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제23회 평창 동계올림픽 3년 전의 함성 그 자리에는
[덕암 칼럼] 제23회 평창 동계올림픽 3년 전의 함성 그 자리에는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2.0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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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오늘, 평창은 전 세계 지구인들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제23회 평창 동계올림픽이 화려하게 개막했다. 외신들은 한결같은 미사여구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남북의 공동 입장은 금방이라도 통일이 이뤄질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은반 위의 요정 김연아의 성화 점화 장면은 국민적 공감대를 넘어 한국스포츠를 전 세계에 일순간 각인시키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저비용 고효율의 개회식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당시 티켓 판매량은 3만 5000장으로 판매율이 만석에 가까운 99.2%로 집계되었으며 개회식 1막을 화려하게 마무리한 증강현실을 이용한 천상열차분야지도 구현이 우리 전통 문화와 현대 기술의 조화를 잘 보여주었고 첨단 기술을 이용한 퍼포먼스는 한국이 IT강국임을 증명하는 일례가 되기도 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테크놀로지 코리아로 돌변한 개막식은 4차 산업혁명의 미래상을 증명하는 데 부족함 없었다. 오륜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1218개의 드론으로 형상화한 보드를 타는 사람 모습은 상상 그 이상의 소재를 보여줌으로써 세계적으로 기발함의 극치를 보여 주었다. 그동안 올림픽을 개최했던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아~’하는 탄성과 함께 우리도 진작 저럴 걸 하는 아쉬움을 심어줄 수 있었다.

태극기가 게양되면서 장내는 울컥하며 목이 멜 만큼 감동의 시간 속에 남북 분단의 아픔을 딛고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제1 부부장은 기립하여 예우를 갖췄다.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이들의 모습에 남북한 한민족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개회식 비용은 이전 올림픽들과 비교해 상당히 작은 규모인 668억 원으로 한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떨쳤으며 관객들은 추위에 손뼉을 치기 어려워 박수와 같은 소리를 낼 수 있는 소고를 한껏 두들겼다. 우렁찬 함성과 함께 숱한 국난을 겪었던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는 새로운 미래를 예고했다.

대한민국이 1988 서울 올림픽을 개최한 지 30년 만에 2번째로 개최하는 올림픽이자 첫 번째로 개최한 동계올림픽 대회로써 아시아에서는 일본 삿포로와 나가노에 이은 3번째 동계올림픽이었다.

그렇게 3년…. 다시 평창을 찾은 필자의 눈에 비친 모습은 화려했던 조명과 뜨거운 함성을 뒤로한 채 흉물로 방치된 각종 시설물은 재활용 방안이 묘연한 실정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은 경기 이후 동계 스포츠의 지속적인 발전과 시너지효과를 고려하여 후속 준비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시설물유지 관리에 대한 예산만 낭비된 채 잔치 이후의 후속 조치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2034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평창 스키장과 각종 시설물들은 일회성으로 그 기능을 다한듯 했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사계절이 있어 실제로 겨울은 2개월 남짓 스포츠 활동이 가능한 실정이다. 나머지 시설물들은 봄·여름·가을 내내 아무 쓸모없는 구조물일 수밖에 없는 데 어차피 알고 있었던 일정이고 인류의 겨울축제였다면 사후 활용문제도 어느 정도 고려했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동계 올림픽은 대한민국 역사의 훌륭한 흔적으로 남았고 특별한 사고 없이 전 국민들의 추억 속에 아름답게 자리 잡았다.

사람 팔자 알 수 없다. 당시 MBC는 개막식 방송 중계과정에 김미화 MC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잘 안 되길 바랐던 분들도 계실 텐데 그분들은 진짜 평창 눈이 다 녹을 때까지 손 들고 서계셔야 한다든가 남아공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입장 때마다 눈도 못 봤을 나라 라는 등 국가 비하의 소지가 있는 멘트로 비난의 화살을 맞기도 했다.

겨울 한철 열악한 환경 속에 어렵사리 치러진 위대한 올림픽이었다. 프랑스의 국기를 러시아의 국기로 띄우다가 외신에 뉴스거리가 되면서 국가 망신을 산적도 있었다.

모든 이들의 이목이 모아지는 성화 봉송대를 쓰리랑 부부의 몽둥이에 빗대는 발언으로 빈축을 샀던 인물이 인구 70만의 문화예술을 책임져야할 안산문화재단의 대표로 등극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한국의 저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면적, 선수, 동계스포츠 역사 등 어느 면을 보더라도 치러내기가 불리한 환경임에도 멋들어지게 제대로 치러냈다.

세월은 참 빨리도 가는가 보다. 2011년 7월 7일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평창’이라고 적힌 카드를 뒤집으며 개최지를 호명하던 순간 늦은 밤 강원도 출향인들이 모여 손에 땀을 쥐던 날들이 있었다.

필자 또한 강원인의 한 사람으로서 생중계를 보며 함성을 지르던 시간들,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비록 지난 일들이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저력은 현대 과학도 풀 수 없을 만큼 해석을 못하는 저력이 있다.

돌아보면 어디 이뿐인가. 1988년 올림픽도 1986년 아시안게임 경기도 잘 치러냈고 스포츠뿐만 아니라 뜨거운 모래사막에서도 첨단 건설의 기적을 이뤘으며 강대국의 심장부에서 한국 기업의 로고가 휘날리고 있다.

지금은 잠시 질병의 창궐로 지쳐 있지만 이정도야 6·25전란에 비하면 홍역에 불과하고 임진왜란에 비하면 현재의 힘듦은 엄살일수 있다. 물론 말이 그렇지 쉽지 않겠지만 어쩌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시대적 환경인 것을, 외출도 맘대로 못하고 거리두기로 사람 만나는 게 두려운 시기에 평창 올림픽의 옛 추억을 되새겨 보는 것도 코로나19를 이겨내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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