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홍 의학칼럼] "만성화되는 코로나 블루? - 무력해지고 희망이 보일 것 같지 않을 때"
[송태홍 의학칼럼] "만성화되는 코로나 블루? - 무력해지고 희망이 보일 것 같지 않을 때"
  • 김장운 기자
  • 승인 2020.10.15 12:39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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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박사,_정신건강의학과_전문의,_송태홍정신건강의학과의원_원장_송태홍
의학박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송태홍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송태홍

코로나19로 인하여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 시작했을 때가 생각난다. 구정 연휴였는데, 부산이 고향인 필자가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을 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지만 돌아올 때는 마스크를 사서 썼었고 당시 많은 승객들도 필자와 같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 코로나가 수개월 정도 지속되었을 때‘설마 이번 추석 때도 그럴까?’ 했었는데 결국 가고 싶은 고향에 가지도 못했다. 코로나 블루(우울감)에 빠지지 말고 이 난관을 이겨내 보자! 했었는데 이제는‘과연 코로나가 끝이 날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매우 전염력이 강하며 뚜렷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곧 나올 것이라는 소식도 잘 들리지 않아서 더욱 그런 것 같다.

당장 며칠 뒤 모든 상황이 종결되고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힘이 빠진다. 그리고 너무나 굳건해 보이던 것들이 최근 8-9개월간 무너져 버리는 것을 보면서 허무해지기도 한다. 수 십 년간 자리를 지키던 가게가 문을 닫고 어떤 일이 있어도 버틸 것 같던 회사가 무너지며 오래 다니던 일자리를 잃는 분들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무엇에 의해 누리던 것을 누리지 못하고 내가 노력을 함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나에게 큰 피해가 있을 때 블루(우울감)가 찾아 올 수 있는데 이것이 계속 지속되면 분노감으로 바뀔 수가 있다.

분노의 다음 단계로는 아무리 내가 노력해도 이 사태가 바뀔 것 같지 않다는 마음, 즉 helplessness(무력감)이 찾아올 수 있다. 이 단계가 되면 나의 노력으로는 무엇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느낀다. 필자는 이 무력감이 우울, 분노 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무서운 증상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는 정도는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무력감을 안겨 주는 것 같다.‘나는 불편해도 정말 열심히 마스크를 썼고 만나고 싶은 사람 안 만나고 명절에 고향까지 안 갔는데 왜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는 건가! 노력해도 소용이 없네. 앞으로도 내가 뭘 하든 별로 바뀔 것은 없겠구나’는 생각을 필자를 포함한 상당수의 사람들이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희망이 없다는 hopelessness(무망감)에 빠질 수도 있다. 이 무망감 역시 만성화된 우울증에서 흔히 보이는 증상이다. 

그럼 이제 어떤 마음가짐을 하고 살아야 할 것인가? 하루아침에 코로나가 사라질 것도 아니고 사라진다 해도 서서히 사라질 것인데 도대체 뭘 어쩌란 말인가? 정말 대답하기도 힘들고 조심스러운 질문이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을 땐 정신과 의사가 무슨 신도 아니고 이런 걸 어떻게 아나? 라고 반문하고 따지고 싶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본다.   

먼저, 그냥 되는대로 사는 것이다. 필자에게 주기적으로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어려운 시험을 준비하는 한 환자가 있다. 그가 1주일 전에 필자에게 공부가 정말 안 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이 있는지 질문을 했었고 그때 필자가 ‘그냥 그럴 때도 앉아서 공부를 하라! 그래도 앉아서 한자라도 보는 것이 당연히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고 그러다보면 잘 될 때도 있지 않겠느냐’라고 대답을 했다고 한다.

필자에겐 그 대화가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닌 기억에도 희미한 진료중의 일상적인 말이었는데 그 환자가 오늘 다시 와서 너무 감사했다고 지난 1주일간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했다. 공부가 안되면 안 되는 대로 공부를 그냥 하는 것처럼 코로나가 있으면 있는 대로 일단 살아보자.

볼일이 있으면 지난 8개월 간 (벌써 우리는 8개월 간 이렇게 해왔다) 해왔듯이 마스크를 잘 쓰고 다녀와서 손을 깨끗이 씻자. 그리고 마스크를 벗고 생활 할 수 있는 내 공간의 소중함을 감사하며 하루의 일과를 이어가자.

수많은 식당 사장님들이 그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가게 음식의 포장과 배달을 시작하며 이 위기를 극복해 보려고 노력하듯이 우리도 코로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가자.    

둘째로, 장기화된 코로나로 인한 관계의 단절은 어떻게 해야 할까? 삶에서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필자의 아내는 내향적인 사람으로 스스로도 자신을‘집순이’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 집순이마저도 요즘 사람을 못 만나서 죽을 맛이라고 한다. 사람을 직접 만나 교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사라지고 조심스러워진 현재, 개인 본래의 성격이 내향적이든 외향적이든 간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갈망할 것이다. 물론 이전보다 지금이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대폭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내가 평소에 직접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의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에 그것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마스크 없이 집에서 같이 생활하는 가족들과 자주 만날 수밖에 없는 직장동료, 학교 친구들이 대표적 예가 될 수 있겠다. 이 기회를 잡아보자.

필자도 마찬가지이고 필자 주변에서도 최근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가족과의 시간을 더 잘 보내기 위해서 연구하고 고민한 결과, 더욱 질 높은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어 좋았다는 피드백을 종종 듣게 된다.  

이전엔 아무 생각 없이 의무감으로 단조로운 코스로만 다니던 자녀와의 산책도 열심히 여러 장소를 연구하며 다니다 보면 집 근처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에서도 충분히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색다른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간은‘회복’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가까운 관계 속에 있었지만 상처를 입고 멀어진 사람이 있다면 이 기회에 내가 먼저 그 사람을 용서하며 다가가 보자. 당분간 새로운 사람 만나기 어려우니 가까운 사람 놓치지 말고 다시 예전의 관계로 돌려놓자.

그동안 어쩌면 우리의 시선이 밖을 향한 채 더 빠른 것, 더 많은 것, 더 새로운 것을 목표로 달려가는 것에 열중하다보니 관계적으로 다치고 깨어진 부분들이 더러 있을 것이다.

그 관계들을 돌보고 회복할 수 있는 이보다 좋은 기회는 앞으로 잘 없을 것이다. 새롭고 다양한 관계를 쌓기 어려운 지금, 나에게 주어진 사람들과의 관계를 건강한 관계로 회복하는 일이 코로나 이후의 나의 삶에도(그 시간이 빨리 오길 간절히 기도하며) 큰 자산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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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2020-10-16 09:41:41
코로나 시기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는 글 감사^^

한걸음 2020-10-15 22:51:34
요즘 사람 만나기도 싫고, 뉴스 기사에 화만 나고, 만사가 귀찮은 것이 저만 그런것이 아니군요! 그럼에도 이 시간이 오히려 회복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말씀 감사합니다!

3333 2020-10-15 19:49:48
감사합니다 힐링되었습니다

오희석 2020-10-15 18:15:15
코로나... 시기에 딱맞는
도움이되네요~

황우승 2020-10-15 16:20:56
어서 기고글처럼 희망의 시간이 돌아오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