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가짜뉴스와 내로남불의 함수관계
[덕암 칼럼]가짜뉴스와 내로남불의 함수관계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2.04 1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세 사람이 산에 가서 두 사람이 호랑이를 봤다면 호랑이는 존재하는 것이다. 본질이 거짓이라도 모두가 동의하면 진실이 되는 것이며 같은 거짓말도 세 번 하면 진실이 된다. 이렇듯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은 분명히 다름에도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사회처럼 남의 말 좋아하고 보지도 않은 것을 본 것처럼 말하는 사회, 정계에서 아니면 말고 식으로 내뱉는 말들 중 골라내자면 밤을 새도 모자랄 판이다. 이렇게 출발한 무책임한 말은 최근 유행하는 SNS의 통로를 타고 확산되면서 일명 가짜뉴스의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사회의 도덕적 해이 현상은 지도층에서 시작된다. 임의 단체나 일반 서민들은 그러한 분위기를 흉내 내면서 나중에는 무감각 해지는 것이기에 지도층은 이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어떤가. 선거 때 마구 내뱉은 빈 약속, 즉 공약은 공공의 약속으로 둔갑해 침 튀기며 세상을 바꿀 것처럼 떠들어대다 당선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입 싹 닦고 아무렇지 않은 채 금배지 달고 설친다.

‘가짜뉴스’ 거짓된 소식을 말하는데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통상 정당에서는 자신들의 유리한 뉴스에는 그것이 허구성을 느꼈더라도 수긍하는 모습인 반면 반대라면 진실이라 하더라도 아닐 것이라며 안 믿고 싶은 마음이 가짜뉴스로 지칭되는 것이다.

어느 특정 정당을 찍어서 말하는 게 아니라 너나 할 것 없이 지금까지 그래왔다는 것이다. 여기서 불거진 대항어가 ‘내로남불’이다. 상대가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신조어인데 같은 소식이라도 누구냐에 따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으므로 공정성이나 형평성을 잃었을 때 적용되는 단어다.

결론적으로 전파 방법이 어떠하든 사실이 아닌 소식을 확인 없이 사실처럼 전하면 가짜뉴스인데 작게는 동내 우물방송부터 책임이 따르지 않는 SNS와 제도권에 진입한 언론사로 나눌 수 있다. 특히 남녀 간의 사생활에 대한 험담은 현실적으로 확인이 불가함에도 구전을 통해 전해질수록 부피는 더 커간다. 식사만 같이해도 교제한다든가 차를 같이 마셔도 보통 사이가 아니라며 뭐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다음 사람에게는 본 것처럼 전해지고 그 다음 사람에게는 확신과 믿음이 갈 만큼 세밀하게 묘사되어 전달된다.

나만 옳고 남은 그르다. 나는 사랑을 하고 남은 불장난이다. 내가하면 실수고 남이 하면 고의다. 견해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편견의 잣대가 가짜뉴스의 전형적인 바로미터가 아닐까. 세 가지 모두 관련법에 따른 처벌 규정이 있는데 이 또한 이현령비현령이다. 위법의 선이 애매하다 보니 웬만해서는 범죄로 기소되기 어렵고 피해 당사자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필자 또한 듣도 보도 못한 내용으로 십 수 년 간 음해·모함에 시달려본 장본인으로서 그 고통을 겪어본 바 있다. 하다못해 휴대폰 번호를 기입한 채 뒷담화 보다는 정면에 나설 것을 공식적으로 발표해도 카더라 방송의 연속극이다. 보았냐고 물으면 남이 그러더라는 것임에도 책임 없는 말은 달리는 말보다 더 빠른 전파력을 갖고 있다. 덕분에 명예훼손에 관한 법률을 줄줄 외우고 나서야 단속을 할 수 있었는데 가짜뉴스는 그 위력이 진짜뉴스보다 더 막강한 파워를 자니고 있다.

언론사를 운영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 중 보도 당시에는 틀림없는 뉴스가 상황에 따라 시간이 흐르자 오보로 변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반대로 대놓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윤리 강령을 무시한 채 보도하는 경우인데 고의성이 없는 언론의 결과적 오보와 악의를 가진 가짜뉴스에 대한 경계선은 어딜까. 즉 어떤 잣대로 재느냐에 따라 달라질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이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과잉처벌 논란과 함께 과연 입법까지 가능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원자력 발전소 운운하는 뉴스가 세간에 관심을 모으면서 더불어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악의적 오보와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는 언론개혁 법안 처리를 주장했다.

자칫 표현의 자유 침해와 과잉처벌에 대한 우려가 예상되는 예민한 이슈에 대해 모기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지 않을까 하는 논란의 여지도 따르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3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악의적 보도와 가짜뉴스는 사회의 혼란과 불신을 확산시키는 반사회적 범죄라고 강조하며 언론개혁 법안에 대한 2월 임시국회 처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거짓말 참말을 구분하기에 앞서 진실된 자는 당당한 만큼 구구절절 변명이 필요 없는 것이다.

시비 거는 측에 대해 이리저리 둘러댈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까발리면 한번에 속 시원하게 드러날 것을 갖은 핑계 다 둘러대니 의심을 사는 것이다. 진정한 가짜뉴스는 진짜를 가짜로 표현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여론을 조장하며 사전에 프레임을 짜놓고 맞춰가는 뉴스를 말한다.

왜 같은 뉴스가 이 정권 에서는 까치 소리가 되고 다음 정권에서는 까마귀 울음이 될까. 똑같은 하나의 현상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매체의 충성이 정권이 바뀌자 대놓고 전직 대통령의 수갑 찬 모습을 모자이크 처리조차 안 한 채 수 십 차례나 반복하여 전 세계 보도진이 다 볼 수 있도록 개망신을 주는 행태야 말로 가짜뉴스의 전형적 모습이라 할 것이다.

죄와 벌도 구분 못 하는 아둔함이다. 확실하지도 않은 일부의 여론조사를 전부인 것 처럼 호도하는 것이야 말로 가짜뉴스의 근원이다. 괜히 불편한 소리 안 듣기 위해 엉뚱한 매체들만 잡도리 하는 것은 가짜를 빙자한 진짜 죽이기에 불과한 것이다.

김균식
김균식 다른기사 보기
kyunsik@daum.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