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이 두려운 사람들
추석 명절이 두려운 사람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09.2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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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민족 대 명절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정부가 홍보하는 고향 안 가기 운동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각종 단체는 물론 일부 지자체에서는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히기까지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방역차원이지만 정작 움직이지 말라는 지침은 고향이 아닌 여행으로 번지면서 사실상 근본목적이었던 이동자제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기다리는 부모님이야 당연히 오지 말라지만 못가는 자식의 마음도 같을까. 언제부터 정부가 하란다고 착실하게 말 들었을까. 필자는 개인적 의견을 어필하자면 부모님 인사는 다녀오는 게 맞다고 본다.

괜히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걸로 몰아 갈수도 있겠지만 사실상 마스크 착용하는 것부터 벗는 환경을 보면 훗날 후손들이 배를 잡고 웃을 일도 지천이다. 쾌적하고 광활한 바닷가나 맑은 숲속에서 마스크 쓰고 다니다가 정작 좁은 카페나 식당에서는 죄다 벗고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아이러니를 뭐라고 설명할까.

아크릴 판만 해도 그렇다. 국회의사당만 해도 입법구성원인 국회의원 나리들께서 앉아 계시는 좌석의 앞면에 한결같이 방패 막듯 설치해 놓았지만 방역의 필요성은 마주앉은 상대방과 호흡기나 기타 감염의 여지가 있을 때 설치하는 것이지 앞에 앉은 의원의 등쪽에 무슨 차단의 필요성이 있을까 차라리 옆에 앉은 좌석이 더 감염우려가 높지 않을까 생각된다.

걸고 넘어가자면 한도 끝도 없으니 일단 접고 어쨌거나 도처에 쓸데없는 예산이 줄줄 새는 걸 보면 욕도 아깝다는 생각이다.

각설하고, 필자가 최근 다리품을 팔면서 다녀본 일선 현장의 목소리를 정리해보면 대략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가 코로나19와 전혀 무관한 사람들, 감염우려는 있겠지만 철저한 방역환경에 거주하면서 먹고 살 걱정 없는 부류다. 일명 가진 자들인데 적어도 수십억에서 수백억 이상의 잔고와 부동산을 소유하면서 걱정거리의 방향이 일반 상식을 뛰어넘는 부류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600만 명이나 단란주점을 다녀갔다는 통계가 그러하고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예측불허의 미래를 위해 신용대출이 급증했다는 것도 나름 먹고 살만한 사람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국가간 이동이 허락되었다면 국제공항은 여행객으로 북새통을 이뤘을 것이고 유럽에서 수입되는 명품 매장은 문턱이 불이 났을 것이다.

다음 부류는 기본적인 삶이 보장된 부류다. 일명 철밥 통으로 불리는 공직자와 공기업, 정규직 등 제도권에 입성하여 때 되면 월급 꼬박 나오는 직종인데 넉넉하지는 못하지만 국민세금 거둬서 받는 급여인 만큼 날짜도 어김없이 차곡차곡 수입·지출에 차질없이 살 수 있는 층이다.

가령 문화·예술·스포츠인들은 수 십 년 쌓아온 경력을 등지고 악기 대신 건설현장에서 삽을 잡고 바이올린 대신 식당에서 설거지를 해야 하며 붓 대신 빗자루를 잡아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평소 하던 업무가 없으니 어떤 명분으로 일과를 소화해야할지 난감한 부류들이 소중한 혈세를 초과수당으로 도둑질 해가는 파렴치한은 솎아내야 한다고 본다. 뿐인가 알량한 직권으로 힘든 업체를 길들이며 이리저리 이권에 개입하는 일부 공무원들의 행태를 보면 정작 힘들어 하는 민초들의 삶과는 딴 세상 사람이라는 판단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이른바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부류다. 가장 먼저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없어진 실업자들이고 다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들이며 평소 앓고 있던 경기침체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중고를 겪던 업종들의 줄도산이 그러하다.

가령 뷔페나 웨딩이 문을 닫으면 관련 업체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사진, 미용, 화환, 주방장, 실장, 식자재 납품업체, 주류회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종사하던 경력자들이라 달리 할만한 게 없는 것이다.

앞서 어필했듯 아무거나 라는 건 없다. 이미 포화상태이며 그 아무거나가 이젠 가장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되겠지 설마 산 입에 거미줄 치랴 싶지만 그건 과거 어느 정도 민심이 살아있을 때 얘기고 지금은 옆집에 사람이 죽어 몇 달이 되어도 알 수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카드결제일이 다가오고 못 막으면 연체로 인한 신용불량이 되며 다음은 휴대폰 요금 미납으로 통화정지가 나오고 그 다음이 관리비 미납으로 단전·단수 조치가 취해지며 정부가 생색내며 주겠다는 재난기금은 타는 듯한 목마름에 한 컵의 생수나 마찬가지다. 일단 마시고 나서 그다음은 어쩔 것인가.

자영업자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돈 많으면 뭐 하러 장사할까. 없으니 하는 것이고 당연히 대출이라도 받았을 터이며 없으니 남의 건물 얻어서 임대료 내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돈이 목적이 아니라 장사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먹고살기 위해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농락하는 것이다.

사람을 고용하자니 내 머슴 내가 새경 주는 시대가 아니라 나라에서 온갖 간섭과 규제를 해대니 죄 없는 가족들 동원해서 인건비라도 아껴본다. 하지만 개업 초기 어렵사리 투자했던 시설물들은 쓰레기보다 더 싼 중고로 처분되고 남는 건 산더미 같은 빚뿐인데 무슨 명절이 있고 희망을 가질까.

이미 수 백 년 전에도 백성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칠 때 조정에서는 서로 삿대질하며 갑론을박 했었다. 대안? 없다! 죽을 만큼 힘들어도 이 또한 다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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