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글로 표현되는 한글의 자부심
말이 글로 표현되는 한글의 자부심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10.08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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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육지에 사는 동물이나 곤충, 바다에 사는 돌고래나 하늘을 나는 날짐승이 특유의 울음소리로 동족 간에 의사소통 하는 반면 유일하게 인간만이 자신의 소리를 문자로 전환하여 과거를 기록도 하고 현재의 모든 업무도 진행한다.

나라마다 그러한 문자는 나름대로 뜻과 음을 포함하여 주고받는 과정에 크고 작은 오류도 발생하지만, 외국어를 익히다 보면 같은 음이라도 뜻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한글도 그러한 중복에서 벗어난다 할 수 없지만 현존하는 문자 중에서 한글의 우수성이 문자올림픽에서 항상 우승을 놓치지 않고 있으니 이 얼마나 자랑할 만한 일인가.

오는 9일은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날로서 대한민국의 국경일이다. 훈민정음이 창제된 지 574돌을 맞은 이번 한글날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행사가 대폭 축소되거나 취소되었지만 왜 국경일로 정해졌는지 국민은 뭘 해야 하는지 짚어보기로 한다.

일단 집마다 태극기를 게양해야 하고 자녀들과 함께 자리하여 끝말잇기나 혼동하기 쉬운 우리 고유의 글에 대해 한번쯤은 대화를 나누는 게 어떨까 싶다.

더 욕심을 부린다면 카톡이나 문자메시지 대신 부모님과 평소 귀히 여기는 상대에게 손편지라도 보내봄이 어떨까. 틈만 나면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공휴일 그 이상의 의미도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면 국민의 기본적인 애국심은 어디서 찾을까.

사실 현재 정부나 공공기관 단체 등 모든 사회 전반에서 사용되는 한글은 상당 부분 중간연결 역할 정도밖에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늘 그래왔으니 당연시 읽어보는 문서의 대부분은 한자를 한글로 바꿔 소리 나는 대로 읽게 할 뿐 한글 자체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나마 있는 한글의 어설픈 혼용이다.

듣도 보도 못한 신조어들이 여의도 국회와 한창 정법대로 공부해야 할 학생들 입에서 출발해 신문·방송까지 덩달아 사용하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자고 일어나면 쏟아지는 신조어들은 무슨 소린지 알아듣지도 못할뿐더러 길다 싶은 단어는 줄여서 표현하고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비아냥대는 말들이 마치 유행에 뒤지지 않으려는 듯 너도나도 따라하는 게 대세다. 도심의 간판을 봐도 멀쩡한 한글을 소리 나는 대로 사용하여 보는 이들조차 맞춤법이 맞는지 혼돈될 만큼 난립하는 것 또한 시정되어야 할 사안이다.

574년 전 한글을 창제한 세종의 정황을 역사에는 참으로 대신들의 반대와 어려운 고비를 넘겨가며 만 백성들을 고루 아끼는 마음으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남과 북이 같이 쓰는 한글은 언제부턴가 컴퓨터 자판이나 스마트 폰 글자판 손에 익으면서 자필 작성은 이력서 쓸 때나 한번 사용할 뿐 점점 손에서 멀어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은 한번 정해지면 해당 국가의 국민들이 대대손손 사용하는 것이므로 그 어떤 것보다 가치와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한글의 정통성을 보존하고 지켜냄으로써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우러러봄은 물론 부러워하고 배우려 애쓰는 것이다.

자필 작성은 같은 글이라도 사람마다 쓰는 방법에 따라 필체라는 것이 생기고 일각에서는 필체만으로 당사자의 성품이나 인격까지 평가하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 다소 악필에 속하는데 어떤 메모는 써 놓고도 못 알아볼 정도이니 반듯하게 쓴 글씨를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특별히 간섭하는 대상이 없다 보니 별도로 연습할 여지도 없다. 언론에 입문해서 20년 동안 수천 건의 칼럼을 쓰고 30년이 넘도록 빠짐없이 일기를 쓰다 보면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한글을 사용료 한 푼 내지 않고 공짜로 쓰는 혜택을 누리고 산다.

자고로 기록이란 게 쓰다보면 습관이 되고 생활의 일부가 되며 그렇게 누적된 내용은 언제든 과거로 돌아가 볼 수 있는 페이퍼 타임머신 기능을 갖게 된다. 시대가 변하다 보니 글씨를 쓸 일이 점차 적어지지만 그래도 국민이 자국의 글에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참으로 안타깝다 할 것이다. 특히 절기상 가을로 접어드니 도서관이나 서점을 찾아 우리글을 읽다 보면 책 속에 미래의 길잡이가 있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보기에도 얼마나 훈훈한 전경일까.

빠른 속도에 치중하다 보니 차분히 읽을 여유가 없어지는 것이고 넘치는 정보에 익숙하다보니 느림의 미학이 새삼 와닿는 것이다. ‘자고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했다. ‘내로남불’ 같은 신조어를 지어내는 국회의원이나 ‘틀딱이니’, ‘라떼는’ 기성세대들이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단어를 지어내는 학생들은 반성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는 모든 분야들이 있겠지만 우리말과 우리글은 우리가 보존해야 할 의무과 책임이 있는 것이기에 잘못된 표현과 글에 대해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잘 지켜가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정보를 선택하여 여론을 조성하는 언론인으로서 한글의 고마움을 늘 실감하며 한때 일본이 한글을 탄압하던 시절, 이름조차 개명 당하는 식민지 시절, 그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애국 열사들의 노력으로 지켜온 과정이 있다.

언젠가 대한민국이 강국이 되어 한글이 세계만국어로 통용되는 날 지구상의 모든 의사 전달이 한글이 되어 우리가 종주국이 되는 날, 그날을 기대하며 574주년을 기념하는 글을 남긴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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