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교의 정치분석] ‘윤석열 대권 수험생’의 ‘대권학개론’ 완전 뽀개기
[정웅교의 정치분석] ‘윤석열 대권 수험생’의 ‘대권학개론’ 완전 뽀개기
  • 정웅교 기자 210ansan@naver.com
  • 승인 2021.03.1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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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부장 정웅교
▲정웅교 기자

(서울=정웅교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제 대통령 선거라는 큰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다.

그는 사법시험 9수 끝에 합격한 늦깎이 검사로 출발해서 잘 나가는 특수통 검사, 징계와 좌천, 부장검사에서 검사장을 거치지 않고 실질적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문재인 정부가 윤석열을 임명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장을 고검장급에서 검사장급으로 직제 개편)에 임명, 검사장급에서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검찰총장으로 직행,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정직 2개월 징계받은 검찰총장 등 많은 화제와 신기록을 남긴 검사였다.

지난 3월 4일 검찰총장을 퇴임한 이후 세 번의 여론조사의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지지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어 정치권의 태풍과 블랙홀이 되고 있다.

(지난 5일 실시된 TBS 의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는 윤석열 전 총장 32.4%, 이재명 지사 24.1%,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 14.9% 순이었다. 윤 전 총장은 같은 기관의 지난 1월 조사 대비 2배 가까이(17.8%포인트) 올랐다.

6~7일 이틀간 실시된 문화일보 의뢰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는, 윤 전 총장은 28.3%로 이 지사(22.4%), 이낙연 전 대표(13.8%)를 제쳤다.

지난 6~8일 실시된 쿠키뉴스 의뢰 한길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는, 윤 전 총장이 29%, 이 지사 24.6%, 이낙연 전 대표 13.9%, 홍준표 무소속 의원 5.2% 순이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러나 그는 아직 초보 정치인이기 때문에 그의 앞에는 꽃길보다는 난관과 허들, 혹독한 검증과 위기의 순간들이 다가올 것이다.

그가 이러한 위험 요인들을 제대로 대비해서 극복한다면 2007년의 고건, 2012년의 안철수, 2017년의 반기문의 실패 전철을 밟지 않고 2022년 3월 9일 대권 시험에서 합격의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다.

1. 지지율에 도취하여 교만하지 말고, 현실정치와 기성정치세력을 가볍게 보지 말라. 제3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것은 필패다.

앞의 세 사람의 실패 사례는 지지율만 믿고 현실정치와 정치세력을 경시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한국 정치는 48년 정부 수립 이후 양당정치가 안착되었고 국민도 이 양당제도에 익숙한 투표행태를 보인다.

지지율이 높으면 기존 정당과 정치세력이 자신을 중심으로 헤쳐모이고 재편될 것으로 오판하게 되어 기성 정치인과 조직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또 그 지지율이 오래 갈 것으로 착각하지만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전후로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반면에 거대 정당이라는 울타리가 있는 대권 주자의 지지율은 견고하게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1차적으로 제3지대 세력을 모으는 중간단계를 거쳐서 궁극적으로 범야권 통합으로 가야 한다. 그 통합과정이 길어지면 국민에게 피로감을 주게 되고 지지층 일부가 이탈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내년 3월 9일 대선과 후보 경선 일정을 감안하여 대선 6개월 전인 7∼8월에는 통합과정을 끝내야 한다.

통합과정에서 만약 자신을 중심으로 한 야권 재편을 고집하게 되면 여기에 동참하지 않는 일정한 세력이 생기게 되고 이는 곧 야권 분열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방식은 피해야 한다. 또 범야권 통합당의 지분을 챙길 필요도 없다. 만약 윤석열이 범야권 통합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고 당선이 되면 그 당은 오롯이 윤석열의 당이기 때문이다.

2. 시대정신과 정치철학을 정립하고, 그것을 구현할 정책 콘텐츠와 역량을 배양하라. 진보·보수라는 이분법적 틀에서 벗어나 진보적 정책도 과감히 수용하라.

윤석열 전 총장은 지난 3월 4일 검찰총장 사퇴의 변을 비롯하여 여러 메시지에서 ‘국가’, ‘국민’,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자유민주주의’, ‘상식과 정의’, ‘공정’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들은 검찰총장의 메시지로서는 충분할 수 있으나, 대권 주자 윤석열의 메시지는 달라져야 한다. 시대정신과 정치철학을 정립하고 이것을 구현할 정책 콘텐츠와 역량을 키워야 한다.

진보·보수라는 이분법적 틀에서 탈피하여 진보적 가치와 정책도 과감히 수용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검사는 보수주의 색채가 강할 거라는 선입견을 깰 필요가 있다. 

윤석열 반대진영에서는 윤석열은 헌법, 형법, 형사소송법 등 형사사법 제도 외의 타 분야에 대한 식견과 정책역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이를 불식시키고, 대선후보 간 정책토론에서 실점하지 않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12년 정치에 입문한 이래 언론과 정치권으로부터 ‘정치개혁만 외치고 콘텐츠가 없다’라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고 이것이 그의 정치의 한계로 작용했으나, 2017년 5월 대선 후보와 2018년 6월 서울시장 후보로 선거를 치르면서 학습을 통해 이를 많이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책역량 배양은 학습과 경험으로 이루어진다. 학습은 책과 신문이나 전문가의 교육을 통하여 가능하다.

따라서 정치·정무·전략, 경제·복지·노동·사회, 외교·안보·국방, 교육, 문화예술 등 분야별 전문가팀을 만들어서 요일별로 만나서 토론과 학습을 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선 시계는 빨라지기 때문에 향후 3∼5개월이 학습하기에 최적이 시기다.

3. 윤석열의 자문그룹, 참모진, 전문가 그룹의 면면이 윤석열 평가의 척도가 된다. 진보·보수, 지역·계층·세대를 망라한 균형 잡인 인재 발탁이 중요하다.

어느 시점까지는 주변 인물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는 것이 좋다. 초기에는 이들에 대해서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구설에 휘말릴 수도 있고 이들의 자문과 참모 활동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진보·보수, 지역·계층·세대를 망라한 균형 잡인 인재의 발탁이 필요하다.
윤석열 본인이 직접 접촉하는 1차 그룹, 핵심 측근이 관리하는 2차 그룹, 3차 그룹 등으로 구분하여 관리하는 것이 리스크가 적고 효율적이다. 1차 그룹은 능력과 평판을 고려한 엄선이 필요하다.

정치에서는 ‘오는 사람 마다하지 말고 가는 사람 붙잡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사회적으로 지탄받거나 중범죄로 처벌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다양한 영역과 레벨에서 그들을 포용하는 것이 좋다. 도와주려고 하는데 거절당하면 적극적 반대자가 되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정당에 참여하여 활동할 시점에는 기존의 자문·참모·사조직을 당 공조직에 접목시키고 편입시켜서 당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4. 자발적 지지단체·펜클럽은 소중한 정치적 자산으로 여기고 간접 관리하라.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자발적 지지단체, 펜클럽이 많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너무 등한시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적극적 지지세력은 윤석열이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되거나 지지율이 하락하는 국면에 도달할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됨은 물론이고 경선과 본선에서 큰 힘이 될 것이다. 다만 윤석열 본인이 직접 이 조직들을 관리하면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측근을 통하여 대리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 조직들이 이탈행위를 하거나 극성스럽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2012년 대권 지지율이 1등이던 안철수 측이 자발적 펜클럽이 무수히 많이 생겨나자 이들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거나 ‘나와는 무관한 단체’라는 식으로 꼬리 자르기를 하는 바람에 안철수의 정치적 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왔고, 막상 위기가 왔을 때는 보호막이 없게 되는 악순환을 가져왔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5. 강연 정치는 득보다 실이 많으니 절제해야 한다.

지지율이 높은 상태에서 강연을 하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오고 언론의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지만 3∼4개월 지나면 강연주제는 바닥이 나고, 신비감이 떨어지며, 사람들의 인기와 열기가 떨어져 청중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이것이 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공개 강연은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하더라도 한 달에 1∼2회에 그쳐야 하며 강연주제도 적절히 바꾸는 것이 좋다. 강연 준비를 위한 학습과 전문가의 조력·토론 과정을 정책역량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6. 4월 중순경까지 정중동 하며 상황을 지켜보되, 4·7 보궐선거에서 절제된 지원은 필요하다.

국민 뇌리에서 윤석열은 검찰총장이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즈음인 4월 중순경까지 자중자애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검찰총장을 사임한 이후의 처신이 과거로 투영되어 정치검찰이었다는 이미지를 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4·7 보궐선거는 여야의 차기 대선 승패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 전 총장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후보들이 당선된다면 윤 전 총장은 야권의 확실한 구심점이 될 것이며 지지율도 더 공고해질 것이다.

전 검찰총장이라는 특수한 신분 때문에 퇴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거에 적극 개입하게 되면 부자연스럽고 역풍이 불 수도 있으므로 후보를 잠깐 만나서 격려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절제된 방법으로 지원하는 것이 좋다.

7. 자신과 가족에 대한 언론과 경쟁 진영의 혹독한 검정에 대비하라.

이미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과정, 지난 1년 동안 추미애 법무부장에 의한 공격과 징계 과정을 겪으면서 어느 정도 검정을 거치면서 맷집도 생겼고 예방 주사를 이미 맞은 셈이지만 대권 경쟁에 나가면 더 혹독한 검정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배우자와 장모에 관한 사건 등 사전에 치밀한 자체 검정을 실시하고 해명·반박 논리를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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