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탓할까? 자업자득의 논리
누구를 탓할까? 자업자득의 논리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12.28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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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사람은 누구나 잘 되면 내공 안 되면 남의 탓을 찾는 본능이 있다. 물론 초긍정의 내공이 쌓인 사람이라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자기중심의 수익본능은 위대한 철학자나 성직자가 아닌 이상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세상이치다.

먼저 어필하자면 싸고 좋은 건 없지만 그걸 찾다 보니 제공자가 생기는 것이고 그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당한 일들은 주고받는 자 모두 공범인 셈이다.

땀 흘려 일해서 농사 지은 작물은 씨앗과 인건비와 유통비 그리고 최종 매장의 이익까지 전제되어야 하는데, 구매자는 빛깔 좋고 탐스럽고 싱싱한 것만 선택하는 게 당연하며 제공자는 농약을 몇 번이고 쳐야 가능하므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과정에서 생성된 친환경·유기농법 등 자연 재배 방식이 생겨나고 경제보다는 건강을 생각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다 보니 너도나도 가짜 유기농이 독버섯처럼 생겨나 진짜 친환경 농산물의 가치를 추락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 갈 것은 너도나도 다 친환경 유기농 찾으면 나머지 서민들은 건강에 해로운 작물을 먹어야 한다는 이론적 결론이 나온다. 어쩌겠는가 돈 없으면 알고도 구매할 수밖에…….

여기까지는 시장경제 논리라고 치고, 중국산 굴비를 들여와 물감 칠해서 국산이라 속이고 러시아산 명태도 강원도 대관령에서 말리면 국내산으로 변하는가 하면 심지어 수입소도 한우로 둔갑하는 세상이다.

찾는 이가 있으니 파는 이도 생기는 것이다. 미성년자 성매매나 동영상이 돈이 된다는 것은 성 구매자가 있기 때문이며 적당한 사기를 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 된데 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우리 모두의 탓이다.

고객이 짜고 매운 걸 찾으면 주방장은 소금과 매운 향신료를 퍼부을 수밖에 없고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기사로 흥미를 유발해야 독자들의 관심을 끌수밖에 없기 때문에 언론은 가치보다 흥미 쪽으로 기울게 되는 것이다.

물론 유구한 역사와 방대한 자료를 쌓고서도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SNS와 포털에 공감대를 뺏긴 결과에 봉착했지만 이 모두가 제공자와 구매자의 공동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오랜 취재 과정에서 보고 듣게 된 경험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밤 새도 못 하겠지만 사회정의는 근본적으로 의식수준의 변화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물론 지리적으로 외세에 시달리고 양대강대국의 틈바구니에 있다 보니 여러 가지로 이념적 대립과 분열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도 우리나라의 타고난 팔자다.

결론적으로 빛깔 좋은 과일만 싸게 살려 하지 말고 벌레 먹은 것도 사 줘야 농약 안 치는 것이며 추수 과정에 낙과 되어 멍든 것도 구매해서 깎아 먹는 마음의 넉넉함도 필요한 것이다.

자연이 준 농산물을 벌레와 나눠 먹을 수 있는 아량, 굴비의 때깔 보다 키운 어부의 정성을 생각하여 좀 작고 못 생겼더라도 웃으며 살 수 있는 여유는 없는 것일까. 어제는 경북 어느 시골 마을로 취재를 다녀왔다. 화훼사업을 하던 귀농인으로부터 국화꽃을 재배하던 시기에 알게 된 점은 수요가 장례식장이다 보니 모양이 중요하고 몇 년간 농약을 치다 사람 잡겠다 싶어 포기했다고 한다.

어느 농가에서는 가을철 수확한 배에 성장촉진제 주사를 놓지 않으면 신맛이 높아 단맛을 내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듣게 된다.

모두 고객 탓이다. 출하 전에는 적당히 신 것이 당연한데 과정이야 어떠하든 입에 달고 눈에 보기 좋은 것만 찾는 소비자가 첫째 원인이라는 원망 앞에 달리 둘러댈 변명이 없었다.

하지만 피하지 못할 상황이 아닌 안 해도 되는데 욕심이 과해 벌어지는 비리가 있다면 이는 어쩔 것인가. 가령 제약회사가 의사한테 로비하고 의사가 처방전에 특정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약품을 기재한다면 약국에서 얻어지는 이득은 누가 부담할까.

당장에 환자가 고액을 내는건 아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는 기관에서 지급하는 돈이 결국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논리는 돌고 돌아 누군가의 이득을 대신해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로비는 어제 오늘 일도 아니지만 일반 의사들의 급여가 천만원대를 육박한다는 것을 안다면 과욕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쓰는 칼럼에는 많은 의견들이 제시된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월급을 낮추고 봉사 직으로 돌려야 한다거나 이번 기회에 검찰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나기를 바란다는 등 평소 품었던 말들이 소나기처럼 댓글로 쏟아진다.

좀 더 드러내고 어필하자면 누가 권력을 잡든 마찬가지다. 벌벌 기던 사람이 완장을 차면 본능적으로 거만해지고 순진하던 시민도 시의원이라도 한번 하고 나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제법 똑똑해지고 사회성도 달라진다.

결론적으로 누가 권력을 잡든 돈을 많이 벌든 다나름의 과정이 있었을진대 따라 하거나 노력하지는 못할망정 성토만 한다면 아니 함만 못하다 할 것이다.

차라리 조용히 입 다물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순응하며 사는 것이 스트레스 덜 받는 지름길이다.

가난한 사람은 항생제 먹은 활어회도 감지덕지고 여유있는 사람은 바다 낚시로 자연산을 먹을 수 있는게  현실이다.

사업이 안 되고 직장 다니는게 힘들고 죽지 못해 산다한들 지나고 보면 이 또한 그럴 땐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며 죽을 것만 같이 힘들어도 살아지는 게 인간의 삶이다.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아침이 오더라도 눈을 뜨지 않고 싶은 날들을 숱하게 보내다 보면 이 또한 지나감을 알게 된다.
부정함의 끝자락에는 아닌 것 같아도 모두가 공범이며 해결책은 의식의 변화인데 적잖은 과정이 필요하고 그 출발은 한 방울의 물에서 시작되어 강물처럼 흘러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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