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동물권리의 날
세계 동물권리의 날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12.1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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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이른 새벽 암탉이 우는 소리에 외양간에 잠자던 황소도 마당의 누렁이도 눈비비던 시절이 있었다.

닭장에는 아직 식지 않은 계란이 옹기종기 담겨있고 한쪽 끝을 송곳니로 뚫어 쪽쪽 빨다보면 고소한 노른자의 목넘김은 그 맛이 일품이다.

사위가 오는 날엔 씨암탉 제삿날이고 멱을 따 보면 아직 출하 직전의 크고 작은 알들이 줄줄이 달려 있어 아이들 입안에 하나씩 분배가 가능했다.

잡은 다리를 가마솥에 푹 고우면 온 식구가 둘러앉아 다 배를 채울 만큼 양도 넉넉했고 특히 모래주머니의 식감은 쫄깃함이 식감을 더했다. 온 마당과 뒤뜰을 헤집고 다닌 덕에 근육질로 다져진 다리의 모든 부위는 닭발까지도 간식거리가 됐다.

이뿐인가. 간혹 친척 중 밝히는 사람이 있으면 키우던 개도 데리고 나가면 목줄 만들고 들고 들어오던 날도 있었다. 개는 직감적으로 죽는 줄 알면서도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마지막 순간까지 꼬리를 흔든다.

이런 과거가 세월이 지나 이젠 흔하디 흔한 계란을 마트 진열장에서 손쉽게 살 수 있지만 따스함도 고소함도 영양가도 예전과 같지 않다. 당연히 양계장에 가둬 놓고 사료에 항생제에 밤낮없이 전등을 껐다 켜가며 알을 뽑아대니 그 맛을 다시 볼 수 없게 됐다.

후라이드 치킨은 국민간식 1번으로 한 집 건너 치킨집이니 희소가치는 오랜 옛날얘기다. 크기나 육질이나 어디 비교가 될까. 과거의 동물이 한 식구였다면 지금은 고기나 부산물을 얻기 위한 사육일 뿐이지 그 외 어떤 의미도 없다.

인간과 동물의 공통점은 살아 움직인다는 것 외에 먹이사슬의 함수관계가 있다. 필요에 의해서 키우지만 누렁이가 장터의 소장수에게 팔려 나가고 텅 빈 외양간은 소 값으로 회복되지 않아 막걸리 몇 사발에 애환을 달래던 것이 우리민족의 심성이다.

작금의 육류시장을 보면 넘치는 공급에 귀한 줄도 모르지만 기계적 사육으로 인한 정감의 마비는 아이러니하다. 입고 있는 모피와 끼고 있는 가죽 장갑은 물론, 신고 있는 부츠까지 완성에 앞선 과정을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싶다.

탐욕이다. 도축 과정이나 분해 유통 과정을 제대로 안다면 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진대 여러가지로 안타까움이 든다.

오래전 추석 명절을 앞두고 물 먹인 소를 잡는다는 제보로 변두리 축사로 취재간적이 있었다.

소를 눕혀놓고 고무호스를 목구멍 안쪽까지 쑤셔 넣어 배를 채우는 잔인한 현장에서 그 얼마 안 되는 무게의 차익을 위한 인간의 잔인함과 욕심이 끝도 없다는 점이다.

모든 게 순리라는 게 있다. 지금이야 애완견 1000만 마리 시대에 개가 웬만한 사람보다 더 대우받는 세상이 됐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토종어류는 매운탕이 돼도 수족관의 열대어는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다 좋지만 우리 것의 소중함도 알아야하지 않을까.

동물보호의 진정한 노력은 무조건적인 떠받듦이 아니라 적절한 선이 있어야한다. 유해조류, 유해동물 등 공존할 수 없는 대상도 있지만 부득불 도축이 필요할 때 덜 고통스럽게 식량화 하는 것도 살아있는 생물에 대한 배려다.

필자도 동물애호가다 보니 이래저래 식구가 않은 편이지만 말 못하는 짐승을 학대하는 것만큼 비열하고 악의적인 인간은 없다.

자신보다 약자의 입장에 있고 학대해도 덤비지 못하는 점을 즐기는 가학적 행위는 가해자 당사자의 인격과도 맞물린다.

지상의 모든 동물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라 공존의 관계다. 그것이 어떤 용도로 활용되든 고통을 더하는 것은 엄히 다스려야한다.

요즘처럼 조류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 살처분 당하는 가금류들은 왜 죽어야하는지 이유도 모른다.

사람이야 살려고 백신개발에 온통 난리지만 동물로 태어난 게 무슨 죄일까. 작년 여름 키우던 하얀 아기토끼의 눈빛이 유난히 생각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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