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 지점 6500개로 감소되나... 금융당국 '발만 동동'
시중 은행 지점 6500개로 감소되나... 금융당국 '발만 동동'
  • 유창수 기자 yg0799@kmaeil.com
  • 승인 2020.10.2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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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사옥 전경(사진=각 은행)
시중은행 사옥 전경(사진=각 은행)

(경인매일=유창수기자) 시중은행들이 점포 폐쇄에 다시금 속도를 붙이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를 외면하는 처사라고 판단해 은행의 점포 폐쇄 속도를 조절해야한다는 입장이나, 시중은행들은 점포 폐쇄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기 전 '닫아야 할 곳은 반드시 닫겠다'는 모습으로 맞서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이 올 연말까지 약 80여개의 점포를 통폐합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은행의 행보가 현실화 될 경우 지난 2015년 말 7500여개에 달했던 국내 은행은 올 연말까지 6500여 개가 되어 5년 새 1000개 이상 줄어들게 된다.

앞서 언급한 주요 시중 은행들은 올 하반기 대규모 점포 폐쇄를 예정하고 있었으나 금융당국의 제동에 속도 조절에 들어간 모양새였다. 그러나 올 연말, 은행들의 이러한 점포 폐쇄를 막아서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전망으로 알려지며 은행들이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최근 코로나19와 정보화의 발달로 인해 비대면, 언택트 금융이 일상화된 가운데 점포 폐쇄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게 은행측의 입장이다. 초저금리 기조 속 악화되는 수익성을 감안할 때 역시 점포 폐쇄는 비용절감·효율성 면에서 꼭 필요한 점도 이유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점포 폐쇄는 은행의 자율적 권리인데 이를 강제하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며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 폐쇄가 어려워지는 만큼 은행 전략상 꼭 통폐합해야 하는 점포를 연내 처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점포 폐쇄에 여전히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시중 은행의 이러한 급격한 행보가 결국은 고령층 등 정보소외계층과 취약계층의 은행 이용에 제한을 가져올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특히 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두 차례나 "점포 수를 급격하게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은행 스스로 고객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하지 않도록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자제를 권고한 바 있다.

금감원은 현재 은행권 자율규제인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가이드라인'을 올해 말 개정할 방침이다. 은행이 점포를 폐쇄할 경우 외부 전문가가 참여해야 하고 영업점 폐쇄 3달 전 소비자에게 이를 알리도록 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다만 해당 가이드라인의 경우 민간 금융사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대면 고객 숫자가 날로 갈수록 급감하는 상황에 예전과 같은 숫자의 점포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은 금융당국의 탁상공론적 행정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점포 폐쇄를 은행의 생존 전략으로 인정하되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적정 수준의 점포를 유지하는 절충안을 은행권과 금융당국이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은행의 점포망 축소와 그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은 저성장·저금리 장기화와 시대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은행의 생존전략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다만 취약계층 밀집 지역 등에서 점포를 닫을 경우 프로 스포츠팀에서 신인선수를 선발하는 방식인 드래프트 제도처럼 은행권이 점포를 폐쇄할 지역을 순차적으로 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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