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 재판 원칙
불구속 재판 원칙
  • 원춘식 편집국장 직대 wcs@
  • 승인 2008.04.2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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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지며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않는다.(헌법 제12조 1항)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본다. (형사소송법 제 275조 2항) 피의자라도 죄가 있는 것으로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되며 따라서 자유로운 상태에서 수사하고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선언한 법조항들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달랐다. 해방 후 지금까지 이 원칙은 뼈대만 남았다. 대부분의 형사 피의자는 구속되기 일쑤였고 구속은 유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를 사실상 처벌하는 장치로 여겨져 온 게 사실이다. 수사기관에 의해 구속된 사람은 14만3666명(이것은 95년 사법연감)이다. 선진국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엄청나게 많은 숫자다. 연간 구속자가 구리(14만 2천명)와 김천시(14만 8천명)등 웬만한 중소도시 인구와 맞먹는다. 우리보다 인구가 많은 일본의 1.8배이고 독일의 4배나 된다. 나라마다 인구가 다르기 때문에 인구 10만 명당 구속자 수를 비교 해봐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구속자 수는 319명이었다. 이렇게 구속된 사람 중, 4명중 1명꼴은 재판에 넘겨지기 전 기소유예 등으로 석방했다. 구속자 14만여 명 가운데 23.8%인 3만여 명이 재판까지 가기 전에 풀려난 것이다. 구속적부심에서도 신청자 중 절반이 풀려났다. 작년 1만633건이 신청돼 49.5%인 5261명에 대해 석방결정이 내려졌다. 보석으로도 2만3958명이 석방됐다. 작년 한해 보석은 4만4307건이 신청돼 55.8%가 허가됐다. 그러나 재판에 회부된 인원 중에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계속 감옥에 있는 사람은 3명중 1명꼴도 안됐다. 95년에는 한 해 동안 구속 상태로 재판에 회부된 사람은 11만365명 이중 50.9%인 5만6134명은 집행유예선고로 풀려났다. 벌금형 받은 사람도 6.6%인 7312명이고 소년 사건에서 가정법원에 송치돼 사회봉사 명령 등을 받은 피고인도 7.2%(7972명)였다. 31.7%인 3만4950명만이 1심에서 징역형(사형 포함)을 선고받은 것이다.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은 이처럼 많은 사람이 풀려날 것이라면 처음부터 구속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이 최근 확정한 형사소송 규칙은 가급적 피의자들이 불구속 수사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 영장 실질심사제다.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판사가 피의자를 직접 심문한 뒤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기준은 혐의가 무거우냐 가벼우냐보다는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느냐 이런 우려가 없다면 굳이 구속수사, 구속재판을 받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이를 위해 법원은 영장심사를 전담할 판사를 둔 것이다. 원칙적으로 법원으로부터 심문한다. 불가피하면 판사가 피의자를 찾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은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거나 자백 또는 벌금형, 집행유예가 예상되는 피의자는 가급적 구속영장 발부를 지양하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사기관이 혐의자를 체포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야 한다. 현행범인 경우는 예외다. 검사는 피의자를 체포하면 48시간 내에 구속영장 청구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보석제도로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에 구속된 피의자는 검찰이 기소하기 전에 보석을 신청할 수 있다. 새로 도입된 제도다. 또 구속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라도 도망이나 증거를 없앨 우려가 없으면 풀어주고 재판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기준아래 실형이 선고된 사안에 대해서도 법원은 보석을 가급적 많이 허가해주어야 한다. 특히 보석에서 보석금이 필수적이어서 돈이 있으면 구속을 피하고 없으면 구속된다는 의식이 뿌리 깊이 박힐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라는 것을 검찰은 명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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