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죄인 다음 차례는 당신?
코로나 죄인 다음 차례는 당신?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11.24 08:5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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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잠시 주춤하던 코로나19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국적으로 확진자도 증가하고 일명 깜깜이 환자들이 속출하면서 전파가능성은 속수무책 움츠러들고 있는 가운데 급강하한 기온처럼 매서운 겨울 날씨까지 한몫 더하고 있다.

특히 임용고시를 못 치른 일명 서울 노량진 발 수험생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어쩌다 운이 좋아 시험을 치른 다음 검진대상자로 지정되거나 확진자로 밝혀져 같이 시험을 치른 수험생까지 감염 우려를 낳고 있다.

어제도 서울 노량진을 다니던 강사로부터 학원에서 강의를 듣던 중학생이 감염되었고 함께 수업하던 학생들 또한 감염 경로에 포함되어 검사를 받는 등 전파 경로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일지 대략난감이다.

무색, 무미, 무취의 역병이 창궐하면서 죄 없는 죄인들이 무더기로 발생하자 알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간에 감염 경로가 된 사람은 옮겨진 사람으로부터 일단 원인 제공을 했다는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남의 일일까. 물론 아니다. 지금 이 글을 보는 독자가 될 수도 있고 글을 쓰고 있는 필자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내려앉고 먹고사는데 대한 신경이 민감해지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특정인만의 일이 아니다. 평소 같았으면 전파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있었을지라도

사람이 막판에 몰리면 극단적으로 자기중심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파자에 대한 원망, 분노, 심지어 좀비보다 더 무섭게 번지는 반인륜적 편견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평소 가까웠던 사이일수록 그 피해는 심각하다. 남이야 어차피 안면몰수하고 대놓고 비난하거나 너 때문이라는 인신공격형 말도 가능하겠지만 가족이나 친구나 심지어 사랑하는 연인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전파자이기에 앞서 자신도 원치 않는 경로로 인해 피해자가 되었음에도 심지가 타오르는 다이너마이트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너 때문이라는 이유에서 자유롭지 못한 전파자는 그동안 쌓았던 친분과 아름다웠던 추억마저 악몽으로 돌변한다. 뭐가 달라질 것도 없으면서 회복되지 못할 거리감과 한순간 무너져 내린 각자의 일상은 그 누구도 도와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 시점에 뭐가 필요한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알고 있듯이 전파자도 피해자라는 점과 누구든 전파라는 가해자가 될 수 있는 현실을 먼저 인정하고 감염은 치료하면 되는 것이므로 회복이후에도 마음까지 회복의 숙제로 남게 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코로나19가 유별나게 설치는 건 사실이지만 언제는 이 땅에 질병이 없었을까. 그 때마다 서로 으르렁 거린다면 현재의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그 지독한 경신대기근도 넘긴 민족이며 동족상잔의 비극에서도 거뜬히 일어난 저력이 있다.

마치 좀비처럼 번지는 질병의 확산에 대해 정신 똑바로 차려서 맞을 건 맞고 피할 건 피하는 긴장과 대안이 필요하다. 이쯤에서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명확한 구분과 그들에 대한 사회적 안배의 캠페인이 시급하다.

주변에서 확진되었다는 한마디에 무슨 큰 죄나 지은 것처럼 벌레 보듯 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강력한 격리조치와 확진자 스스로가 자신으로 인해 제3자가 옮겨지지 않도록 자가 치료의 지침을 지켜야 하며 주변에서는 따뜻한 말로 위로하고 격려해줄 수 있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

괜찮다, 그럴 수 있어, 나 역시 그렇게 될 수 있으니 남의 일이 아니야 하며 완치자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배려해야 한다. 어차피 매는 맞아야 하더라도 아픈 사람에게 마음까지 아프게 해서야 위대한 한민족이라 할 수 있을까.

우리 민족은 평소 지역감정에다 지지 않으려는 승부욕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는 말도 있듯 말도 많고 탈도 많은데 위기에서는 거짓말처럼 잘 뭉친다. 그랬으니까 오천년을 버텨온 게 아닐까.

이쯤하고 그만했으면 하는 바람 이지만 질병이 가란다고 갈 것은 아닐진대 어지간하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는 중국의 우한에서 출발했다. 신천지도 아니고 특정 정치인도 아니며 교회나 요양원도 아니다. 모두 피해자다. 마치 마녀사냥 하듯 사전에 프레임을 씌워 각을 뜨고 사포질을 해가며 만들어가는 죄인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설마 코로나19가 십 년 백 년 갈까. 언젠가는 어떤 식으로든 종식되겠지만 그 이후 어쩔 것인가. 불난 집에 잠자던 어린아이를 물고 뛰쳐나간 개를 사람을 물었다며 개잡듯 잡아버린 다음 그게 아니면 그땐 어쩔 것인가. 아니면 말고 일까. 요즘 분위기로 봐서는 누구든 자유롭지 못하다.

누구든 코로나19의 주범으로 만들어질 수 있고 여차하면 주범으로 몰려 개인이건 단체건 한 순간에 분말로 만들어지고도 남는 분위기다. 이래서는 안 된다.

역병이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 치지만 사람까지 사람을 잡아서야 될 일인가. 사람은 하늘이라 했다. 만인이 평등하며 모든 백성이 귀하고 그 인격은 누구든 사람위에 사람이 설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이 살기위해 죄 없는 남을 해하는 건 부득이하게 어쩔 수 없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기어이 벼랑 끝으로 여론의 이목을 편향되게 몰고 가는 건 역병이 그쳐도 다시 회복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러한 현상이 도처에 일어난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사람과 질병을 구분하여 사람의 마음까지 다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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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란 2020-11-24 13:02:16
맞는 말씀입니다. 자기가 살기 위해 죄 없는 남을 해하는 일은 이제 인류사에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이니까요

이민수 2020-11-24 10:29:13
맞는 말씀이십니다. 혐오문화가 사라졌으면 좋겠네요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