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의 날 30년의 발자국
지방자치의 날 30년의 발자국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10.2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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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오늘은 ‘지방자치의 날’이다. 1987년 10월 29일은 헌법 개정 일로써 헌법이 탄생한 날이다.

6월 항쟁의 결과였고 대통령 직선제가 개헌의 핵심이었지만 오랜 염원이었던 지방자치도 함께 부활한 것인데 1991년 지방의원 선거가 먼저 시작되었고 1995년 6월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도 제1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로 시작됐다. 지방자치가 처음은 아니었다.

1961년 5·16 쿠데타로 폐지되기 전 1960년에 마지막 지방선거가 있었으니 31년과 35년 만에 중앙정부 산하 지방자치단체가 생긴 것이다. 당시 국민들은 중앙집권 중심에서 작은 집을 차려 새로 살림을 차린 듯한 분위기였다.

관선 시장은 지역 시민들이 스스로 선택하는 민선 시장으로 수장을 뽑았고 이제 지역별로 자립하는 틀을 마련한 듯싶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의 단점은 개선의 요지는 물론 갈수록 관선이 더 나았다는 냉정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말이 지방자치지 실제로 중요한 핵심은 중앙정부가 꽉 틀어쥔 채 놓아주질 않고 있다.

국회의원은 온갖 특혜를 다 누리면서도 지방의원들에는 중앙당의 거수기 역할만 배당한 채 공천권은 물론 크고 작은 민원의 해결사 역할도 대행시키는 일종의 잔심부름 역할에 바쁜 것이 현실이다. 한때 개선의 여지를 추진했지만, 자신들의 특권 분배에 여지를 주지 않았다. 또한 말이 지방자치지 대부분 서울·경기 중심의 정책이다 보니 지방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지경이다.

수도권 중심의 성장은 더하면 더 했지 덜 할리 없어 지방의 퇴보는 갈수록 심각한 실정이다. 그 와중에 지방의원들의 공천권이 지역구당협위원장이나 지역구 국회의원 손에 달린 만큼 머릿수가 많은 단체의 장이라면 당사자의 자질이나 함량보다 한 표라도 더 건질 수 있는 인물을 공천하게 된다.

당연히 그렇게 함량 미달의 지방의원들이 의회를 운영해 갈 때 부조리가 생기는 것 또한 예견된 재앙이다. 깜냥이 안 되다 보니 의회 회기 중에도 욕설과 삿대질은 기본이고 걸핏하면 삭발투쟁에 현수막을 내걸며 당 대 당 싸움판이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집행부의 살림에 감 놔라 배 놔라는 기본이요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자료 요청이나 반말의 질타는 흔히 볼 수 있는 폐단중 하나다. 어디서 본건 있어서 국회가 하는 행태 중 못된 짓은 그대로 답습한다.

대통령이 정책 기조에 맞는 인물을 기용할 때 국회의원으로부터 청문과정을 거치는 반면 지방에서는 관료를 임명할 때 공채라든가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제 식구 심기에 열을 올린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중앙정부에서 잘린 인물을 공기업 대표로 앉혀놓고 거액의 연봉을 주는가 하면 지방선거 출마했다가 낙마한 자도 공기업의 사장으로 취임시키기도 한다. 뿐인가 코미디언을 공채라는 절차로 통과시켜 문화예술재단의 이사장으로 모시기도 하고 일선 시장판에서 영업하던 자가 공기업의 간부로 채용되기도 한다.

인사는 만사라 했다. 능력 있는 전문가를 엄정한 심사를 통해 공개 채용함으로써 조직의 활성화를 기하고 종래에는 해당 조직이 지역 주민에게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체계 있게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시장·군수를 선출하는 것도 출마 당사자의 자질과 능력보다는 일단 공천을 받고 나머지는 머리 숫자가 많은 애향단체나 스포츠 단체, 심지어 산악회까지 죄다 동원하여 당선 중심의 노력을 기울인다. 중요한건 그렇게 하면 당선된다. 되고 나서 본전 뽑기까지 무슨 짓을 한들 죄가 될까. 모두가 자신이 시장·군수 만들었다며 큰소리 치고 너도나도 관급자재 납품에 공사 수주에 뜯어먹고 살기 바쁜 시기에 도래한다.

정작 기술, 품질, 단가의 경쟁력은 짜고 치는 고스톱 판에 늘 뒷전으로 밀리고 닭 잡아서 털도 안 뽑고 먹으려는 한량들의 춤판에 소중한 혈세만 줄줄 샌다. 진짜 문제는 그렇게 당하고 잘못된걸 알면서도 다음 선거 때면 여지없이 같은 상황이 재현된다.

제 무덤 제가 파는 격인데 누굴 탓하랴. 뽑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지만 정치에 관심 있기보다 매년 걷은 세금 먼저 쓰는 자가 임자이니 안 쓴 자만 병신 되는 세상이다. 아마도 이래서 꼬우면 출세하란 말이 나온 듯 싶다.

한번 당선되어 권력의 맛을 보면 재선을 위해 나름 노력하게 된다. 전임자 흔적을 지우느라 혈세 낭비하고 생색내고 환심을 얻을만한 소재라면 일단 예산으로 요란한 이벤트성 정책을 펼친다. 명칭이나 슬로건, 혜택만 보면 그럴싸한 무지개지만 정작 알맹이는 속빈 강정이요 빛 좋은 개살구다. 다 그럴까 아니다.

필자가 만나본 몇 분의 지방자치단체장 중에는 황량하기 그지없고 재정자립도 라고는 대책이 없던 시골 강가에 빙어 한 마리로 아이디어를 살린 곳이 막대한 관광지로 뜬 곳도 있고 아래쪽에는 농사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던 곳이 나비와 곤충으로 전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난 곳도 있다. 뿐인가 지역 특산물과 천혜의 자연조건을 소재로 일약 스타가 된 곳도 허다하다. 반면 타 도시가 성장할 때 멀쩡한 도시를 망쳐놓은 곳도 곳곳에 어둠의 그림자를 남긴다.

더 말하면 곤란해지겠지만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이 어디 있으며 날 때부터 이마에 써 붙이고 나진 않기에 누가 시장·군수·지방의원이 되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차피 하려면 공부도 좀 제대로 하고 4년 짜리 권력으로 공정하고 미래지향적인 정치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쓸데없이 해외로 돌아다닐 생각만 머리에 꽉 찬 인물들은 다음 선거에서 제대로 걸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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