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천하는 진실 추적 나눠지면 달라질까
변천하는 진실 추적 나눠지면 달라질까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1.0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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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약 80여 년 전 순사가 오면 울던 아이도 그친다는 시절이 있었다.

일본의 식민지하에 숨죽여 살던 때의 일인데 광복이후 일제의 지배시스템이 미국의 묵인속에 그대로 한국 경찰이 이어받았고 이에 대한 흔적은 반민특위 구성 과정에 역력히 드러났다.

6·25 전쟁이 지난 이후에도 변함없이 그 틀이 흔들리지 않았고 시대가 변하면서 근무자들은 새로운 인재로 달라졌으나 검찰도 법원에서도 일부 문서나 각 주의 명칭까지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제는 한국다운 법의 기본 틀이 갖춰 질만 함에도 그게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필자가 오래전 칼럼을 통해 밝고 친절한 검찰상을 거론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이러하다.

괜히 언론개혁 해보겠답시고 나댔다가 같은 기자들의 음해로 인해 한참이나 시도때도 없이 불려 다니던 시절, 조사과정에 겪는 분위기는 일단 범죄자로 지명해 놓고 짐작가능한 정황과 증거까지 다 갖춰놓은 다음 확인 차원에서 불려가니 어떤 설명을 하든 변명으로 비춰지고 반말에 으름장은 기본이다.

심지어 봐줄 테니 원하는 걸 말하라는 회유식 조사까지 겸한다. 물론 기망에 의한 진술은 효력이 없지만 한번씩 장시간 조사를 받고 나면 불안과 공포에서 분노와 절망감이 뼛속까지 스며든다.

한두 번도 아니고 허위로 고발하는 놈이나 조사하는 놈이나 그놈이 그놈이란 생각과 어렵사리 공부해서 검사가 되고도 똥과 된장도 구분 못 하는 현실에 대해 고급 수사력이 낭비된다는 안타까움만 더해진 숱한 날들이 있었다. 일기장이 없었으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날들이었다.

영화의 한 대목처럼 “나 대한민국 검사야”

검사, 무소불위의 검사도 자꾸 반복해서 보다보니 안쓰러움이 더했던 날들이었다.

아닌 걸 맞는 걸로 맞추려고 애쓰는 모습에 비해 경찰의 조사과정은 동주민센터 등본 발급해주는 직원 정도로 느껴졌으니 간혹 불려가는 일반 시민들은 얼마나 문턱이 높을까 싶었다.

이때 작성한 칼럼이 밝고 친절한 검찰이었다. 절대 웃지 않고 굳은 표정에 으르렁 거려야 범죄가 밝혀질까. 어쩌면 웃는 낯에 알아서 부는 비중이 더 높지 않을까. 험악한 조폭이나 상습적인 지능범이라면 엄포를 놔야 불지 모르지만 웬만한 참고인이나 피고는 검찰이라는 두 글자 앞에 그리 머리 굴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한편으로는 측은했다.

사무실이 검찰청 앞이다 보니 식당에서도 만나고 편의점이나 술집에서도 더러 마주치게 되는 똑같은 사람이다. 업무적으로 정색하며 특권의식에 갇혀 살아야 하는 직무상 환경이 마치 보이지 않는 창살에 갇혀 사는 듯한 안쓰러움이었다.

사람 냄새를 풍기지 못하고 늘 무게 있는 행보를 걸어야 하고 재미있는 공연장이나 품바타령에 욕설이 섞인 엿장수 판에는 갈 수도 없는 분들로 비춰졌다. 한번씩 다부지게 시달리고 나오다 보면 언젠가 검찰개혁이 이뤄지고 특권의식을 상실하는 날이 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그런 바람은 10년도 넘은 일이었고 다들 변호사 개업한 이래 방문했을 때 필자는 갑의 입장이 됐다.

세월이 지나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의 피치를 내걸고 추와 윤의 전쟁이 벌어질 때 관중의 한 사람으로서 지켜봄직했다.

그동안 부러진 화살이나 여검사의 내부폭로는 물론 어느 젊은 검사의 자살로 매듭진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언젠가 일선 검사들도 밝고 친절하게 조사할 수 있는 날이 오리란 기대를 해보았다.

그동안 검찰이 놓지 않으려고 애쓴 부분 중 하나가 기소권이다.

가령 독자 여러분 중 강도에게 상해를 당하고 귀중품을 빼앗겼다고 직접 같은 보복을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다. 법적으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보복은 형벌권으로 대체되어 개인의 손에서 국가로 넘겨졌고 국가는 범죄자에 대한 형벌권이 사법부에 있으며 이에 대한 권한을 부여받은 검사만이 법원에 형벌권의 발동을 촉구하는 공소의 제기, 즉 기소권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나눠 갖자 하고 검찰은 안 뺏기려고 하던 긴 시간들이 있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공수처의 수사권 분리 운운하는 것이 바로 이 기소권에 힘을 빼는 것이기 때문에 다들 생난리를 치는 것이다.

평소에 좀 잘했으면 국민들이 어떤 평판을 했을까 이미 달이 차서 기울 듯 서서히 검찰의 문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적 대안으로 어제 ‘국가·자치·수사'로 분리된 경찰 치안 체계가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시·도 경찰청을 중심으로 하는 자치적 치안, 국가수사본부와 전문 수사 조직을 중심으로 한 일차적 경찰 수사 시대가 개막했다.

자세한 내용은 독자들도 손품을 팔아 직접 확인해보길 권해본다.

이에 따라 서울청은 지난 1991년 이후 약 30년 만에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에서 서울특별시경찰청으로 이름을 바꿔 공공안전·수사·자치 3차장 체제로 운영된다. 이러한 여파는 민간시장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그동안 판·검사를 퇴직하면 변호사로 검찰 계장을 퇴직하면 법무사로 경찰을 퇴직하면 변호사 사무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였다. 당연히 일감 따오기 쉽다 보니 퇴임지역을 배제하는 규정까지 등장했다.

모든 게 변한다. 이젠 명탐정 셜록 홈스가 판을 칠 세상이 오고 있다. 공직자로서 한계가 있지만 민간 사설탐정은 운신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탐정업무와 관련해 등록된 민간자격 발급 기관에 대한 현장 지도·점검을 거쳐 작년말 이들이 탐정 명칭을 담은 민간자격증을 발급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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