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데이 살아보면 남는 건 사진과 글
다이어리 데이 살아보면 남는 건 사진과 글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1.1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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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어제는 다이어리 데이로 연인끼리 서로 일기장을 선물하는 날이다.

별 날도 다 있겠다 싶겠지만 이날 뿐만 아니라 매달 14일은 연인들에게 의미 있는 날이다.

이중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와 3월 14일 화이트데이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4월부터는 조금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필자가 연중 취재계획이나 칼럼 소재를 찾던 중 흔히 접하는 기념일은 일 년 중 약 70일은 넘는다.

4월의 자장면데이와 5월의 장미를 주고 받는 날까지 있으니 다 챙기지는 못하지만 사람이 살면서 이러저러한 기념일을 핑계 삼아 평범한 일상에서 크고 작은 추억들을 만들며 사는 것이 무념(?)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독자들의 공감대를 사고자 한다.

지금이야 코로나19로 오도 가도 못하지만 8월은 나이트클럽에서 맘껏 춤추는 날, 11월은 야한 영화를 보면 짜릿한 스킨십을 시도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 중 9월은 기념사진 찍는 날인데 과거에는 필름 사진에 3장만 추가되어도 불티나게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잘 찍혔는지는 다음날 사진관에 가서 현상해봐야 아는 것이고 잘 나온 사진은 앨범에 정리해 뒀다가 두고두고 과거를 회상하는 타임머신역할을 했다. 화재라도 발생하면 다 두고 나와도 앨범만큼은 챙겨야 하는 이유가 돈으로 구할 수 없는 귀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문명의 발달로 이러한 문화는 케케묵은 구시대적 유물이 되었지만 온갖 기술이 다 내포되어있는 스마트폰의 사진 촬영모드를 얼마나 활용할까. 희소가치라면 과거 흑백사진이나 수 십년 묵은 사진들이 더 잘 보존되어 있다.

이쯤하고 다이어리 선물하는 날인데 필자의 경우 해마다 같은 크기와 형태의 다이어리를 선물 받아 하루의 일정과 중요한 기록들은 물론 사용하는 돈의 출처까지 일일이 기록한다.

올해로써 37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쓰다 보니 언제라도 과거의 이날은 어떤 일이 있었을까 싶을 때 열어보면 아쉬움과 그리움은 물론 언제 세월이 이리 빨리 갔을까 싶은 속도를 느낄 수 있다.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지만 돌아보면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라는 아쉬움, 까맣게 잊고 있었던 사람들이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잘 살고 있을까 싶은 그리움, 물론 오늘도 하루를 기록하며 일 년을 사는 마음으로 돌아보게 되는 일기장은 재산목록 1호에 해당한다.

한때 플로피 디스크나 CD로도 보존할 시도를 해보았지만 편리함을 구한다는 것은 또 다른 망각의 여지를 갖게 되는 시작이므로 수기작성의 불편함을 고집하게 됐다.

눈떠서 감을 때까지 평균 20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어 활용해도 모자라는 일정을 정리하는 과정에 얻는 것은 업무의 성과나 중요성보다 시간에 대한 정성이다.

마치 도자기를 빚듯, 바늘에 실을 꿰듯, 대하는 사람이 누구든 말을 나누고 일을 도모하는 자체가 그리 고마울 수 없다. 수만 건의 개발기사를 작성하며 만난 사람들의 환경을 글로 적시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삶의 일면처럼 살아있는 수업과정은 없고 그 대상에는 귀천이 없었다.

필자와 만나면 일기에 적히고 때로는 기사화되고 또 때로는 사진으로 남아 훗날 늙어지거나 돌아볼 기회가 될 때 볼 수 있으니 귀뜸 할 때 향기 좋은 허브차라도 한잔 하며 돈 안 드는 담소라도 나누기를 권해본다.

즉흥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만 찾아다니며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한 정보취득도 나름 필요한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는 길이겠지만 흥미보다 가치를 중시하는 마음으로 자신보다는 이웃을, 이웃보다는 사회를, 국가보다는 인류의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으로 살아보면 어떨까.

빠르고 편리함도 중요하지만 느림의 미학을 체감하다 보면 삶의 향기 또한 덤으로 얻어지니 일상을 기록하는 각자의 타임머신을 만들어보자. 지금이야 코로나19로 집안에 동선을 묶는 것이 대안이지만 사진 만큼 훌륭한 기록도 없다.

걸어 다니면 볼 수 있었던 길가의 코스모스나 벌나비도 자동차로 달리면 볼 수 없는 것과 같다. 물론 시대에 뒤처진 발상일 수도 있겠으나 필요할 때 KTX를 타더라도 배낭여행이나 자전거 일주는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자기 발견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직했다고 주저앉아 한숨만 쉴 게 아니라 지금처럼 좋은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긍정적 판단과 함께 이것저것 망설임보다는 과감하게 짐을 싸는 용기도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해도 안 해도 후회라면 해보는 용기를 권한다.

혹자는 당장 먹고 살 게 없다는 하소연에서 급한 일이 많다고도 한다. 돈도 쓸 거 다 쓰고 나면 저축할 게 없듯이 시간도 할 거 다 하고 나면 여행은 절대 불가능하다.

온갖 준비해서 펜션에 리조트에 고급 캠핑카 보다는 낯선 간이역도 들르고 어촌마을의 바다향기도 맡아가며 일탈의 기회를 준 코로나19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셀프카메라의 기능을 한껏 활용하며 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각오를 사진으로 남긴다면 그 어떤 자산보다 귀한 가치로 남을 것임을 전제한다.

필자가 지난 수년간 국경일 행사를 추진하며 수 많은 군중과 함께 나라 사랑에 몰입했던 날들이 있었다.

대형 태극기와 군악대의 멋진 행진을 선두로 많은 시민들과 진행했던 날들이 당시에는 돈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소중하고 귀한 추억이자 역사가 됐다. 어떤 일이든 일단 저지르고 보면 어떤 식으로든 진행된다.

그런 이유로 필자는 독자 분들에게 다이어리 만큼 귀한 선물은 없다고 여기며 주변의 소중한 분들에게 나누기를 권한다. 남는 건 은행계좌의 잔고나 부동산 등기부 등본의 자산이 아니라 글이고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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