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가 어부 일을 같이한다면?
농부가 어부 일을 같이한다면?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12.0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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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농사를 짓던 농부가 물고기를 잡는 어부 일을 같이 한다면 아무리 유능한 농사꾼이라도 어느 한쪽에는 소홀히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물론 그럴수도 있겠지만 당초 농사 지으라고 논밭도 씨앗도 쟁기랑 누렁이도 한 마리 준 입장에서는 왠지 반쪽짜리 농민이라 생각되지 않을까.

문재인 정부 들어 입법부의 국회의원과 행정부의 국무위원을 동시에 겸직시킨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그랬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리를 떠났지만 흔적을 남겼고 이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내정되면서 줄줄이 이어지는 국무위원들의 행진은 훗날 어떤 식으로 기록될까.

국회의원은 고유의 업무가 있고 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각종 혜택은 물론 수행 비서와 의원실까지 배정하여 입법기관의 구성원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맡긴 것이다.

또한 장관 역시 일국의 정승으로서 해당되는 분야의 최고 수장이 되어 조직원을 다스리고 맡은 분야의 발전을 통해 국민의 복리증진을 추구하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

이미 김현미 장관이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국민적 반감은 물론 시도 때도 없이 내놓는 특별한 이슈로 인해 집값은 고삐 놓친 망아지나 다름없는 형국이다.

그러는 동안 자신의 지역구인 고양시의 지역 현안은 김현미 전 장관이 국회의원으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다 해냈을까. 했다면 비서진이나 보좌관들에게 기존의 업무에 의원의 역할까지 해내야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피할 수 없다.

아니라면 장관직을 수행하는 과정에 올인하지 못했던가 둘 중 하나는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또한 현역 겸직의 장관으로서 김현미 전 장관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처지다. 

현행 국회법 제29조에 따라 국회의원은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을 겸직할 수 있다.

20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흔적은 지울 수 없었는데 21대 국회에서도 이어지는 겸직 논란은 그동안의 관습일까 아니면 정당의 지지를 계산한 포진일까. 국민들이 그 깊은 속을 알 리가 있을까 싶다.

되짚어 보면 그동안 노무현 정부 8명, 이명박 정부 9명, 박근혜 정부 9명, 문재인 정부는 10명이었다. 우리나라는 입법·사법·행정, 삼권분립을 헌법에 명시하고 특히 입법부와 행정부 상호간 견제와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대통령제를 정부 형태로 채택하고 있는데 이는 영국이나 일본도 유사한 상황이다.

그동안 장관을 겸직한 의원은 장관직에 더 비중을 두며 국회에 투표권이나 법률안 발의도 가능하다.

피감기관의 장이 스스로에게 질문이나 청문의 대상이 되기도 하니 입법과 행정의 분리가 어려운건 사실이다.

겸직으로 인해 선출해준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만큼 본연의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없는 건 피할 수 없는 상황이며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 대표성이 배제되므로 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감시와 견제를 해야 할 입법부가 행정부와 분리가 안 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역대 의원들이 입법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바 있는데 이는 피가 터지는 상처를 스스로 꿰매라는 것과 다를 바 없거나 고양이에게 생선 관리를 맡기는 것과 같다.

스스로 하지 않는다면 제 3의 외부기관에서라도 겸직의 부실에 대한 냉철한 지적과 개선의 여지를 주장해야 한다. 종래에는 그 피해를 국민이 보기 때문이며 최근 내정자로 공식 발표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또한 동등한 상황이다.

행정안전부는 공직사회의 최고 수장으로서 행정에 대한 전문성과 국민의 복지에 대한 특별한 경력은 물론 고유의 기능과 역할을 해 낼 수 있는 노하우가 절대 필수적이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변호사 출신으로 경기도 안산 상록 갑 지역구에서 출마하여 3선을 역임하는 과정에서 해당 선거구의 철옹성이라는 이미지를 남겼다.

이미 오래전 경기도 안산은 천정배 전 의원이 법무부 장관을 지냈고 김영환 전 의원도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이번 전해철 의원이 입성할 경우 장관을 3명씩이나 배출한 정치의 숙성지로 알려지게 됐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장관처럼 국무위원 임명에 앞서 살벌한 청문회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문하는 국회의원들이 동료이자 향후 업무적인 협력을 통한 입법 행정의 원만한 진행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충돌보다는 협력을 통해 국태민안을 가져온다면 그나마 다행도 없겠지만 반대로 짜고 치는 판이 될 경우 그 폐해의 피해 또한 국민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시작부터 전해철 의원에 대한 옐로카드 한 장이 팔랑거리고 있다. 전 후보자가 노무현 정부 때 매입한 서울 강남 아파트를 지난 2018년에 매도해 약 15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며 야당의원이 발목을 잡았다.

2003년 7억에 가까운 아파트를 2018년 22억에 팔아 15억원을 챙겼다는 내용인데 전 후보자가 아닌 대한민국 누구라도 서울이나 수도권에 아파트를 샀다면 15년 정도 지나 두세 배로 오르지 않을 매물이 어디 있을까. 태클을 걸려면 명분이 제대로 있어야 한다. 이러니 야당의 어설픈 주장이 외려 국민들의 반감을 사는 것이다.

한때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도지사 자리를 두고 대판 벌인 적이 있는데 당시 했던 말이 현 정권과 충돌하는지 찾아보든가 치명적인 도덕성의 흠집이 있든가 해야지 누가 봐도 어설프고 당연한 일로 흠집을 낸다면 트집을 위한 트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문재인 정부가 지명한 국무위원의 새 출발은 어떤 식으로 마무리 될지 두고 볼 일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역병이 창궐한 시기에 국난을 이겨낼 지혜와 용기가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배는 항구를 떠났고 안전한 항해가 이어지길 바란다. 물고기는 어부가 잡아야 할 것이지 친하다고 농부한테 맡겨서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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