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와 초과근무 수당
업무추진비와 초과근무 수당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12.11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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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일명 판공비로도 불리는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 등이 공무 처리를 위해 사용하는 돈으로 수당 이외에 직무수행을 위해 별도로 지급하지만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정해져 있다.

하지만 직무수행이라는 범위가 애매하여 다양한 용도로 사용 통로가 되면서 증빙자료 또한 별 내용이 다 포함된다.

공공기관의 경우 홈페이지에 업무추진비의 사용 내용을 공개하도록 정해져 있어 조금만 관심을 두고 찾아보면 국민 누구나 알 수 있지만 다들 먹고 사는 게 바쁜데 언제 턱 괴고 앉아 잘 찾지 못하게 만들어둔 내용을 볼 수 있을까.

어쨌거나 어느 기관 누구라 했다 가는 명예훼손이니 뭐니 하며 고소 들어 올까 봐 A시청, B군청, C학교, D소방서, E연구소, F부대, G우체국 등 알파벳으로 대신하고 소위 공직자들 중 허구 헌 날 업무추진비로 산해진미를 찾아다닌 흔적을 되짚어보자.

일단 부서마다 언론인과의 식사는 빠짐없는 약방의 감초이고 어떨 때는 같은 식당을 집중적으로 다니는가 하면 특정 공무원은 미리 긁어두고 지인들과 잔치를 벌이기도 하고 사무용품까지 특정 문구사에 구매하여 자녀들의 학용품으로 대체하는 사례까지 내부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

이점에 대해 들고 일어나면 그 당사자가 자신이 해당하는 것이라 자수하는 상황이 되니 입을 다물고 보기만 하면 된다.

물론 아닌 분들이 대다수겠지만 그런 일도 있다는 것이다. 업무를 추진하느라 밥은 먹어야겠지만 한두 건도 아니고 밥 먹기 위해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부분이 식대로 지출된다.

일반 백반집이 만원 미만인데 보통 한우나 고급식당이 아니면 상대를 안 해서 한번 고급화된 사람의 입맛이라는 게 쉽게 추락할 리 없다.

물론 식사 자리 라는 게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순기능도 있겠지만 점심때만 되면 우르르 몰려다니며 오늘은 뭘 먹을까. 저녁때만 되면 어디가 맛있는지 골라야 하는 행복한 고민이라면 당초 용도와 다르지 않을까.

민초들은 허리띠 졸라매며 결식아동이 수십만이고 삼시세끼 해결하는 게 목표이자 희망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소위 국가의 녹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때 되면 시간도 어기지 않고 지급되는 급여에 맛을 찾아 카드를 긁고 다니는 게 과연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도덕에도 어긋나지 않는 것일까.

이미 전국 곳곳의 언론에 보도된 사례만 해도 수십 건이 드러날 정도니 운 좋아 걸리지 않은 내용까지 드러난다면 경신 대기근에 양민에게 나눠줄 곡식을 가로채는 얌체 관리와 다를 바 없지 않을까.

현재 상황은 전시나 진배없다. 총알이나 포탄이 떨어지지 않을 뿐이지 서민들의 삶은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형국이고 시기적으로도 국민의 공복이니 머슴답게 자중하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다음 초과근무 수당에 대해 알아보자. 이미 오래 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공직자들의 용돈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있었던 사안이다. ‘열 순경이 도둑하나를 못 잡는다’고 했던가.

업무가 많아 늦게까지 수고하는 직원들에게 일한 만큼 수당을 더 주는 것이야 당연하고 어설픈 잔무는 사실상 제대로 대우받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어디 가나 있는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머리 굴리며 얌체 짓에 시간 보내다 야간수당까지 챙기는 일부 공직자들의 행태는 전체를 욕 먹이는 좀벌레나 다름없다.

필자가 오래전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현장취재를 하면서 겪은 일 중 체크 시간이 되면 내부에서 일 마치고 정맥 체크로 시간을 찍어야 함에도 외부에서 슬리퍼 신고 들어오는 자, 심지어 한잔 거나하게 취해서 비틀거리며 오는 자, 승용차에 서너 명씩 타고 단체로 입성하는 무리까지 다양하게 너도 나도 안 타는 자만 바보 되는 현장을 취재한 바 있다.

명백한 도둑질이고 시간이 흘러 인근 지자체의 시민단체들이 그동안 해먹은 수당 토해놓으라고 기자회견을 발표하고 집회까지 벌이는 사태로 확대된 바 있다. 물론 많은 좀도둑한테 찍혀서 욕은 배불리 먹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대폭 개선된 것은 성과였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인지 청렴과 투명을 외치는 작금에도 이 같은 행태는 여전히 더 교묘한 방법으로 근절되지 않고 있다. 간혹 언론보도를 통해 터지는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보면 초과수당 외에 눈먼 돈은 지천으로 널린 듯싶다.

특히 국방비리는 방위산업체를 경유하여 실무진들의 주머니로 들어 갔다가 재수 없게 걸려서 조사가 벌어지지만 너도 나도 대추나무 연 걸리듯 걸려 있다 보니 몇 번의 재판을 거치면서 집행유예나 무죄로 방면되기 일쑤다.

해먹은 자가 입 여는 것보다 다무는 것이 모두를 위해 상부상조의 친목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자행되어 오던 부패의 온상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직접 해먹는 좀도둑은 그나마 눈에라도 띄지만 업무 관련 정보를 빼돌려 부동산 업자들에게 투자를 통한 고차원적 나눔의 문화는 자신들만 아는 부패라 할 수 있다.

누군가 부당이득을 취했다면 누군가의 손실을 전제로 메워지는 게 사회적 경제 논리의 기본이다.

그럼 대안을 제시해보자. 기관의 문제는 언론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지적하여 보도하고 시민단체가 개선을 요구함으로써 변화가 생기는 것일진대 언론의 환경은 열악하고 NGO단체는 사회단체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목줄을 잡고 있는 기관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다.

유일한 해결책은 국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이다. 국민들이 관련 기관 홈페이지를 찾아보고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 되었는지를 깨닫는 것이며, 첨단 정보 시대의 걸맞은 판단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침묵은 묵시적 인정이라 했다. 그것조차 귀찮으면 후손들도 부패한 환경에서 살게 될 것이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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