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
덕암 칼럼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1.26 10: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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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난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카드매출 감소는 연말호황을 기대했던 대목이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으로 추락의 끝을 모르고 떨어졌다. 안 쓴 게 아니라 없어서 못 쓴 것이다.

신용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던 층들과 불안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전년대비 반 토막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서비스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까지 불황이 확산되면서 우려했던 저수지 붕괴가 시작된 것이다.

카드 자체가 신용을 담보로 먼저 사고 나중에 결제하는 외상이나 다름없는 것인데 손에 외상 장부를 들고 텔레비전만 켜면 홈쇼핑에 인터넷만 들어가면 해외직구까지 온갖 쇼핑이 다 되는 세상이다 보니 절제되지 않은 소비, 충동구매는 당연히 제동장치 없이 빚만 늘어가는 추세다. 명분은 소비활성화로 경제지수가 상승될지 모르지만 결론적으론 부채증가의 원인이 된다.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이 적용되는 건 이 뿐만 아니다. 2020년 이맘때 자영업자들을 구제하겠다며 대출을 푼 금액의 상환기간이 도래하자 예상했던 속수무책 상황이 현실로 나타났다. 당장 급한 불을 불로 끄는 형국인데 빚이 빚을 낳는 미봉책이었고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386조 원으로 2019년 대비 47조 원이나 늘었다.

최근 정부가 자영업자 대상 대출을 1,000만원씩 추가로 풀겠다는 발표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아예 막장 정책이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기존에 빚도 갚지 못한 상태에서 추가로 내준다는 것은 못 받을 걸 알면서도 또 지급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그 돈으로 회생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이미 죽은 자식 거시기 만지기다.

뭐가 급한지 뭐가 중요한지도 정확히 파악 못한 상태에서 현실에 맞는 정책보다는 책상머리에 앉아 누런 잠바입고 방송국 카메라 앞에 폼만 잡는다고 될 일은 아니었다.

다 맞다 치자. 폐업 또는 영업 기반이 무너진 다음에 1,000만원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더욱 가관인 것은 선거 때가 다가오자 뒷일이야 어찌 되건 말건 장밋빛 공약이 설레발을 친다. 코로나19 초창기 때 치러진 선거에서는 소독약통 짊어지고 너도나도 거리마다 설치며 카메라 앞에서 쇼를  벌인 적이 있었다.

물론 당선되고 나서 그럴 일도 없어졌지만 최근 여야가 앞다퉈 바닥 표를 긁어모으려 작정한 모양새다. 일단 마구 퍼주고 나면 그다음 누가 갚을 것인가. 다 죽어가던 농부한테 농번기에 볍씨를 주었어야지 벼 하나 없이 논바닥에 주저앉은 농민에게 겉보리 서 말을 저금리로 줄테니 이듬해 갚으라는 것과 같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전에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법 제정과 시행령에 예산편성까지 속전속결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손실보상을 제도화할 방안을 중소벤처기업부 등 부처와 당정이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누구에게 뭘 어떤 식으로 얼마나 도와주라는 것인가. 영업종목과 각자의 환경이 천차만별인데 줄자로 재도 시원찮을 판에 막대자로 재어 돈을 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꺼내든 포퓰리즘 카드라며 지난해 4월 총선 때 풀었던 재난지원금보다 몇 십 배 더 심하다고 비판했다.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에 백성의 가난이 국가의 가난과 직결된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려될 뿐이다. 최소 수 십 조원으로 추산되는 예산 마련이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며 못 갚을 경우 누가 갚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

개인사업자에 대한 정부방침에 발끈하는 것은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낸 보험료로 만든 고용보험기금에서 실업급여를 받지만 자영업자는 국민 모두가 낸 세금으로 지원금을 받으니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자칫 국민들 간에 민민 갈등의 기폭제도 될 수 있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이를 맡은 중앙은행 돈도 국민 부담이고 결국은 정부가 져야 하기에 정부의 구성원인 국민 중 자영업자를 비롯한 근로자들의 부담이라는 것이다. 이래서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했던 것이다.

나름 머리 좋은 사람들이 궁여지책으로 세운 정책이니 다 맞다 치자. 실물경제를 얼마나 아는지 시장바닥을 돌아보고 논하는 것인지부터 물어보자. 한 집 건너 문을 닫았으니 무너진 시장이 다시 활성화를 찾으려면 지원금 대출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 상황이 어떤 판인지 제때 월급 받는 자들이 뭘, 얼마나 알고 이런 겉 발린 정책을 세우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분야에는 기반이라는 것이 있다. 농사도 그렇겠지만 길거리 노점상도 재료구입부터 붕어빵 굽는 가스통까지 준비와 고객을 맞이하기 위한 청소까지 해놔야 손님이 올까말까 하는 것이다. 목 좋은 점포 선정부터 인테리어 사업자 등록에 단골 확보는 물론 홍보도 해야 하는 과정이 있다.

전 세계 특정 국가를 찍어 자국정책의 합리화를 끼워 맞추는가 하면 실책에 대해서는 사과나 책임질 사람이 없다. 그러니 임기만 끝나면 줄줄이 철창행에 국민들만 죽어나는 나라가됐다. 방법이 없을까. 공무원 월급 10%와 국회의원들 세비 절반이라도 거둬서 1년만 희생하면 국민들이 모처럼 수긍하지 않을까.

기존 채무도 못 갚은 채무자에게 더 빌려주며 자기돈 처럼 생색내는 것 보다 낫지 않을까.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을 하라. 국민들이 알아서 허리띠 졸라매고 뭐라도 해보려한다. 지금처럼 쟤는 주고 나는 왜 안 주냐고 대들지 않는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건지 모른 체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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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섭 2021-01-26 12:37:51
너무 좋은 내용의 글입니다
잘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