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목숨보다 귀한 게 또 있을까
사람 목숨보다 귀한 게 또 있을까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09.1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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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다.곰보째보 덜떨어진 사람도 나름 살아보려고 애쓰는데 멀쩡한 정상인이 심적인 갈등을 이기지 못해 귀한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손톱 밑에 가시가 박혀도 아프다고 온갖 엄살을 피우고 인체를 유지하는 206개의 뼈와 어느 한곳만 불편해도 병원을 쫓아가면서 정작 귀한 육신을 포기하는 결정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당초 걸어 다녔던 사람이 차가 없어 불편하고 허기만 면해도 고마워하던 사람이 반찬이 부족하고 외식할 돈이 없어서 괴롭다고 한다.

신경과부터 외과·내과 등 수많은 과목의 진료를 보던 의사들이 한 사람을 살리려 첨단 의료장비로 애를 써도 당사자가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게 사람의 생명이다.

9월 10일 어제는 자살문제 예방과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로서 전 세계에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한 날이다. 남의 일로만 여기며 터부시했던 자살 문제에 대해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고 지역사회의 이해를 증진하며 효과적인 예방 활동을 전개하기를 촉구하기 위하여 제정된 날이다.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00만여 명 이상이 자살로 사망하고 인구 10만 명당 16명으로 매 40초마다 한 명씩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문제는 아직 살날이 구만리 같은 15~44세의 주요 3대 사망 원인 중 하나이며 10~24세의 사망원인 중에서도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살로 사망한 사람들은 대개 20번 이상의 자살 시도를 했던 것을 고려하면 하루 평균 37명이나 자살에 성공하는 한국인의 실질적인 시도자는 700명이 육박할 것으로 계산되며 시도는 하지 않았지만 언제든 계기만 있으면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있는 잠정적 숫자까지 계산할 때 이는 한국사회의 암적 요소로 손꼽히고 있다.

자살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이미 상당 부분 사전 징후가 보이는 일종의 정신적 질환이라 볼 수 있다. 이미 우울증이나 알코올 중독과 같은 정신장애가 자살의 주요 원인이지만 심리적·사회적·생물학적·문화적·환경적 요인들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동하여 발생하며 무엇보다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그 수치가 높고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에 걸려온 전화가 지난 8월말까지 11만 8000건으로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2배 이상 늘었으며 이는 2019년 한 해 동안 걸려온 총 상담건수보다 많았다.

정부는 코로나19가 발생한 3월부터 고 위험시기로 보고 있고 도움을 요청하는 건수보다 응대에 실패한 건수가 2배나 더 많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지난 3월과 5월 조사한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국민 전체의 우울감이 14%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30대 여성의 우울감이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자살은 다양한 징후로 나타난다. 주변이나 제 3자의 입장에서 볼 때 별것 아닌 문제가 당사자에게는 죽을 만큼 힘든 일일 수도 있다.

가령 모 초등학교에서 5학년 재학 중인 학생들이 한 달 간격으로 3명이나 투신자살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 원인을 파악해 본 결과 부모의 지나친 꾸중으로 인한 자존감의 훼손이었다. 얼핏 보면 자녀의 가정교육 차원에서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보겠지만 듣는 학생의 입장에서 어디에도 토로해 볼 수 없는 자신만의 괴로움이자 고통이었다.

자살에 대한 트라우마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유족들에게도 상당한 여파를 끼친다. 가족을 잃은 슬픔이 가져오는 후폭풍 중 평소 느끼지 못했던 빈자리에 대한 공허함, 특히 부부인 경우 그로인해 남은 자의 상처는 당사자만이 고스란히 안고 가야할 숙제인 것이다.

지나치게 과거에 연연하거나 평소보다 말수가 줄어드는 경우, 이별을 의미하는 발언이나 비현실적인 선심을 쓰는 경우도 징후라 볼 수 있다.

사람이 벼랑 끝에 몰리면 하나둘 씩 내려놓는다. 온갖 고민에 아침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잠이 오지 않는 경우, 죽을 것만 같아도 어떤 식으로든 살아지는 게 사람의 삶이며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는 말을 믿어야 한다. 사람은 사는 게 두려워 사회를 만들었고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생명만큼 귀한 게 어디 있을까. 어제는 지난 4월 먼저 떠난 동생의 첫 생일을 맞이하여 강원도 정선의 수목장을 찾았다.

키만큼이나 자란 수풀을 베어내고 평균수명의 절반 밖에 살지 못한 동생의 작은 비석 앞에 여느 유족처럼 약식 추모를 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 인간에게 전하는 의미를 되새겼다. 같은 날 어느 여행 커뮤니티 대표가 시도한 자살이 결국 생의 종지부를 찍었다는 뉴스를 접하며 요즘처럼 살기 어려운 시절, 자칫 의지력의 부족이나 판단오류로 귀한 생명을 포기하는 일이 늘어날까 우려된다.

비록 의사가 되어 환자를 고치진 못하지만 나름 사람을 살리려는 가치 하나로 생명 존중 전문 강사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민간 자격증을 받아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소위 죽지 못해 산다는 독거노인과 경제적 이유로 삶의 피폐함에서 숨 쉴 구멍이 없는 자영업자는 물론 나름 커다란 고민으로 언제 극단적인 투신을 실행할지 모르는 사각지대의 청소년까지 들어주고 격려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돈으로 모든 게 환산되는 현실 속에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그들만의 세계로  진입하여 남은 삶의 가치를 챙겨볼 심산이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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