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말초신경에 대한 보고서
민심의 말초신경에 대한 보고서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1.13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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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오늘 새벽 5시 55분 필자의 계좌로 버팀목 자금 1백만 원이 입금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276만 명에게 최대 300만원의 버팀목 자금이라는 명칭의 3차 재난지원금이 어제부터 지급됐다. 

오늘 지급된 143만 명 중 한명에 포함된 것인데 300만원이 아니라 3,000만원을 받아도 시원찮을 판국에 100만원은 반갑고도 반갑지 않은 돈이었다.

현재 운영 중인 일간신문 경인매일 외 5개 매체에 투입되는 지출은 매월 막대한 적자에 오도 가도 못 하는 입장이 됐다.

자영업자처럼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명색이 언론사가 없는 티 내봐야 별로 달갑게 알아줄 대상도 없다 보니 마른 수건을 짜는 방법밖에 없는 나날이 이어졌다.

어쨌거나 공짜(?)돈이 입금되니 빈집에 소가 들어온 마음이다.

경기도 전역을 대상으로 32년째 발행해 온 경인매일은 다행히 인터넷 매체와 스마트폰을 통해 지역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릴 수 있으니 코로나19에 대한 현황이나 이른바 세상 돌아가는 현주소를 보고할 수 있었다.

우리는 진실과 현실에 대한 차이점을 짚고 갈 필요가 있다.

필자가 1986년 군 복무 때의 일이다. 매년 연말이면 취사장에서 남은 식자재를 모두 쓰레기장으로 버리는 일들이 있었는데 그래야 다음 해 소비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보급품의 품목에서 당해 연도처럼 누락되지 않는 식자재를 수령할 수 있다는 고참의 설명이다.

물론 한 예를 들어서인데 세월이 수십 년 지나도 사회의 모든 분야가 공통적으로 이 같은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지자체에서 연말이면 멀쩡한 보도블록 파헤치는 것이나 해마다 정해진 예산을 명분과 관례를 적용하여 너도나도 타 먹는 자만 능사고 못 받는 자는 일명 호구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서 적용되는 것이 예산에 대한 실효성의 여지다. 실제 일하는 자와 명분만으로 무위도식하는 자가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흥시의 경우 32년째 발행하는 생활정보신문이 일반 시민들에게 시정소식을 길목마다 배포대를 설치하여 요즘처럼 혹한에도 매일 수천 부씩 전달하지만, 제도권 영역에서 벗어나면 예산 범위에서 외면당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명분만으로 줄줄 새는 홍보예산은 거론 조차할 수 없지만 세상 돌아가는 모습들이 대동소이하니 굳이 더 거론할 가치를 상실했다.

각설하고, 코끼리 코만 만져본 장님은 긴 짐승이라 여기게 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발표되는 통계치가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여겨지는 모순은 현실을 진실로 여기게 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 선거 때 등장하는 특정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는 물론 각종 경제지표나 행복지수, 청렴도 등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모든 결과치가 그러하다.

어제 올린 칼럼의 일부처럼 중국의 마오쩌둥이 실패한 대약진운동의 첫째 원인이 부패한 관료들의 허위보고서에 의존한 점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최근 발표하는 코로나19나 한파에 대한 피해상황의 통계 또한 실제 발생한 실태와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언론보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그 또한 진실과 현실의 차이점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정 부분만 조명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곳만 인식하게 되는 것이며 그러는 동안 정작 뭐가 급하고 어디가 중요한지를 간과하게 되는 것이다. 이쯤하고 최근 한국사회 돌아가는 현실에 대해 보고 하고자 한다.

지표란 전체 중 일부를 샘플링하는 과정에서 다수를 채집하여 평균치를 나타내는 것이 정확하지 전화 돌려서 얻는 수치는 채집하는 시간대, 연령대, 그 조사내용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전국 지자체 운영방식이 유사하고 사람 사는 게 다 고만고만하다면 인구 50만에 가까운 시흥시와 65만의 안산시를 상대로 수 십 년간 생활정보를 취합하는 과정에 얻어지는 정보를 근거로 민심의 바로미터를 재는 것처럼 민감하고 예리한 결과는 드물다 할 것이다.

일명 바닥 민심인데 부동산, 중고차 매매실태, 구인구직 등 일반시민들의 생활 속에서 필요에 의해 자연스레 솟아나는 광고 의뢰를 모아보면 실질적인 지표를 체감하게 된다.

하루에도 수 십 통씩 걸려오는 광고문의 성격을 보면 부동산은 매매보다 빈 점포 임대가 구인보다는 구직이 늘고, 현대사회의 필수품인 승용차 매물이 당사자 간의 거래를 요구하고 있다.

비록 대동맥은 아닐지라도 피부에 와 닿는 말초신경의 안테나에 잡히는 진실이다. 지면의 한계로 일일이 적시하지 못하지만 코로나19이후 일반 시민들의 삶은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음은 확실하다.

제때 녹봉을 받는 공무원들이 살기 팍팍한 서민들의 입장을 알리 없고 먹고 살만한 자들이 세운 정책은 배고픈 백성들의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이 와중에 주는 월급도 모자라 때가 되면 초과 근무수당에 야금야금 손대는 일부 공직자들의 도덕성은 더 말해 뭐하랴. 흔히 택시 운전기사들을 통한 여론파악이나 그들이 말하는 전파력은 상당하다는 말이 있다.

승객을 상대로 지나치듯 전하는 한마디가 일명 우물방송인데 듣는 입장에서는 마치 전체적인 여론처럼 수긍이 가기 때문이다. 눈을 크게 뜨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함께 사는 사회를 꾸려간다면 그리 어렵지 않은 게 세상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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