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임명은 국가지만 만드는 건 국민이다
경찰 임명은 국가지만 만드는 건 국민이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10.2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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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가장 안전한 나라, 존경과 사랑받는 경찰’ 경찰청 홈페이지를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문구다.

지형학적으로 한반도의 남쪽을 차지하는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에다 북쪽으로는 휴전선이 막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도나 도로에는 거미줄처럼 촘촘히 설치된 CCTV로 인해 범죄자들이 갈 곳이 없는 나라다.

하지만 경찰 한 사람당 담당하는 인구수를 보면 전국 평균 415명으로 나름대로 생각하며 움직이는 범죄자를 감당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중의 경기남부청이 554명으로 2위, 경기북부청이 548명으로 3위를 각각 기록했으며 세종이 592명으로 집계됐다.

치안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맞물리는 수요 대비 공급은 피할 수 없는 조건이지만 여전히 격무에 시달리는 경찰 직원들의 노고는 필요할 때만 고마움을 느끼는 국민의 보디가드다. 철저한 과학수사와 성실한 근무로 인해 범죄 발생 수요를 예방하고 보다 안전한 나라로 만드는 노력이 24시간 계속되는 한 범죄자들은 운신의 폭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기껏 검거해도 인권이 어쩌니 관련법이 저쩌니 하며 힘있고 돈 있는 범죄자들이 변호사를 불러라, 내가 누군 줄 아느냐며 건방을 떠는 통에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면 맥이 풀리기도 한다.

옛날 그리 멀지도 않은 옛날 교통 사이드카 말 장화에서 쏟아지는 구겨진 지폐가 세월이 지나 경찰의 위상을 구기는 데 일조했고 도로교통법 위반에 면허증과 같이 내밀던 지폐는 세월이 흘러 경찰과 운전자 간에 서로를 못 믿어 거래가 중단됐다.

힘 있는 자들이 마음 놓고 휘젓던 시절,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던 대한민국의 어두운 과거를 딛고 이제는 경찰이 위상과 조직에 대한 자부심이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아직도 잘한 건 온데간데 없고 어쩌다 작은 실수라도 잡히면 대서특필 하며 공직자로서의 냉철한 잣대가 재어진다. 일반인 같았으면 충분히 넘어갈 실수도 경찰이라는 이유로 국민들의 질타를 벗어나지 못한다.

경찰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10년 경찰권이 일본의 손에 넘어갔고 이때부터 헌병경찰제도가 시행됐다가 다시 1948년 미군정으로부터 경찰의 운영권을 이양받아 경찰권 회복을 기념하기 위해 ‘경찰의 날’로 정했다.

당시 미군정은 관료적인 일제 경찰의 성격을 개선하기 위해 영국과 미국의 제도를 도입하려 했으나 일제의 경찰간부들이 거의 유임돼 일제 경찰의 위압적인 관행이 그대로 이어졌다.

지금이야 세월이 변했으니 많이 달라졌지만, 아이가 울면 순사가 잡으러 온다며 겁줘서 달랜 어두운 과거는 우리 민족의 일면이기도 했다. 범죄를 예방하고 가해자를 검거해야 하는 사법권의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경찰은 형사, 여청계, 교통, 보안, 마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정화를 위해 각기 축적한 노하우를 통해 국민들의 안위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치안을 담당한다.

국경 일선에 군인이 있다면 사회 구석까지 경찰의 존재는 단순한 질서유지를 넘어 언제나 112만 누르면 달려와 줄 수 있는 국민경호원이다. 물론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국민의 안정을 위하는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문제는 경찰을 경찰답게 만드는 것도 국민이며 그렇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국민, 즉 소비자다.

소비자가 진상을 떨면 제공자는 지치는 것이고 소비자가 고마움을 표하며 같이 힘을 실어줄 때 서비스제공자는 신이 나는 것이다.

직종에 따라 개인의 인격까지 통틀어 취급하는 편견이야말로 매우 심각한 범죄라 할 수 있다. 차라리 배가 고파 단순히 빵을 훔치는 것보다 전체 국민을 위해 근무해야할 경찰을 개인의 머슴쯤으로 여기며 걸핏하면 민주경찰 운운하는 일부 진상들이 전 국민의 치안담당자의 사기를 꺾는 것이다.

그나마 공무집행방해라는 형식적인 방패도 있겠지만 세상이 밝아져 힘과 권력과 돈이 안 먹히는 세상이라면 누가 믿을까. 진정한 진상은 눈에 보이지 않게 직원들을 주눅 들게 하는 자들이며 충분히 넘어갈 일까지 죄다 고소·고발을 남발해서 업무과다로 몰고 가는 자들이다.

국민간의 신고정신은 갈수록 상식과 도덕을 넘어선다. 사회학에 익숙한 자가 순진하고 선한 사람을 대상으로 사기를 쳐도 경찰의 입장에서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빤히 알고 타인에게 피해를 줘도 현행법이라는 잣대만 교묘히 이용하면 원칙에 따라 조사해야 하는 수사관으로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특히 성폭력특별법 시행 이후 선의의 여성 피해자도 있겠지만 시대의 흐름을 악용하는 꽃뱀들로 인해 멀쩡한 남성이 졸지에 신세를 망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고로 사건이라는 것이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하지만 과거처럼 서로 합의하기보다는 모든 게 돈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검찰조사와 법원의 재판정에 서기까지 최일선의 경찰 업무는 해보지 않은 자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

나름 사건·사고를 수십 년간 취재하며 작성해 온 기사를 더듬어보면 사람이 사는 한 치안은 또 하나의 복지 잣대라 할 수 있다.

경찰이 부패하면 사회전반의 정의감이 흔들리고 경찰이 솔선수범하면 대문도 열고 살 수 있다. 작은 실수로 승진이 누락될까 겁내지 않고 나서는 열정, 조직내 돈과 권력이 우선시 되지 않고 일한만큼 대우받는 분위기로 조직이 성장할 때 국민 치안은 질적 향상을 가져오는 것이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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