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성매매 단속 현장
알맹이 빠진 성매매 단속 현장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10.19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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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최근 언론보도 내용을 인용하자면 17세의 남학생이 16세의 여학생과 교제하다 제 3자에게 성매매를 강요하여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소식이 뉴스에 보도됐다.

내용대로 하자면 20여 차례 성매매를 알선하고 수수료를 받아 챙겼으며 여학생이 거부한 이후에도 17회나 추가로 같은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연령상 둘 다 고교 재학 중이고 하나의 사건임에도 이를 구매한 남성들은 재판과정에 거론되지도 않았다.

경찰조사 과정에서 성매매 횟수나 전화 연락을 주고받았을 매수자들의 신원확인은 좁은 한반도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나 마찬가지다.

이미 청소년들의 성매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가출 소녀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일삼은 30대 남성들의 집단 성폭행이나 이를 소개받고 매수한 남성들의 실명 공개 논란은 논란으로 끝났다. 뿐인가 당장에라도 다 까발릴 것 같았던 n번방 사건의 수많은 관련자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는 지금까지 흐지부지 넘어간 상태다.

이러니 제2, 제3의 범죄가 줄어들지 않고 발생하는 것이며 성을 파는 여학생은 있고 이를 소개해서 화대를 가로챈 나쁜 놈이 있는데 성을 구매한 제일 나쁜 매수자는 없는 것이다.

성에 대한 통제나 형벌의 기준은 인간이 사는 한 언제 어디서든 적용되어야 할 중대한 잣대다.

본능과 이성이 늘 공존하는 인간의 본능은 남녀를 떠나 모두에게 해당하므로 성인이 되고 나서 사랑하는 감정의 연장선상에 육체적 쾌락이 동반되는 것은 당연하고도 신이 주신 선물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야 혼전순결에 대한 억압적 정서가 지배적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순결을 잃은 여성들이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세월이 지나 여권신장과 미투운동 등 남녀평등 주의가 전반적인 공감대를 얻으면서 이제 성의 쾌락이 남성만의 전유물은 아닌 시대에 봉착했다. 맞선을 보거나 결혼 중개 사이트에는 상대방에 대한 조건 중 순결을 원하는 시대착오적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다.

당연히 성인이 되는 과정에 과거의 교제 경력이 있을 것이고 외려 그렇지 못한 사람이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모자란 건 아닌가 싶을 정도니 말이다.

이제 여성들도 당당히 원하는 이성에게 성관계를 원하는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시대, 관계 중에도 원치 않으면 중단해야하고 계속되면 성폭행의 여지가 생기는 시대로 가고 있다.

자칫 과도한 규제가 남성들의 심리적 위축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쌍방이 원하면 당당히 깊이 있는 관계로 발전하고 어느 한쪽이든 반대하면 다른 짝을 찾을 수도 있는 성의 자유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인간의 본능이 빗나갈 때 성인 간에 호감의 이정표가 아니라 더 색다르고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는 구매자들의 욕구와 돈이 필요한 공급자들의 공감대가 맞아떨어진 것이 미성년자 성매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미성년자가 성을 파는 과정에 구매자가 10대 청소년인줄 몰랐을까. 눈감고 귀 막고 한 짓이라면 그럴 수 있고 중개자가 영계라는 말로 유혹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그랬을 가능성도 있다.

적어도 삼촌이나 아빠뻘 또는 할아버지뻘 되는 남성들이 한둘도 아니고 수 십 명이 현금을 들고 달려들었을 것이며 그렇게 매도한 여학생이 훗날 성인이 되어 남성들을 보는 견해는 어떨까. 개인의 일이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갈 구성원의 일이다. 일회성 뉴스로 지나갈 일이 아니다. 매수자를 찾아내서 실명을 공개하고 화학적 거세라도 한다면 반복되지 않을 일이다.

성인이 되면 개인에게 성의 자유가 주어지므로 원하는 이성과 관계를 맺는 것이야 말로 건강과 사랑이 이뤄낸 축복의 파티라 할 수 있겠지만 사람중심의 국가에서 이 무슨 천인공로 할 범죄가 시도때도 없이 걸핏하면 뉴스를 장식하고 그런 꼴을 보는 국민들조차 그러려니 하며 무감각해지는 시대로 가고 있다.

문제는 매수한 자들이 처벌받는 수위가 솜방망이이며 누가 힘을 써서 빠져나갔는지 공개되지 않는 것과 상식 밖의 판결을 내린 판사들의 의식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말 중에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다. 드러나지 않은 청소년상대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건 남성들의 빗나간 욕구도 문제겠지만 거슬러 원인을 파악해보면 경제적으로 대안이 없는 환경이나 교활한 뱀들의 감언이설에 노출될 수 있는 열악하고 위험한 인터넷의 무방비한 시스템도 한 몫하고 있다.

사람이 살다보면 알고 지은 죄보다 모르고 지은 죄가 더 많다. 음주운전이나 성매매는 우발적이거나 불가피한 상황에서 부득이 하게 일어나는 범죄가 아니라 행위자가 자의적 판단으로 저지르는 범죄다.

졸음운전의 위험성은 음주보다 높지만 본의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과실로 치부되지만 음주는 전날 마신 술이라도 아침 출근길에 적발되면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이며, 성매매 또한 제3자가 강제로 구매하게 하거나 성행위 자체를 가능하게 할 수 없는 범죄이기에 사전에 합의 여부가 유·무죄의 가름길이 되는 것이다.

훗날 역사는 이렇게 기록되고 평가될 수 있다. 서기 2020년 나라는 피폐한 살림과 병마로 곳곳에 국민들이 극단적 선택을 망설이지 않고 덜 자란 여아들은 몸을 팔며 굶주린 먹이 찾듯 색마들은 눈에 흰자위를 드러내며 밤낮없이 침을 흘리고 다닌 시절이었지만 법석만 떨었지 벌을 겁내지 않던 놈들은 하던 짓을 멈추지 않았다고…….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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