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에 침 뱉을까
웃는 얼굴에 침 뱉을까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11.1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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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는 희로애락이라는 말이 있다. 기쁨과 슬픔과 즐거움이란 뜻인데 일년 365일 좋은 날만 있다면 좋음의 감정이 무디어 좋은 줄 모르고 살게 되니 적당한 슬픔은 필요악이 아닐까.

따라서 화내고 슬퍼하게 되는 기쁨으로 승화할 줄 아는 지혜야 말로 명문대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삶의 지혜일 것이다.

하지만 말이 좋지 실제 현실로 이행하려면 성인군자나 되어야 가능할 것일진대 인자무적이란 말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겪어보지 않고는 어필하기 어렵다. 필자 또한 지극히 평범한 보통사람으로서 피하지 못할 분노의 경우가 시도 때도 없이 인내의 극치를 요구하지만 사람이 어찌 하고 싶은 대로 다 말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매년 11월 13일은 ‘세계 친절의 날’이다. 유래를 보면 1963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에서 시작한 작은 친절 캠페인이었는데 작은 친절운동이 NGO로 출발했고 그 이후 세계 각국에서 이를 통해 2000년 홍콩에서 세계친절운동이라는 국제 NGO로 성장했다. 취지를 보면 개인이 먼저 친절을 베풀고 그 친절이 사회로 확산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한국을 포함한 전 대륙 25개국에 대표부를 두고 있다.

친절에 관한 격언이나 사자성어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친절은 베푸는 사람을 즐겁게 하고 스스로 뇌에서 엔돌핀이 분비되어 운동을 한 뒤 느끼는 것과 같이 좋은 기분을 유발한다.

한국 속담에도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는 말도 있고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다’는 말도 있다. 이러한 친절에 대해 실제 생활 속에 실천 가능한 사례를 보면 엘리베이터 나중타기, 회전문 열어주기, 병목지점 진입 양보하기 등 하기 싫은 일은 먼저 하거나 간단한 배려로 상대방이나 주변을 흐뭇하게 하는 일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작은 친절은 나비효과로 다음 사람으로 이어져 가까이는 가족과 이웃을 나아가서는 사회와 나라를 화목하게 만드는 엄청난 효과를가져온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양보하면 바보소리 듣는 각박한 사회적 분위기. 배려가 손해로 종결되는 사례가 한둘인가. 혹여 이글을 보는 독자 분들은 하루가 끝난 시점 뒤돌아보면 어떤 배려와 친절을 베풀었는지 스스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까.

평균 수명 80세 이상을 고려할 때 늙어서야 돌아보는 게 인생이 아니라 하루가 모여 한해가 되듯 당일의 보람과 의미가 누적될 때 비로소 삶의 가치가 높아지고 스스로 자아실현으로 인한 자기성찰의 묘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친절은 고마움과 감사함을 표현하는 입과 말 대신 웃어줄 수 있는 표정과 차마 하기 쑥스러운 점 까지 표현이 가능한 글이 있다. 우리는 친절의 대상으로 거래 가능한 상대방을 손꼽지만 정작 친절해야할 대상은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구와 이해관계가 없는 사회공동체의 구성원 전체라 할 수 있다.

이유나 목적이 있어야 웃어줄 수 있는 것은 비즈니스나 특정 목적이 있을 때 꾸며진 것이니 진정한 친절이라 할 수 없고 늘 시간과 돈에 쫓기는 와중에도 작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심적 수련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반대로 불친절이 가져오는 폐단은 어떨까.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쌍방 간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어 감당 못할 비극으로 치닫는 게 한둘인가.

최근 뉴스를 보면 가족 간의 불화나 부부싸움 끝에 살인까지 번지는가 하면 그 원인을 보면 몇 마디의 욕설이 화근이 되어 상식 밖의 사태로 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웃음을 소재로 사회 교육과정을 마련한 강사의 전언에 따르면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돈이 모든 걸 리더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이 전 세계를 긴장시키니 누가 미소를 지으며 살 수 있을까. 자칫 비웃음으로 비춰질 수 있을 만큼 조심스런 분위기다. 하지만 모두가 긴장하고 시무룩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경계심을 갖는다면 암울한 사회적 분위기는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미소. 조금만 손해 보면 두 배나 기쁜 일들을 누구에게 떠맡기며 누가 먼저 하길 바랄까. 지금 바로 실행하는 것, 그리 힘들지도 돈 들지도 않지만 내가 던진 미소가 돌고 돌아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오며 힘든 현실을 이겨나가는 활력소가 된다면 그만한 영양제가 또 어디 있을까.

오래전 인기를 끌었던 ‘웃으면 복이 와요’ 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보 역을 맡은 코미디언이 좀 부족한 모습으로 자신을 낮추거나 손해 보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역으로 자신의 총명함이 보상받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경계를 풀고 말 한마디에도 넉넉한 웃음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빈틈없이 예리한 웅변으로 군중을 잔뜩 긴장하게 만든 달변가가 있다면 박수는 칠지언정 절대 마음을 열지 않는다.

이렇듯 친절의 힘은 무한긍정이 가능성을 안고 세상을 평화로 다스리는 신비의 묘약이다.

이제 서서히 입동도 지나고 마스크 착용이 당연시 되면서 눈빛 말고는 상대를 읽기 더 어려워졌다. 미소가 가려지고 목소리도 불명확해지지만 사람이 마음만 있다면 손짓하나로도 칭찬의 효과는 충분하다. 상대가 실수했을 때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엄지척 해주는 배려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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