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고 뺨치고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
어르고 뺨치고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12.1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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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동네 아이들이 동심에 어울리며 놀다 보면 좀 약아빠진 아이가 순진한 아이를 놀려 먹는 과정에 엉뚱한 말로 시선을 돌리고 다른 한 손으로 가진 것을 몰래 빼가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일명 어르고 뺨치는 경우인데 1970년대 장발의 청년 뒷주머니에 자랑스럽게 꽂고 다니던 장지갑은 소매치기에게 1순위로 손꼽히는 표적 이었다.

어깨를 쳐서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지갑을 털어가는 장면과 일명 손가방 털이는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나 열차 안에서 흔히 있는 일이었다.

간호사가 주사를 놓을 때 주삿바늘이 꽂혀야 할 자리 외 주변을 툭툭 치는 것 또한 통증을 잠시나마 분산시키기 위한 일종의 심리적 방법이다.

지금이야 촘촘히 설치된 CCTV나 과학적인 수사 방법이 동원되어 꿈도 못 꾸겠지만 예전에는 직업적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얼마나 후진국형 범죄였던가.

하지만 세월이 훌쩍 지난 작금에도 어르고 뺨치는 경우는 여전하다. 일명 타인의 눈과 판단력을 흐리게 해서 이익을 챙기는 족속들인데 당하는 입장에서는 땅을 칠 노릇이다.

취재를 하다 보면 별 해괴한 경우를 접할 수 있는데 피해를 보고도 짹소리 못하고 후회하는 것은 그 원인에 피해자의 욕심이 결부되었으며 현행법을 교묘히 피해 가는 수법이기에 어디 가서 말도 못 하는 게 현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세상에 싸고 좋은 건 없다.

중고차 매매상들의 미끼 상품도 알고 보면 구매자들의 공짜 심리와 좋은 차를 싸게 사려는 욕심이 원인으로 제공되었기에 거래 질서가 걸레가 되는 것이고 말이 좋아 네트워크지 다단계의 피해자들도 일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떼돈을 벌려는 투자가 전제되었기에 형법은 아예 안 먹히고 민법도 못 이기지만 이겨 봐도 판결문은 종잇조각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마음먹고 덤벼든 가해자를 어찌 당하겠는가. 그렇지만 욕심이나 그 어떤 사심도 전제되지 않은 순수한 피해자들은 해마다 그 범위가 증가하고 있다.

차라리 넉넉한 상황이라면 없는 셈 치기나 하지 많게는 수십 년 동안 소위 먹을 거 안 먹고 입을 거 안 입고 모아둔 쌈짓돈을 보이스 피싱 당하면 세상 물정에 어리숙한 어르신들은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게 된다.

같은 범죄라도 벼랑 끝에 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앞둔 사람을 상대로 피해를 주었다면 이는 사망 원인을 제공한 것이며 그 죄가 더욱더 중하다 하겠다.

사람이 위기에 몰릴수록 판단력이 흐려져 보이스피싱 가해자들의 거짓 전화에 속기 쉬워지는 법이다. 이럴 때 국회에서 필요한 입법 사안이라면 국정원법, 남북한이 어쩌고 필리버스터가 저쩌고 가 아니라 고의적 경제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법을 강화시키는 것이 급하다.

이쯤에서 전자는 욕심이 화를 부른 것이고 후자는 자신도 모르는 게 죄가 되는 경우라면 마지막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는 무슨 죄일까.

바로 죽어라 일하고 노력해도 앞지르는 집값이나 치솟는 물가나 달라지는 제도로 인해 과정이 물거품 되는 경우는 누구를 원망해야 하고 그 어디에도 대책을 물을 수 없는 경우다.

현재 시국은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사태에 직면한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도 확산하는 감염자 수는 어디서부터 어떤 식으로 예방해야 옳을지 마냥 마스크만 믿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망국의 징조는 성의 타락이며 사이비 종교의 극성이다. 이성과 본능의 경계선에서 불안정한 상황에서 시작된 이성의 마비는 본능적인 말초신경만 자극받을 뿐 가치보다는 흥미가 앞장서기 때문이다.

며칠 전 조두순 출소에 대한 현장 취재를 나갔다가 발 디딜 틈도 없이 몰려든 지역 주민과 일반 시민들의 밀집 현상은 국민적 공분이라는 명분하에 그 누구도 제지하지 못하는 아수라장이었다.

정부는 확진자 1,000명 초과라는 결과치 앞에 3단계 격상을 우려했지만, 분노는 방역수칙도 소용없는 현상이다.

코로나19가 눈이 있어 조두순 주거지를 피해가고 박쥐처럼 낮에는 못 다니다가 정부가 규제한 밤 9시가 넘어야 설친다는 논리인가. 최대한 감염을 피해야겠지만 앞뒤가 안 맞는 대책이 한두 곳이 아니다.

지금이야 국민들도 알 거 알아서 안 먹히지만 한때 선거할 때만 되면 북한의 전투기가 서울 상공을 빙빙 돌아준 적이 있었고 금방이라도 전쟁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에 순진한 국민들에게 여당 찍어라,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 간단 하던 시절이었다.

일명 어르고 뺨치는 경우다. 일정 부분을 부각해 시선을 돌리게 하는 동안 정작 필요한 부분이 소외 시 되면서 여론에서 잊히는 시선 돌리기가 이제는 개선되어야 한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정면을 응시할 수 있어야 똥과 된장이 구분된다. 국민들은 범람하는 가짜뉴스에 판단이 흐려지고 잘 되면 내 공 안 되면 정부 탓이다.

열차의 기관차를 흔든다고 느린 기차가 더 빨리 달릴까. 최근 야당이 주장하는 K방역의 실패를 정부 탓으로 돌리며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내려다가 되레 반발심만 사고 있다. 이제 국민이 조금씩 눈을 뜨고 있다.

언론의 발표도, 여론조사도, 특정 사건을 부각하기 위해 프레임 작업을 하는 것도, 조금씩 눈치를 채고 있다. 이러다가 망태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와도 눈도 깜빡 안 하는 세상이 온다면 그땐 어쩔 것인가.

정권과 정부가 분리되어 국민 속에 국민을 챙기는 세상이 와야 한다. 여러 번 어필했지만, 쥐도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사흘 굶으면 편의점 빵을 훔치지 않을 사람 없을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특정 뉴스에 정작 필요한 소식들은 점점 더 잊혀간다.

이래서는 안 된다. 가치와 흥미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아야 이듬해 뿌릴 볍씨와 당장 밥해 먹을 양곡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 시력이 좋아지면 패를 잘 주는 것 같아도 밑장 빼는 장난질은 못 하니까 말이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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