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가 인생 역전일까…일확천금의 꿈
로또가 인생 역전일까…일확천금의 꿈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1.1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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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매주 토요일 오후 7시를 조금 넘어서면서부터 로또 판매점에 줄을 서는 진풍경은 이제 익숙한 모습이다.

일주일에 한 번 씩 추첨하는 로또는 지난해 하루 평균 129억원 7000만원 어치 팔려 2003년 판매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등 당첨자는 525명이고, 이들이 받은 당청금은 1조 1290억 원인데 전 국민을 오천만명으로 계산한다면 나흘에 한 장씩은 산 셈이다. 복권은 경기가 안 좋을수록 더 잘 팔리는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이다.

일주일에 약 900억원 어치가 팔리고 있지만 끊임없는 조작설에 추첨이 끝날 때마다 다시는 안 산다면서 토요일 오후만 되면 판매점을 찾는 게 대부분의 구매자들이며 필자 또한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동행 복권은 정부의 복권 수탁사업자다.

45분 조작설은 로또 추첨 방송이 녹화방송이란 잘못된 정보와 합쳐져 생긴 에피소드로써 판매 마감 후 바로 추첨하지 않고 45분 뒤에 한다는 점에 대해 판매복권에 대한 데이터 마감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판매 이후 데이터는 판매점에서 로또를 내가 샀을 때부터 동행 복권의 메인시스템과 백업시스템,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의 감사시스템 등 3개 시스템으로 실시간 전송·저장되는 과정이 15분이다. 어쨌거나 못 믿겠으면 안 사면 되는 것을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돈에 대한 가치가 상승할수록 한방에 대한 기대는 커진다. 자고 일어나면 아는 지인이 비트코인으로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에 반가움이나 축하보다는 허탈감이 커진다. 가난한 자신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 열등감은 해소될 길이 없다.

나름 성실히 일해도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하루에도 수 백 가지의 직업이 사라진다면 고용불안과 경기침체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로 인해 결혼은 물론 자녀 출산까지 엄두를 못 내게 한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해 본다고 겁없이 비트코인에 투자를 시작했다가 그나마 있던 몇 푼의 자산까지 날리는 빈털터리가 한둘일까. 가격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큰 가상화폐 시장에 나서려면 투자한 모든 돈을 잃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충고가 빈말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지난해 12월 17일 2500만원을 넘어서며 새로운 고가를 기록한 비트코인은 1월 8일 3주 만에 4850만원까지 치솟았지만 11일 1000만원 이상 폭락했다가 14일 다시 4222만원을 기록했다.

널뛰기가 심하니 망할 수도 있겠지만 운 좋으면 한방에 큰돈을 벌수 있다는 무지개를 잡으려 한다.

일하지 않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 알트코인의 변동 폭은 더욱 더 극단적이고 리플의 경우 지난해 12월 22일 시세가 574원에서 다음날 296원으로 급락하는 등 예상치 못한 손실을 고려해야 한다.

하기야 로또에 비하면 훨씬 날릴 확률이 낮으니 해봄직도 하지만 불확실한 부분에 대한 자본의 투자는 위험한 줄 알면서도 날아드는 불나비와 같다.

최근 벼락부자가 아니라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주변인은 하루 아침에 벼락부자가 되는데 자신은 그렇지 못하니 반대 입장에서 벼락거지가 돼버렸다는 뜻이다. 아무 문제 없이 멀쩡히 일 잘하던 사람이 비교우위에서 졸지에 거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돈이 돈을 버는 현상에 못 번 사람의 조바심은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위로에서 그치지 않고 허탈한 마음과 함께 박탈감을 느끼는 현실이다. 근로의욕은 떨어지고 빚을 내서라도 현재보다 폼 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것이다.

다행히도 성공한다면 원하는 경제적 윤택함을 누리겠지만 실패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 와중에 누군가는 상대적 이득을 취하게 되는데 로또만 해도 당첨 비결에 대한 정보 제공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까지 등장한다.

온라인 광고에 쉽게 접할 수 있는 당첨번호 공개는 당연히 확률적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그렇게 잘 맞추면 남 줄 게 어디 있을까. 마치 도박판에서 딸 수 있다고 부추기며 구전 뜯어먹는 것과 뭐가 다를까.

마치 그림의 떡이 맛있으니 정보 제공료 내면 떡 냄새라도 맡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차라리 인디언의 기우제가 더 정확하다. 인디언들은 가뭄이 올 때 기우제를 지내는데 성공확률이 100%라고 한다.

이유는 비가 올 때까지 계속 지내기 때문인데 로또나 가상화폐의 여지가 그와 다를 바 없다. 경기침체와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실업난 급증, 민생고의 피폐함이 로또 구매의 역대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의 허망한 도전은 촛불을 보고 날아드는 수 많은 하루살이와 뭐가 다를까. 성실은 구시대적 유물이 되어가고 진리와 진실은 변화와 현실에 밀려 후세들에게 가르칠만한 소재가 고갈되고 있다.

안심하고 인생을 투자할 분야는 과열된 경쟁 속에 언제 소멸될지 모르다 보니 사회에 대한 불신의 폭이 커져 일시적인 취업으로 민생고 해결에 급급해진다. 전란의 폐허 속에서 기적처럼 일어선 한국이 어쩌다 경제와 사회적 위기에 직면해 극단적 이기심과 불안감에 살게 되었을까.

누군가의 불로소득은 누군가의 수고와 맞바꾸게 되는 것이다. 너도나도 다 놀고 먹으려 한다면 누가 일할 생각을 할까. 나라가 잘 되려면 국민들의 정신이 바로서야 한다.

그래야 위정자를 골라낼 수 있고 올바른 정책만 원만히 시행돼도 지금처럼 어렵게 살지 않을 수 있으며, 안심하고 결혼과 출산은 물론 내 집도 살 수 있는 미래를 만들 수 있다.

로또는 국민성실의 기본을 훼손하며 사행심리를 부추기는 합법적인 도박이나 다름없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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