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땅 투기 의혹 새삼스러운 오두방정
[덕암 칼럼] 땅 투기 의혹 새삼스러운 오두방정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3.04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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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최근 주택난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광명·시흥에 대한 신도시 계획이 발표되자 해당 지역 부동산시장이 꿈틀대며 투기의혹 관련 뉴스들이 속속 쏟아져 나왔다. 자고로 ‘신도시’란 하루 아침에 도깨비 방망이 휘두르듯 뚝딱 나오는 게 아니라 도시기본계획이 서야 하고 수요 대비 공급 물량도 계산해야 하며 교통영향과 환경, 교육, 인구분포에 따른 다양한 조건들이 부합되어야 가능하다.

물론 30년 전 노태우 전 대통령이 200만 가구를 선포한 이래 일산, 산본, 평촌, 분당을 중심으로 신도시가 초스피드로 건설되었고 이후에도 화성 동탄 이나 용인 동백지구 등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지역은 눈만 뜨면 신도시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러한 신도시가 공식 발표되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니라 수립 과정에 이미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로써 발표 시기에 도래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정보를 아는 사람이 사돈의 팔촌까지 다 끌어들여 토지에 대한 투기를 벌인다면 경제적 수익을 얻는 대신 누군가는 생산으로 그 공간을 메워야 하는 게 산술적 이치다. 일선 학교 시험도 사전에 답안지가 돌아다니는 판국에 도시개발계획의 정보가 새는 것은 중구난방이다. 막는다고 막아질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지금껏 별말 없다가 최근 시흥 ·광명에 대해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인 LH 직원들이 표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이며 유사한 혐의에서 자유로울 자가 얼마나 될까.

조사한다면 지금껏 이리저리 빼 처먹고 해 처먹은 자들을 모두 전수조사 해서 국고로 환수하는 특별조사위원회라도 구성해야 한다.

필자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가슴이 뜨끔하면서도 항문이 타는 느낌을 받는 자들이야 눈엣가시 같겠지만 땀 흘리지 않고 날로 해 먹은 자들이 언젠가는 다 토해놔야 하는 게 세상이치다.

모름지기 사람 사는 게 먹을 때는 달콤하지만 토해 낼 때는 목구멍을 찢고 나오는 게 맞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한다. 그 이유는 다 그 놈이 그 놈이기 때문이며 어쩌다 이번 사건이 도화선이 될 수 있겠지만 두고 봐라, 또 다른 뉴스에 덮여지고 유야무야 어영부영 넘어가는 게 지금까지의 과거였고 앞으로도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의견이다.

이래서 나온 말이 아니꼬우면 출세하란 말인데 성토하는 자들 또한 같은 위치에 있으면 그 나물에 그 밥이 되는 게 인간사다. 정보공유도 뇌물의 일종인 셈이다.

현금이 오고 가야 뇌물이 아니고 돈이 될 만한 미술품도 도자기도, 정보도 모두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 하면 비리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상납이란 고리가 형성되는데 아랫사람이 적당히 해 먹다가 윗사람에게 어느 정도 인사를 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고 이를 받는 윗사람은 이미 공범이 되는 것과 동시에 더 윗사람에게 정보를 상납하면 물고 물리는 형성과정에 누구도 함부로 판도라 상자를 열수 없게 되는 게 세상 이치다. 모든 분야에서 뚜껑을 열고 보면 곰팡이 없는 데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수위가 어느 정도냐 인데 필자가 수 십 년 취재하는 과정에서 법대로 하면 안 걸릴 사람이 없다고 할 만큼 대한민국의 법률은 거미줄처럼 촘촘한 게 사실이다. 그만큼 법을 악용할 소지가 많다는 뜻인데 어떤 방패도 뚫는 창이 생기면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는 방패가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세금을 법대로 내지 않도록 세무서와 납세자 간에 세무사라는 합법적인 직종이 생기면서 절세는 물론 각종 장부기장에서 세금 신고 전에 거쳐야 할 다양한 세무업무를 대행하는 것이다. 누가 누굴 탓하랴. 국민과 정부 사이에 감사기관이 제 역할만 했어도, NGO단체가 제 기능한 했어도, 사법기관에서 엄정한 수사만 했어도 이런 공기업의 직원들이 투기꾼 행세를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새삼 문재인 대통령이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 및 LH 등 관계 공공기관 관련자들의 토지거래에 대해 신규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국무총리실이 지휘 하에 빈틈없이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

국토부와 합동으로 충분한 인력을 투입해 한 점 의혹도 남지 않게 강도 높게 조사하고, 위법사항이 확인될 경우 수사의뢰 등으로 엄중히 대응할 것을 강조했는데 과연 서슬퍼런 칼날이 어느 정도 베어낼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이와 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은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LH 직원과 배우자, 지인 등 10여명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내 약 7000평의 토지를 사전에 매입한 점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해당 지역의 부동산 업자들이 직접 토지매입자들로부터 공기업의 직원임을 들었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이들은 보상비를 많이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특용작물을 식재하여 보상비를 챙기는 방법을 악용하고 있으며 이를 직접 확인했다는 언론보도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쯤 되면 해당 당사자는 다들 해먹는데 재수 없게 걸린 셈이다.

일부의 불로소득은 전체의 근로의욕을 상실하게 한다.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한탕주의가 판치는 세상으로 전체적 여론이 쏠리게 되어 있으며 가상화폐나 증권, 주식 등 잔머리로 살려는 노력은 적당한 선에서 이뤄져야지 너도나도 다 일확천금을 꿈꾼다면 누가 땅 파고 고기 잡고 기계 돌리며 장사라도 하려고 나설까.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란다. 큰소리 친 만큼 모두 솎아낼 심산이 아니라면 괜히 국민들 감정만 자극하지 말고 양아치 색출을 중단하고 제대로 하려면 수족 같은 식솔들이 걸리더라도 기존에 해 처먹은 자들까지 모두 발본색원 해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만이 잘살 수 있는 나라임을 보여주길 바란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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