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아직도 늦지 않았다, 제발 정신 좀 차려라
[덕암 칼럼] 아직도 늦지 않았다, 제발 정신 좀 차려라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2.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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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정부가 발표한 거리두기 단계 하향 조정 이후 15일부터 적용되는 영업시간 ‘10시 이후 영업제한’이 저녁 늦은 시간 영업을 하는 유흥시설 특성 상 무용지물이 되자 관련 업계의 업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대로 간다면 업종에 따른 시간대 적용을 탄력적으로 해야 된다는 것이고 결국 너도 나도 각자의 입장을 고수할 때 정부방침은 중심을 잃게 된다. 강행하자니 들고 일어날 것이고 들어주자니 너도나도 업종에 맞게 풀어달라고 아우성 일텐데 어째야할까.
 

내부적으로 꾹꾹 눌러 참았던 인내가 터진 것이지 새삼스럽게 웬일은 아니었다. 지난 토요일 경남 거창지역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유흥업소 업주의 안타까운 죽음이 외부로 알려지자 공감대를 형성한 한국 유흥음식업 중앙회 경남지회·지부가 오늘부터 더불어 민주당 경남도당과 경남도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경찰은 거창지역 내 유흥주점 지회장을 맡은 A씨가 코로나19 사태로 오랫동안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되자 자금난에 빠진 후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집회자체가 거리두기 위반인데 인내의 한계선이 방역의 경계선을 넘는 셈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사람의 목숨처럼 귀한 게 어디 있을까. 벼랑 끝에 몰려보지 않은 사람은 몰려본 사람의 마음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

문제는 모든 업종의 파국이 예상보다 크고 빠르게 오고 있다는 점인데 통계청 조사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이후 국내 자영업자 수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이 줄었다. 2020년 자영업자수는 1994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러한 숫자는 사업자등록에 올라온 수치지 실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수는 아니라는 게 문제다. 거창 유흥주점 업주의 경우 외부로 알려진 것이지만 단전되어 어두운 방안에 조용히 생을 마감하는 2020년 통계는 올해 10월 경에야 발표된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조사 결과 코로나19이후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업종은 79.4%로 자영업이 가장 높았고 이어 무직 퇴직 기타 주부 순이라고 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필자가 흔히 쓰는 비유 중에 쥐도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말을 한 바 있다. 요즘 같은 시국에 목마르지 않을 자 어디 있을까. 힘들지만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것이고 참다보면 언젠가 좋은날 오겠지 하며 기다리는 것인데 집단행동이 시작된다면 너도나도 인내의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내용이나 언론이 공통적으로 보도하는 코로나19의 흐름을 보면 확진자도 평균 수 백 명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상황 봐가며 평균치를 유지하는 것인지 검사인원 대비 고정적으로 확진 자가 나오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국내 사정은 소정의 수준을 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어느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들은 백신을 눈 빠지게 기다리고 금방이라도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안심하라던 정부 관계자의 말은 이제나 저제나 하염없다.

필자가 여러 분야 언론사를 운영하면서 체감하는 것 중 하나가 시흥과 안산의 생활정보신문인데 민초들의 실핏줄 같은 현실을 읽을 수 있는 지역신문이다. 이미 온라인에서 관련 사이트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쏟아지는 물품의 팔고 사는 관계는 별별 사연이 다 있다.

한 예를 들어 700만원 주고 구입한 커피머신은 사용한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100만원도 사는 사람이 없다. 코로나초기에만 해도 절반은 받았던 가격이 매물이 넘치면서 현금만 잠기다보니 중고업체마다 더 야적할 곳도 없고 아무리 싸게 사놔도 살 사람이 없으니 한계점에 다다른 것이다.

의류, 구두, 식당 집기, 전자제품 등 매물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넘친다. 싼값에 살 수 있는 기쁨이 누군가의 슬픔이다. 물건의 가치가 저평가 되면서 사람의 가치까지 동반하락 되는 것일까. 저가라도 팔리면 다행이다.

혹여 안 팔릴까 눈치 보며 이리저리 한 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녀야 하는 모습을 보며 산지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렵사리 개업해서 준비한 시설물들은 돈이 남아돌아 구입한 것이 아닐 수밖에 없다.

돈 많은 사람이라면 굳이 돈 벌러 애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모두 없는 사람들인데 살아보려고 준비한 물건들을 헐값에 처분하고 공짜나 다름없이 판매한 돈은 산입에 거미줄 칠 수 없는 최후의 보루다.

얼마 전 눈물을 흘리며 결혼반지를 판 어느 신혼부부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남겼다. 팔다 팔게 없으면 자존심마저 팔게 되는 게 산사람의 처지다. 거리마다 점포임대표시는 한집 건너 한집인데도 정책의 입안자들은 침을 튀기며 얼마 남지 않은 선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서울을 다 뒤집어놓을 만큼 멋진 구상들이 쏟아져 나오고 침체되었던 부산도 시장 후보들의 프로젝트로 하루아침에 새로운 세계가 열릴 듯하다. 그렇다면 그동안은 왜 안했을까. 그리 잘할 수 있는 일들을 못 한 걸까 안 할 걸까.

후보들의 토론을 듣다보면 저만한 소음공해가 또 있을까싶다.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필자가 극단적 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생명존중강사를 겸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심경은 정부의 예상치를 훨씬 넘고 있다. 극단적 선택은 그리 극단적이지 않아도 실행될 소지가 점점 넘치고 있다.

코로나19의 예산으로 문 닫는 식당의 냉장고라도 제값이 구입해야한다. 동네마다 수 십 개씩 설치하여 남는 음식물을 무료로 넣어두고 필요한 사람은 산사람이라도 살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한다. 코로나장발장이라도 막아야 한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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