야 할 것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휴대폰이나 이어폰 또는 자동차 소음과 온갖 소음에 시달리며 산다. 오죽하면 층간 소음으로 살인까지 발생하며 욕 한마디 들었다고 보복의 칼을 휘두를까. 살다보면 좋은 소리 듣고 살기에도 수명이 짧다.

칭찬을 듣고 싶으면 칭찬을 하고 고운 말 귀한 말만 하고 살아도 바쁜 게 작금의 사회생활이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1시간만 귀를 쉬게 하자. 아니 귀를 닫고 청각장애의 어려움을 공감해 보자.

그러면 청력의 건강함에 대한 소중함과 청각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더해지지 않을까. 동화 속의 이발사가 임금님의 당나귀같이 큰 귀를 보고 말은 해야겠는데 괜히 떠들었다가는 목숨이 위험할 것이고 그래서 커다란 갈대밭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고함질렀던 대목이 떠오른다.

삶이 피폐해지고 벼랑 끝으로 가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 국정의 잘못을 말하지 못하고 갈대밭으로 가는 충신들이 하나 둘 셋 넷 줄을 잇는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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