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가원에서 이룬 사랑 ‘번역한 책으로 나이 50에 인생이 바뀐 남자와 책을 보고 그를 찾아 알래스카에서 온 동갑내기 여자’ 
[인간극장] 가원에서 이룬 사랑 ‘번역한 책으로 나이 50에 인생이 바뀐 남자와 책을 보고 그를 찾아 알래스카에서 온 동갑내기 여자’ 
  • 김장운 기자
  • 승인 2020.11.14 2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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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6일 월요일 오전 7시 50분 KBS1TV 방송
사진=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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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운 기자) 사람의 인연이란 참 기이하다 못해 고래힘줄처럼 질기다. 특히 부부의 인연은 더욱 그렇다. 나이 50이 넘어 번역한 책으로 작가와 독자가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사진=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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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드라마를 쓴 이들의 공간, 경기도 연천의 울창한 숲 속에는 주인이 직접 판 연못, 먹을거리 걱정 없는 계단식 밭이 있다. 안주인이 좋아하는 복숭아, 사과, 블루베리 등등 과실수도 있다. 15년 동안 묵묵히 혼자숲을 일궈온 한병석씨(57)는 이곳의 이름을 집 가(家), 동산 원(園))을 써서 ‘가원’이라 지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코트라에 입사해 러시아에서 십년 넘게 살았지만, 어쩐지 늘 삶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에 돌아와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것도 찾던 답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연히 ‘아나스타시아’ 책을 만나고 흔들리던 삶은 비로소 답을 찾았다. 돈과 시간에 쫓기는 삶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는 삶, 소박한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가겠다는 일념으로 15년 전, 고향 연천으로 돌아왔고, 책에서 영감을 받아 직접 ‘가원’을 일구기 시작했다. 

사진=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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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원’은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인생의 계획이었다. 고향 어머니 댁에 머물면서 들깨 농사를 지으며, 자신이 머물 작은 집을 짓기 시작했고, 집이 완성된 뒤엔, 들깻단 위에서 잤다. 젓가락 같은 밤나무를 심고, 행여 어디에 쓰러진 나무가 있다면 부지런히 달려가 그걸로 통나무집을 지었다. 돈이 없어도 ‘따끈한 프라이팬에 매끈하게 녹는 버터’처럼 자유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가치관을 다른 이에게도 전하고 싶어, 십 년에 걸쳐 러시아 책 ‘아나스타시아’ 열 권을 모두 번역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책은, 소중한 인연까지 만나게 해줬다.

사진=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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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가을, 그것도 미국 알래스카에서 병석 씨가 번역한 책을 읽고, 한국 연천으로 독자 임인숙(57)씨가 찾아왔다. 꼬질꼬질 했지만 야생마 같은 들깨 농부의 반짝이는 눈빛을 봤다는 인숙 씨는 어쩌자고 진한 들깨향에 반해버렸다는데... 순박한 병석 씨도 첫 만남에 덥석 미국식 허그로 인사를 했다니, 나이 오십에 서로를 단박에 알아봤던 것이다. 6년 전 가을 10월 어느 날, 남편이 일군 ‘가원’의 마당에서 부부는 결혼식을 올렸다. 알래스카에서 미용실, 꽃집 등을 운영하고 법정통역사로 25년을 일했던 인숙 씨. 이젠 삼시 세끼 돌솥밥을 짓고, 조물조물 음식은 손맛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뿐인가 들깨를 베러 온 시댁 식구들에게 잔치국수를 차려내고, 곁에 사는 시어머니까지 살뜰히 챙겨드리니 시어머니는 ‘하늘이 준 선물’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데... 알래스카의 삶을 한순간에 내려놓을 수 있던 이유는 뭘까..?

자급자족하는 자연주의 삶, 가원에서 부부는 같은 꿈을 꾼다. 가을이면 병석 씬 1년 공들인 논에서 추수를 하고, 들깨를 털면서도 힘들지 않다. 필요한 건 뭐든 직접 만드는 병석 씨. 집 안에 아궁이를 들여와 구들을 얹고, 동력을 쓰지 않고도 1년 내내 꽃과 열대작물이 자라는 온실도 직접 만들었다. 최북단 연천에서, 무화과가 열리고 바나나가 열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원의 삶을 꿈꾸는 인연도 늘고 있다는데... 6년 전 그날처럼 가원에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날, 병석씨는 15년 전 심은 나무를 아내에게 선물한다. 키 큰 나무 두 그루는 선물, 햇살을 막아주는 그늘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보너스라는 이 남자. 가원에서의 사랑은 그렇게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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