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최악의 설 명절 자존심은 지켜야
[덕암 칼럼]최악의 설 명절 자존심은 지켜야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1.31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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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악몽 같았던 2020년이 지나고 더 힘든 2021년 첫 달도 지났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2월은 설 명절도 포함되고 달도 짧아 사업주들 입장에서는 매출에 대한 기대보다 살아남느냐 문 닫느냐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어떤 일이든 양단간의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온다면 최선보다 차선책을 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진대 최근 국민건강을 두고 정부의 선택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거리두기를 연장하자니 죽겠다고 아우성이고 이쯤에서 중단하자니 혹여 확산될 코로나19가 두렵고 진퇴양난이다.

어느 쪽을 택하든가 위험부담은 마찬가지인데 얼마 남지 않은 선거를 감안한다면 다시 위험이 따르더라도 일단 어수선한 민심부터 달래야 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을 2월에도 2주간 연장하기로 한 결정은 국민전체에 대한 과감한 결단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소상공인·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날벼락 같은 비보지만 설 연휴가 다가오면서 민족 대이동에 대한 감염의 확산 우려가 먼저였다는 결론이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하나를 빌미로 열 개를 덮는 형국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어쨌든 결과는 내려진 셈이다. 문 닫게 하려면 돈이라도 내놓으란 어긋 장도 놓지만 과연 가난을 나라가 구할 수 있을까.

너도나도 다 배고픈데 아우성친다고 퍼주면 다 덤비지 누가 무던하게 기다릴까. 어쩌다 국민들이 4차 재난지원금에 기대하며 스스로 헤쳐 나갈 고민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걸까. 4차 재난지원금 규모가 최소 1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금까지 지급한 것을 모두 합하면 이러다 나라살림이 거덜 나지 말란 법 어디 있을까.

계속 이런 식이라면 종래에는 그 어떤 대책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사실 매장을 문을 닫은 업종이 몇 백 만원 지원받는다고 해결될까. 천만의 말씀이다. 몇 천 만원씩 지급해도 해결 안된다. 계산대로라면 500조나 1,000조는 풀어야 어느 정도 숨이라도 쉴 수 있겠지만 그렇지도 못하겠지만 지급한다 치더라도 그 돈, 누가 갚을 것인가.

이제 설 명절이 열흘 남았다. 어쨌든 그 전에 현금이 손에 들어 올텐데 막상 지급 과정에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지만 누구하나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정작 어려운 계층은 이래서 못 받고 저래서 못 받았다. 주변의 불만을 듣다보면 차라리 아무도 주지 말라는 하소연도 들린다.

신청하라 해서 해보면 절차나 심사가 까다로워 어느 정도 자격이 있는 자만 수령한다는 것인데 그럴 자격 있는 정도면 굳이 안 받아도 살 여유가 있는 것이라며 울분을 토한다. 과연 특정인의 일일까. 책상머리에 앉아 비현실적인 잣대를 재다보니 당연히 실책이 이어지는 것이다.

경기도나 울산광역시처럼 전 도민에게 10만원의 2차 재난지원금을 무조건 지급하든가 여수처럼 1인당 25만원을 과감히 풀든가 포천처럼 30만원을 지급해서 당장의 궁핍한 지갑이라고 채우든가 해야지 현재 돌아가는 상황은 돈 장난에 불과하다.

심지어 명칭에 세뱃돈이라고도 한다. 누가 누구에게 세배해서 받는 건지 어떤 말이든 신중함이 절실한 시점이다. 마치 국민들이 정부에 세배해서 받아가는 형국이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는 돈은 지자체장 주머니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세금 거둬서 주는 것임에도 생색은 더럽게 낸다. 차라리 입 다물고 내줘도 뭔 돈인지 다 안다.

내년 6월이면 지방선거다. 지급은 일선 창구에서 온라인으로 입금되는 것인데 마치 무척이나 염려하는 것 마냥 미사여구를 사용하는 단체장은 언행에 신중함을 기해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현재 모든 정황은 최악의 상황이다. 마치 제동장치 고장 난 자동차가 내리막길을 달리듯 불황과 불안과 불편의 시기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올해도 작년마냥 설 명절에 고향가지 말기 운동을 벌일 것이고 보란 듯이 단체장들이 모범을 보인답시고 현수막이나 공공 SNS를 통해 대대적으로 알릴 것으로 예상된다. 거리마다 “얘야 오지마라 와도 안 반갑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마치 부모님들도 동참하는 것처럼 온 동네, 매스컴 마다 이구동성 분위기를 띄운바 있다.

그런다고 집합금지 명령의 성과나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까. 필자는 개인적으로 부모님 찾아 고향 길을 떠나야 한다고 본다. 방역지침에 덤비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나 지난 2020년 설 명절 풍경을 되새겨 보면 고향안간 자식들이 너도나도 펜션이나 여행지로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아이들 손잡고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동안 뭘 보고 배울까. 어쩌다 한 두 곳 감염사례가 있으면 거보란 식으로 거품 물고 오두방정을 떨었다. 부추기는 정부나 언론이나 덩달아 이때다 싶게 늙은 부모 방치하는 자식이나 다 한통속이다.

지금이라도 검진 받고 음성 결과 나오면 힘든 설 명절이지만 부모님의 건강체크와 작으나마 지지고 볶아서 차례 상이라도 나눠먹는 동방예의지국의 자존심을 지켜야 할 것이다. 2월 중순에 2020년 화이자 백신 11만 7000도즈, 약 6만 명분과 코백스를 통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219만명 분이 국내 도착하면 일단 위기계층부터 접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한다.

모두가 잘 이겨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훗날 돌아봤을 때 다소 조심스러웠지만 찾아뵙길 잘했다는 추억을 남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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