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 특정인의 길이 아니다
순국! 특정인의 길이 아니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11.1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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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순국’을 백과사전에 찾아보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뜻이며 ‘순교’는 자신이 믿는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뜻이다.

선열이란 나라의 의를 위해 싸우다 죽은 열사를 뜻하는데 오늘은 ‘순국선열의 날’인만큼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은 열사들을 기리는 날이라는 뜻이다. 말로 해석하자면 그런 날인데 요즘 같아서 누가 자신의 하나뿐인 목숨을 난국의 영웅처럼 선뜻 내놓을 수 있을까.

1년 365일 다들 먹고 사는 게 바쁜데 어느 세월에 오래전 지나간 선열들의 희생에 새삼스레 감사하고 기억하며 마음에 새길지 의문이다. 그래도 날이 날인만큼 평상시에는 잊었다가 오늘만큼이라도 기억하고 집집마다 돈 안드는 태극기 게양하며 한번쯤은 역사를 돌아보면 어떨까.

지금의 평화가 영구히 지속된다면야 다행이겠지만 수 천 번 겪었던 과거 우리 민족의 환란시대의 폭풍전야는 늘 안일하고 설마 하는 현실의 안주에 머물렀던 날들이 있었다. 먹고 살만한 시대에 별달리 순국할 환경은 없겠지만 애국이라도 해야 하는 게 선열들의 희생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지금의 애국은 별거 없다.

각자가 맡은 일 잘하면 되는 것일진대 반대로 매국 또한 별거 아니다. 농부가 괭이·호미 던지고 장사한답시고 어설픈 유통에 뛰어 든다거나 어부가 그물을 내려놓고 돈도 안 되는 기획부동산에 인생을 허비하는 것이 애국의 반대인 매국이다.

특히 깜냥도 안 되는 인사가 어쩌다 시류에 무임승차하여 정치를 한답시고 국회에 입성하여 목소리만 높이거나 출마지역 다니며 목에 힘주는 것이 매국이다. 운이 좋아 2선·3선 한다 치더라도 하는 짓이 동네 통장보다 못한 인물이 한둘이던가. 굳이 대한민국의 과거를 돌아보지 않더라도 지구 반대편 서양에서도 정당간의 대립은 늘 있었고 정체된 권력의 부패가 역모나 혁명이라는 명분의 반역으로 권력이 뒤집어지는 경우는 다반사였다.

신기한 건 인간이 사는 한 크게 세 부류로 나눠진다는 것이다. 첫째가 자신보다는 이웃과 사회와 나라를 위하는 대범한 스타일로 난국에 목숨을 던지는 순국열사요, 둘째가 그러거나 말거나 나만 살면 된다는 방관이나 안일의 극치를 달리는 평범한 민초이며, 셋째는 그 틈바구니 속에 매국으로 일신의 안위를 구하는 족속들이다. 여러분은 어느 분야에 속할까.

필자 또한 말로는 첫째 같지만, 막상 유혈이 낭자한 현실 속에 둘째 줄로 선뜻 옮겨 서지 않을까 싶지만, 최소한 셋째 길을 걷지 않으리라. 그러나 현실은 기회주의자가 성공하고 매국노의 삼대가 대대손손 호의호식하며 지금도 대한민국 기득권에서 권력을 쥐고 있지 않은가.

이러니 막상 난리가 나면 누가 순국선열의 대열에 나설까. 이래서는 나라의 미래가 없다. 인조 때 고초를 당한 조선이 청나라에 수십만의 군사와 공녀를 보내던 시절, 여인네 하나가 호화사치와 권력에 눈이 멀어 외국 군대까지 끌어들여 자국민을 대대적으로 학살하던 시절도 있었다.

진정 백성을 위하는 동학군에게 무차별 학살을 가한 사례는 나름 대가를 치렀다. 지금의 애국은 작은 관심과 진심으로 솟아나는 마음에 달려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 지인의 초대로 미국 뉴욕과 워싱턴, 보스턴 주변을 다녀본 경관 중 집집마다 성조기를 게양하는 장면을 보았다.

유사한 상황은 제주도도 태극기를 게양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유독 서울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살만하다 싶은 수도권은 국기게양이 전무하다. 순국선열들이 온갖 산전수전 끝에 지켜낸 나라의 상징 아니던가.

더 말해 뭐하랴. 있는 국기 내걸고 가족끼리 모인 식사 자리에서 오늘이 무슨 날인지 정도는 대화의 소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밤낮 없이 각자의 방문 닫고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는 것이 일상이자 당연한 전부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과거 역사와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미래를 점칠 수 있다. 앞으로도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과거와 같은 순국열사들이 재현되려면 그 희생의 가치와 유족들에 대한 보훈복지가 충분히 이뤄져야한다.

이 과정에서 위장 보훈자를 가려내고 모든 국민이 각자의 기능과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사기를 북돋워주는 것, 그것이 입법부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누가 순국을 선택할 것인가. 온갖 규제와 기득권중심의 정책은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바보 되는 세상으로 가는 망국의 지름길이지만 반대로 국민중심의 역지사지를 되새겨 관련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애국자의 길이다.

목숨을 바치는 순국은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한일전 축구 우승 때 감격에 목이 메어 울컥하면 그 감정의 씨앗이며 올림픽 대회 우승 때 애국가를 부르다 눈물이 그렁하면 순국의 DNA가 잠재된 것이다. 남의 아픔에 같이 통증을 느끼거나 위기상황에 간혹 의인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우리민족이 버텨온 이유이자 증거다. 혹시 여러분은 이기적이지만 상황에 따라 아닌 건 아니라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의협심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많은 매국노가 설쳐대도 우리나라가 유구한 역사를 지켜올 수 있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현 직분을 지키는 것 그것이 애국이다. 너도나도 다 서울대학교 가고 대기업 취직하고 공무원 된다면 누가 농사짓고 고기 잡고 건설 현장에서 땀을 흘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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