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별 소방시설이 다르니, 대피법도 달라야 한다.
장소별 소방시설이 다르니, 대피법도 달라야 한다.
  • 오산소방서 화재조사관 소방장 황인호 kmaeil86@naver.com
  • 승인 2020.12.2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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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소방서 화재조사관 소방장 황인호
오산소방서 화재조사관 소방장 황인호

지난 12월 1일 경기도 군포시 소재 아파트 화재로 4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쳤다. 사상자 중 작업자 2명을 제외한 9명의 사상자는 입주민으로 화재사실을 인지하고, 신속한 대피 과정에서 오히려 봉변을 당했다.

이는 2019년 3월 소방청에서 범국민 역점시책으로 선정한 ‘불나면 대피 먼저!’의 교육·홍보 시책과는 반대되는 상황이다. ‘불나면 대피먼저’ 시책은 서울시 은명초등학교 화재, 신촌 세브란스 병원 화재 등 많은 국민을 살린 교육시책이었다.

그런데 왜! 군포시 아파트 화재는 반대 결과가 나왔을까? 그 답은 획일적인 소방안전교육에 있다. 장소별 소방시설과 방화구획이 다른 만큼, 대피 방법도 장소별로 달라야 한다.

2010년대 이후 건설된 대부분 아파트 계단실은 특별피난계단으로 방화구획되어 계단실을 통해 대피할 수 있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 건설된 아파트의 계단실은 방화구획이 없어, 화재 층 상부로 대피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특별피난계단이 없는 아파트는 오히려 세대 내 대피공간에 머물거나 경량 칸막이를 통해 옆 세대로 대피해야 한다.

원룸과 다세대주택은 어떨까? 출입문은 방화문이 아니고 계단실도 특별피난계단도 아니므로 방화구획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경우에는 신속하게 지상으로 피난하거나 완강기를 이용해 탈출 해야한다.

대피 시기가 늦었다고 판단될 때는 현관문과 화장실 문을 얇은 이불이나 옷가지를 사용해 유독가스를 막고 대기해야 한다. 보통 주택화재는 평균적으로 30분~40분 정도 화재가 진압되기 때문에 최대한 버텨야 한다.

물류창고나 지하실에 머문 경우는 어떨까? 샌드위치 패널로 구성된 물류창고와 지하실의 유독가스는 5분 정도면 구획실 전체를 덮어 대피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물류창고나 지하실에 있는 사람은 평소 대피로를 확인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다시 군포시 아파트 화재 문제점을 집어보면, 사상자들은 유독가스로 인해 옥상 비상구 식별이 불가능했고, 오히려 엘리베이터 권상기실을 비상구로 오인했다. 이 행동은 타 화재 현장 사상자에게도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행동패턴이다.

퍼킨제 효과로 비상구 표시등을 녹색으로 규정되어있으나, 상부에 설치된 비상구 유도등은 유독가스로 인해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피난하는 사람의 패닉 원인은 검은 유독가스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고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측광 도료반사테이프 등으로 이들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꼭 기억해야 할 사항이 있다. ‘불나면 대피 먼저!’에서 대피가 꼭 밖으로 대피를 의미하지 않는다. 대피해야 할 장소는 오히려 현재 내가 있는 곳이 가장 안전한 장소일 수 있다. 우리는 불나면 안전한 장소로 대피를 먼저 해야 하는 것이 모범답안임은 분명하다.

다만, 안전한 장소의 개념을 장소별 소방시설과 방화구획을 적용하여 선정해야 한다. 평소 화재가 발생할 만한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화재 발생 지점에 따라 안전한 대피장소를 선정해야 한다. 오늘 내가 있는 곳의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소방시설과 방화구획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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