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갈 때 올 때 다르다
화장실 갈 때 올 때 다르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11.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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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사실이지만 아니라 말한다. 초심을 잃은 정치인이나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전후가 달라지면 이러한 표현을 인용한다. 어찌 용변 급할 때와 마친 뒤가 같을 수 있을까.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이 돈이 급할 때나 힘이 들 때, 또는 위기에 절박한 입장이 되었을 때는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절절매지만 막상 일이 해결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세부터 뒤로 제쳐진다.

필자가 업무적으로 부득이하게 문제점이나 부패상황을 알고 이를 지적하면 온갖 변명과 자기 합리화에 열을 올린다. 얼핏 들어보면 맞는 말 같고 그냥저냥 넘어가고 나면 돌아서서 비난을 일삼는다. 그래야 누가 들었을 때 앞뒤가 맞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옛날 아주 오랜 옛날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쯤 우리나라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에 화장실이 재래식에서 수세식으로 하나둘씩 변해갈 때의 일이다. 평소 같았으면 파리 애벌레들이 꿈틀대며 변소 바닥과 벽을 줄지어 행렬을 이루어 갔던 시절, 말끔한 백색 변기에 용변 볼 엄두가 나질 않아 고민하다 마치고 다음 처리를 할 줄 몰라 당황하던 때가 있었다.

혹여 아래쪽이라도 내려다보면 그 공포감이란 장난이 아니었다. 비라도 오는 밤이면 빨간 종이 줄까 노란 종이 줄까 하며 귀신이 주문한다거나 옆 칸의 소음(?)이 정제되지 않고 들리니 남녀가 무슨 구분이 있었으랴.

세월이 훌쩍 지나 양변기로 대체되고 비데까지 등장하면서 화장실은 일종이 문화공간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의 양심 실종은 수시로 눈에 띈다. 오죽하면 당신이 머문 자리는 아름답다며 추켜 줄까. 특히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는 파리 그림까지 그려서 정조준을 요구한다. 그나마 한국은 화장실 선진국이지만 중국이나 기타 동남아시아 변두리를 가면 상황은 최악이다.

언젠가 태국의 파타야 해변에 관광을 갔다가 허리까지 물이 차는 시점에 가이드가 한 말은 아주 난감하다. 혹시 화장실 급하신 분은 그 자리에서 크고 작은 것 가릴 것 없이 볼일 보시면 된단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말에 그 찜찜함이란 어찌 말로 할까. 인도는 더 말할 것도 없고 필리핀 시골은 화장실 자체가 없는 무개념이었다. 남 얘기 할게 아니라 우리나라 화장실 유래와 전설을 보면 처가와 화장실은 멀어야 좋다거나 화장실을 보면 그 집안의 청결을 알 수 있는 척도로 삼았던 때가 있었다. 그만큼 공백이 필요하거나 구석질수록 손님이 보기에 깔끔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오늘은 국제사회가 정한 ‘화장실의 날’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어찌 사고 한번 안 치고 수십 년 세월을 보낼 수 있을까. 차가 꽉 막힌 도로에서 오도 가도 못할 때나 공항에서 길게 줄이선 출입국 절차에서 갑자기 느껴지는 배설의 적신호는 형벌이나 다름없다. 오래전 단체 여행에서 일행 중 누군가 급해진 상황을 위기에서 모면해준 적이 있었다. 겪어본 자 안다 했던가. 고속도로 갓길에 급정차하고 대책을 세워주었지만 당사자의 얼굴은 잿빛이나 다름없었다. 배려는 이럴 때 쓰라고 지혜라는 옵션을 더해준 것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곤충까지 먹었으면 당연히 싸야 하는 것이고 용변을 불결하게 생각한다면 먹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신선한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잘 먹었으면 뒤처리도 신사와 숙녀답게 잘하는 것이 문화인이다.

몇 년 동안 다중이용시설인 뷔페를 운영하는 과정에 수많은 인파들의 화장실 문화 수준에 진저리를 친 적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휴게소 청소용역 직원의 전언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준은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다. 자기 집 같았으면 절대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까지 보탰다. 성형하고 화장하고 미용에 명품 옷 걸치면 뭐하냐는 말이다. 인격이 안 되면 뒤처리가 엉망이라는 충고다.

이제 살만하지 않은가. 과거처럼 파리 애벌레가 설치는 시대는 아니다. 간혹 비데가 없다고 학교 화장실에서 볼일을 못 보는 학생들이 하교할 때까지 참는 경우를 보면서 습관이란 참 무서운 거구나 싶다.

사람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 애견·애묘인의 인구가 천만 시대를 넘어가고 있다. 적어도 다섯집에 한 집은 개를 키우고 공원이나 놀이터에 산책하러 가기도 한다. 필자 또한 레트리버와 킹찰스의 뒤처리에 애를 먹기도 하지만 애완견의 배설물을 양심과 같이 버리면 이 또한 누구 것인지는 몰라도 버리는 당사자는 아는 것이며 치우는 누군가는 좋은 소리 할 리 만무다. 좋은 음식 먹고 나쁜 소리 들어가며 살아서야 안 될 일이다.

이쯤하고 의료분야 중 인체의 끝자락인 항문전문 병원의 의료진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당연히 늘 하는 일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거길(?) 쳐다보는 일이고 예상보다 많은 환자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아프고 싶어 아픈 사람이야 어디 있겠는가마는 일단 한번 고장 나면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게 그쪽이다. 당연히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자세한 건 인터넷 정보를 뒤져서라도 자기 관리에 신경 쓰는 게 상책이다. 건물마다 뭐 훔쳐 갈 게 있다고 화장실문을 걸어놓는지 급하게 찾았다가 막연할 때 당황하지 말고 뻔뻔해지는 배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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