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민 갈등 부추기는 정책 재고돼야
민민 갈등 부추기는 정책 재고돼야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12.1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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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공무원이 되려면 시험을 거쳐 합격해야 하고 업무를 부여받으면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당연하다.

분야별로 각기 다른 고유의 실무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론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만큼 국민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며 국민의 행복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

입법을 통해 현실에 필요한 법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일을 맡은 시·도·국회의원과 그에 관련된 직·간접 업무를 맡은 이들과 이들이 정한 법을 토대로 행정을 실천하는 행정기관의 많은 공복들이 그러하고 정해진 법의 준수에 대해 잘잘못을 구분하여 벌하는 것이 사법기관이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한정된 인원에 완벽하게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이 한계가 있다. 마치 아무리 산불단속을 해도 년간 수십 차례 대형 산불이 나는 건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것과 같다.

강력범죄도 그렇지만 사소한 주차, 신호위반, 개정된 법률안을 보면 일반인이 자칫 어기기 쉬운 생활 속의 위반행위가 한도 끝도 없다.

알고도 안 지키는 것도 있지만 실제로 정말 몰라서 못 지킨 것도 죄가 되니 수시로 달라지는 제도에 대해 알아두는 것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다.

서두가 긴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하는 일이 완벽할 수 없다는 전제를 둔 것인데 최근 정책을 보면 책상머리에 가만 앉아서 날로 먹으려는 심보가 보인다. 신호위반하다 안 걸리면 나름 다행이고 그러다 사고 나면 독박 쓰는 걸 인정해야 한다.

신호를 위반하라는 게 아니라 운전 도중 화장실이 급하거나 집에 가스 불을 안 끄고 왔다면 신호 준수보다 더 급하니 위반에 따른 처벌을 각오하고서라도 달려야 한다.

문제는 단속카메라나 교통경찰보다 사거리에 대기 중인 일반 차량들의 블랙박스에 찍혀서 신고당할까 염려되기 때문이며 암행단속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인데 근본적으로 준법정신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난번 어필한 파파라치의 등장은 단속해야 할 공무원들이 같은 국민들에게 서로 일러바치면 포상금을 준다며 민민 갈등을 조장한 점이 최근 거듭 업그레이드 되고 있어 어이상실이다.

코로나19 방역조치와 관련하여 마스크를 쓰지 않은 고객이 영업장에 입장할 경우 업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인데 마파라치들이 극성을 부리며 업소들이 줄줄이 부과 대상이 됐다.

이 어려운 와중에 남이야 망하든 말든 포상금으로 알바를 하는 이들이 성행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해서는 안 될 일을 국민건강 담보로 파렴치하게 행하는 것이다.

어제 발표된 현금영수증 관련 발표 또한 유사한 전제를 달았다. 세금징수의 사각지대였던 고시원과 미용실, 옷 가게, 그리고 반려동물용품 가게에서도 10만 원 이상 거래를 하면 무조건 현금영수증을 받도록 의무화되는데 이를 어길 경우 금액에 20%에 해당하는 가산세를 부과 받을 수 있다.

만약 현금영수증을 주지 않는다면 국세청에 신고하여 거래금액의 20%를 포상금으로 받을 수 있다.

세금징수의 폭을 넓히는 건 조세를 강화하는 방법 중 하나지만 사용자에게 신고자로 만드는 건 국민들 간에 이간질을 하는 것과 같다. 계도하고 홍보하고 스스로 영수증 발급을 현실화하도록 하는 것이 정석이고 그동안 국민들을 위해 군림하며 제때 월급 받고 살았던 공복으로서의 자세가 아닐까.

어느 날 갑자기 징수 방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서로 일러바치도록 제도화 하며 포상금까지 건다는 발상은 대체 어떤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안일하고 무식하고 근시안적 발상일까. 서민들의 살림을 한 치라도 이해한다면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최소한 민민 갈등의 포상금 운운하는 이간질 정책만큼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최근 여당이 들고 나온 임대료 멈춤 법 또한 갈등이라는 화약이 담긴 상자에 불붙이는 격이다.

임대료 임차인 갈등 또한 마찬가지다. 관여해야 할 부분과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는데 관심을 끌만 한 소재라면 구분을 못 하고 찝쩍거리다 보니 꾹꾹 눌러 참았던 인내의 뚜껑을 여는 것과 같다.

더불어민주당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임대료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장사가 멈추면 임대료도 멈추게 하는 임대료 멈춤 법을 발의했다.

멈추란다고 멈춰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유재산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르고 시도하는 생색용 정책이다.

누구나 자신의 재산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고 각 개인 간의 임대계약은 위치, 넓이, 기간, 주변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줄자도 재도 안 될 일을 막대자로 재면 어찌 재어질까. 이러니 현실을 모르고 말이 앞선다는 소릴 듣는다.

야당에서도 정부의 방역정책으로 중단된 영업을 임대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로 치부하고 있다고 성토한다. 이러니 야당도 국민의 신뢰를 못 얻는 것이다. 말대로 하면 방역지침을 실행 안 해야 옳은 것인가.

참으로 힘든 상황이지만 임대료를 못내는 건 각 개인 간의 일이니 차라리 정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닌 만큼 비현실적인 개입이나 생색을 내지 말자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추위에 대한 정책을 세우려면 영하의 날씨에 떨어보고 세워야 하며 취약계층 급식예산도 직접 먹어보고 양과 질을 확인한 후 공급해야 한다.

오직 책상머리에 가만 앉아서 머리로 해결하려니 손도 안 대고 코풀며 민민 갈등만 초래하는 것이다. 권불십년이라 했다. 그러니 철밥 통이란 소릴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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