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출산장려정책의 비현실적 행보
덕암 칼럼 출산장려정책의 비현실적 행보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1.2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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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에서 열 아들 딸 하나 안 부럽다는 말은 남아선호사상에서 유래된 말이었다. 

세월이 훌쩍 지나 딸 아들 구별은 70년대 드라마에서나 봄직한데 아직도 정부 요직이나 근본적인 중대부서에서 여성의 비중은 현저히 낮은 편이다. 

이제 여경, 여군, 등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분야에도 상당부분 진출하는 현실을 보며 진정한 평등으로 가고 있는 듯싶다. 

언제부턴가 군 복무를 마친 남성 수험생에게 가산 점을 주었다가 그나마 사라질 전망이다.

기획 재정부는 최근 국내 공기업과 공공기관 등에 ‘군 경력이 포함되는 호봉을 기준으로 승진 자격을 정하지 말라’는 내용의 인사제도 개선 공문을 발송했다. 

36개 공기업, 95개 준 정부 기관, 209개 기타 공공기관 등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전격 하달됐다. 이 같은 정책추진의 배경에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 10조에 따라 남녀차별 금지를 위해 실시됐다. 

같은 조건에서 채용되었음에도 승진이나 기타 사항에 남성이 누리는 혜택이 여성입장에서는 불이익이라는 것이다. 

남성 나름대로 한창 열정이 넘칠 때 군 복무라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가 제동장치로 작용되는 만큼 형평성에 이의를 제기한다. 

여성도 군대 가서 누리라는 뜻인데 여성 또한 임신과 출산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마는 남녀평등의 갈등은 결코 쉽지 않은가 보다.

이쯤하고 정부의 출산정책을 되짚어보자 이미 지자체 마다 출산장려금은 경매장의 물품 경쟁하듯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어느 날 임신가능 여성의 사회적 지위까지 오르는 분위기다. 

왜 출산을 기피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파악보다는 겉만 번지르르한 정책에 일단 예산부터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퍼붓고도 왜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마련은 뒷전이다. 

먼저 지난 2019년 4월 11일 낙태죄의 위헌 판정이후 출산은 전적으로 여성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할 수 있게 됐다.

결혼에 대한 당연한 수순이었던 임신도 주변의 기대감에 대한 부담도 이제 여성 스스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왜 출산은 물론 결혼 자체를 기피할까. 정말 몰라서 겉도는 정책을 되풀이 하는 것일까. 간단히 생각하면 정책을 세우는 입법구성원들이나 이를 시행하는 행정부서에서 미혼 남 여가 되어보면 알 수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열악하거나 안정된 직장 없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저변에 깔려있는 상태가 되어보면 알 수 있는 문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종족번식의 욕구가 있으며 이는 동물이나 일부 식물까지도 유사하다. 그 어렵던 시절에도 인구급증으로 산하제한 정책을 펼쳤던 나라다. 

먼저 출산 이후 신생아의 탄생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존중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아이 때문이 아니라 아이 덕분에 부부가 행복하고 더 귀히 여길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건사하는 세상을 아니지만 적어도 무자식 상팔자처럼 부양자가 없으면 정부에서라도 먹여살려주는 비현실적 정책도 문제다. 

자식이 살아가는 보람과 희망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자식이 힘이 아니라 짐이다. 출산부터 산후조리원을 거쳐 어린이집 유치원부터 교육을 마칠 때까지 끊임없이 돈만 들어가고 결혼 때는 형편에 맞게 집이든 동산이든 뭐하나 라도 끝없이 투자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보니 바램 보다는 부담부터 느끼게 된다. 

자신의 분신이 태어나 기뻐해야함에도 고민부터 하게 되는 현실이 출산장려 정책자금으로 해결될까. 위험한 발상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하마부터 보란 듯이 부작용이 시작됐다. 돈 많이 주는 지역에서 낳았다가 장려금 다 받으면 이사 가는 경우가 늘기 시작했다. 

주거이전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말릴 재간이 없다. 여기까지도 생각 못하면서 정책을 세웠을까. 아니라면 돌대가리고 알고 추진했다면 직무상 과실이나 진배없다. 

더도 덜도 말고 내 지역에서 더 낳도록 만드는데 중요한 것이지 남의 자식 뺏어온다고 국민수가 늘어날까. 인류의 종족보존이 돈에 좌우지 되는 극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이쯤 되니 돈 만 받으면 딴 짓 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결국 2020년 전국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지출한 출산지원금은 약 38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과거마냥 아들 낳을 때 까지 눈치 주는 시부모도 없으니 몇을 낳든 아들을 못 낳든 상관없이 출산의 자유에서 오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당장 먹고 살기도 벅찬데 아이는 낳아서 어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는 것, 돈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다. 

실제 한국이 지난 2020년 40.2조원의 예산을 출산장려정책에 썼다. 임산부나 아이들이 그 돈에 대한 혜택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대체 그 많은 돈이 어디로 샜을까. 

과거마냥 20대라면 몰라도 요즘은 30대 중후반은 되어야 결혼을 할지 말지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노산이 우려스러워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고기보다 고기가 있는 강과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면 떠나라 해도 안 간다.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은 이쯤에서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역지사지의 묘미를 다시 한 번 짚어보라 길은 쉽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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