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여주인의 쓸쓸한 죽음
노래방 여주인의 쓸쓸한 죽음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1.07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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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매일 김균식 회장
▲ 경인매일 김균식 회장

오늘도 한파가 기승을 부리면서 수은주가 영하 15도를 웃돌았다.

전국적으로 차가운 날씨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얼마 전 경기도 안산의 노래방 화재 사건이 상기되는 건 여전히 한국사회의 사각지대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이 열악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라 하겠다.

코로나19로 집합 금지 명령이 떨어지면서 유흥주점과 노래방은 대표적인 표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직종이든 직업에 귀천이 없다면서도 막상 타 업종과는 달리 사치나 위락업종으로 치부되면서 같은 피해 상황에 미운오리 취급을 받았다.

평소 술 한 잔 거나하게 취하면 2차로 가던 노래방, 돈만 주면 도우미도 부르고 비즈니스는 물론 친목과 인맥 형성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던 곳이었다. 한국의 지하경제는 310조원으로 국민총생산 대비 약 20%에 육박하고 이는 OECD국가 최상위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불투명한 돈, 접대비라는 명목으로 회계처리가 가능한 이 비용의 상당 부분은 유흥업소나 골프장 기타 고급식당에서 쓰여 지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로비스트들의 활동범위가 축소되자주고받는 형태마저 다양한 수법으로 발전해 간다.

제약회사가 전문의에게 전달되는 로비, 뿐일까 작게는 구멍가게에서 현금 주면 할인해 주는 것부터 열거하면 밤새 해도 모자랄 만큼 한국사회의 주고받는 문화는 근절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제아무리 김영란법이 대외적으로 공표되어도 주고받은 당사자들이 죽어도 그런 적 없다면 증거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에 사법기관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쯤하고 노래방이나 유흥주점의 사회적 기여도는 도덕성의 잣대로 잴 것이 아니라 온갖 위험 요소가 따르는 만큼 직업의 하나로 인정받는 인식이 필요하다.

제정신으로 쇼핑하는 고객도 천차만별이라 별진상이 다 있는데 술 취한 상태에서 온갖 주정 다 받아줘야 하고 간혹 불법으로 도우미 부르고 노래방에서 술 팔았다며 신고 운운하는 양아치도 받아줘야 한다.

이런 업종이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경로로 알려지자 가장 먼저 휴업조치를 받았고 주류회사 술 반입부터 안주류는 물론 대리기사와 아침 해장국집까지 줄줄이 도산 위기에 처하고 어디에도 힘들다 말도 못 하는 도우미나 접대부들의 삶은 그 피폐함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정부의 재난안전자금 지급대상으로 보아도 프리랜서까지는 있지만 노래방 도우미나 관련업종의 종사자들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그들도 국민이고 힘든 삶을 살던 부류였다. 지하경제라 손가락질 하지 말아야 한다.

누군들 밤에 자고 낮에 일하고 싶지 정반대의 힘든 삶을 살고 싶을까.

이번 노래방 화재 역시 가게 일부를 개조하여 주거지로 활용하면서 실화로 발생한 화재였다. 잠자던 여주인은 유독가스를 마시고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열흘간 병마와 사투를 벌이다 결국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문제는 해당 건물의 소방점검이 소방업체의 허위문서로 보고되어도 정상승인을 받았고 건물관리자의 허술한 점검이 한몫 했지만 누구도 책임질 사람은 없었다.

소방서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소방업체는 경고에 그쳤고 관리소장은 50만 원의 과태료가 전부라는 것이며 사망자 또한 사건 발생 72시간이 넘었으므로 부상으로 기록되며 주변상가의 피해는 누구도 해결해줄 주체가 없게 됐다.

가게 내부에 개조 당시 스프링클러나 소화기 비치 등 기본적인 예방책만 세웠어도 인명피해는 줄일 수 있었을 테니 결국 총체적인 허술함이 소중한 인명피해에 일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방법의 허술한 맹점은 입법 구성원들의 관심으로 보다 현실적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겉도는 정책으로 인한 사회적 안전 구도의 사각지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그동안의 취재 경험을 통해 이 같은 위험요소를 열거하자면 곳곳에 허점이 산적하지만 어쩌랴 꼭 문제가 발생해야만 오두방정을 떨며 관련법을 개정한다고 난리를 치고 며칠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소방법뿐만 아니라 비브리오 폐혈증, 구제역, 조류독감에 평소 잘 먹던 먹거리들이 하루아침에 독극물처럼 취급됐다가 얇은 냄비처럼 부르르 끓다가 식어버리니 관련법의 개정이 절실하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의 인명이 중요하다. 특히 화재는 용서나 타협이 없는 분야다. 재산상 피해야 어떤 식으로든 재기할 수 있지만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걸 알면서도 미온적으로 방치하는 건 간접 살인이나 진배없다.

언제까지 운에 기대며 설마 하는 마음으로 안일한 삶을 살 것인가. 화재취약 환경은 도처에 산적하다.

특히 오늘처럼 차가운 날씨일수록 전열기구나 화롯불에 기대기 쉬우며 여차하면 언제 미친척하며 화마로 돌변할지 모른다.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34,822건으로 331명이 사망했고 1,711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약 5,469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통계일 뿐일까 2,042명 중 죽고 싶고 다치고 싶은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허위로 문서를 작성하여 보고한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경고에 그치는 관련법, 허위보고를 받고도 합격 승인을 해준 소방서는 물론 안전장치도 없이 불법 개조공간에 주거하는 걸 묵인하는 관리자도 과태료 50만 원이 전부라면, 그 사망자가 독자들의 가족이었다면, 문제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러니 후진국 소릴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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