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신념"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 '무죄 첫 사례' 
"비폭력 신념"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 '무죄 첫 사례' 
  • 김도윤 기자 mostnews@kmaeil.com
  • 승인 2021.02.2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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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법원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핌
군인권센터,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법원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핌

(경인매일=김도윤기자)종교적 신념이 아닌 비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행위가 '정당한 사유'란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그동안 종교적 신념으로 인한 양심적 병역거부 등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던 가운데 비종교적 신념에 따른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첫 사례는 적잖은 충격을 안기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이홍구 대법관)는 25일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종교적 신념이 아닌 '인간에 대한 폭력과 살인의 거부'라는 윤리적·도덕적 신념 등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 거부를 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A씨는 앞서 예비군훈련소집 통지서를 전달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훈련을 수차례 불참했고 이에 예비군법 및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해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됐고 미국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아 살인을 거부하는 신념을 가지게 됐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대전 부모와 지인들의 간곡한 설득으로 입대했지만 이후 반성하며 양심을 속이지 않기로 했다"고 예비군 훈련 거부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앞서 1심,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연달아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 측이 A씨가 슈팅 게임 등 폭력적인 게임을 한 점을 들어 항소했지만 재판부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병역거부 중 가장 부담이 큰 현역 복무를 이미 마쳤는데도 예비군 훈련만을 거부하기 위해 수년간의 불이익을 모두 감수하고 있는 점, 유죄로 판단될 경우 예비군 훈련을 면할 수 있도록 중한 징역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점을 보면 A씨의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다는 사실이 결과적으로 소명된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무죄 이유를 명확히 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피고인이 윤리적·도덕적·철학적 신념 등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 등을 거부한 사안에서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 제1호와 병역법 제90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날 비폭력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B씨와 C씨에 대해선 신념이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들에 대해 "각 사건에 피고인이 병역거부의 사유로 내세우고 있는 양심은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진정한 양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을 수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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