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대한민국의 척추, 50대의 현주소
[덕암 칼럼] 대한민국의 척추, 50대의 현주소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3.1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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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1960년대 출생한 50대는 여러모로 고난과 행운이 겹쳐지는 세대라고 볼 수 있다. 전쟁은 모르지만 전후 세대로서 어느 정도 가난도 겪어보고 이른바 조국 근대화의 시대라는 과도기적 변화의 중심에 서는가 하면 군사독재와 민주화의 정점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세대였다.

부모의 은혜와 자식에 대한 애착도 강하고 최소한 동방예의지국의 정점에서 대한민국의 척추 역할을 하며 현대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퇴직을 앞둔 책임자 위치에 있는 세대다.

물론 그 이전에 출생한 70대와 세대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아랫세대의 변화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연령층이라 볼 수 있다.

문화적·문명적 차이는 물론 과거 처럼 무조건 정직하고 성실하게 산다고 다 해결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나 주식에도 적절히 투자할 줄 알아야 하고 공무원들 사귀어 토지정보도 빼내고 비트코인도 채굴할 줄 알아야 한다.

열차나 버스에서도 피울 수 있었던 담배를 이제는 버스정류장 근처나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피울 수 없음도 알아야 하고 고등학생이 빤히 쳐다보고 피워도 모른 채 지나갈 줄도 알아야 한다.

월급봉투는 아닐지라도 급여 타는 날이면 친구들에게 술도 한잔 살 수 있었던 경제적 권한도 통째로 온라인 계좌로 넘어가 돈 구경도 못하지만 당연한 것으로 여겨야 할 줄 알아야 한다.

자녀들이 야간 자율학습 마치고 각기 제 방으로 들어가고 아침이면 우유 한잔에 후다닥 나가는 바람에 밥상머리 교육은 고사하고 요즘 어떠냐고 묻는 것조차 사치인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사직서를 품에 넣고 참아가며 다닌 회사도 구조조정 들어오거나 명예퇴직 압력 들어오면 적당히 치킨집이나 차리고 잘하면 편의점이라도 차릴 돈이 생기지만 이 또한 대출 안 받고 차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게 대한민국 50대의 현주소다.

국민 교육 헌장과 독립 선언문을 줄줄 외우고 숨바꼭질과 지불놀이를 해보았던 세대였고, 아침이면 동네길에 빗자루 질도 하고  이웃의 어려움을 내 일처럼 여길 줄 알았던 따스한 인상의 세대였다.

그러나, 요즘 만난 코로나19란 질병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50대의 현실은 참으로 어디에도 말할 수도 말해서도 안 되는 위치다. 아픈가 50대, 아파도 티도 내지 못하는 가장의 권위와 든든한척 해야 하는 마음은 소주 매출로 나타난다.

최근 나타나는 뉴스나 통계의 일부를 보더라도 척추의 병든 증상은 제아무리 다리 역할을 하는 30대·40대가 날고 기어도 이를 지탱하지 못한다. 50대 자영업자가 한 달새 11만 명이나 폐업했다는 소식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하던 일이 닭 튀겨서 팔아 먹고 사는 이른바 생산보다는 유통이었다. 막상 질병이 모든 환경을 달리해 버리니 갈 곳이 공사장이나 일용직에 그친다. 반대로 이들이 농사를 지었다면 대파 심다가 미나리나 시금치도 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단순한 유통보다 본질적인 생산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1차 산업 이었다면 지금처럼 속수무책 무너지진 않았을 것이다. 공사장은 쉬운가. 안 되면 노가다라도 하지, 천만에 말씀이다.

그 흔한 노가다는 이미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두 점령해서 할 수도 없거니와 한다고 치더라도 안 하던 일로 인한 서툼에 며칠 못하고 밀려나기 마련이다. 한때 중국에서 조선족들이 대거 한국의 3D시장을 점령할 때 두 손 놓고 설마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라도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겨우 버티며 자영업에 몰려 들었던 50대의 미래는 참으로 암담하기만 하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50대 자영업자는 159만7000명에서 11만1000여명이나 줄었다. 이들은 어디로 갈까. 나름 성실히 살았던 50대에게 갈 곳이 사라졌다.

대면 서비스업 종사 비중이 높은 탓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처음 선별 지원한 2차 재난지원금을 지원했지만 휴·폐업한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대로 재도전을 지원한다는 20만 명에게 재도전 장려금 50만원씩을 지급했다. 정작 필요한 자영업자들은 외면하고 다시 창업해야 50만원을 준다? 장난하는가. 50만원으로 창업을 하라는 방침은 대체 어떤 발상에서 나온 것일까.

다 그렇다 치고 보궐선거가 다가오니 준다던 19조 5천억도 오리무중인 상태다. 일자리가 없다하니 기껏 만든 일자리가 90만 개 중 59만개가 월 27만원 용돈 일자리였다. 한마디로 숫자 장난이다. 이제 그 장난은 50대를 향한다.

오도가도 못하는 50대 이후 퇴직자 1만1700명에게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지원사업이라며 또 탁상심정의 일면을 보여준다. 금융권 퇴직자가 소상공인 금융 상담을 하는 등 경력자의 사회공헌 일자리에 시간당 2000원짜리에 하루 8시간 근무해도 2만5000원을 받는다.

일은 하고 월급은 받는데 소꿉놀이 수준이다. 고등학생 한 달 용돈도 안 되는 돈으로 50대 가장이 뭘 할 수 있을까. 겨우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돈은 가난한 자에게 더 없는 절망조차 못하게 하는 호구지책이다.

1회용 단발성 일자리가 정부의 정책이라면 이는 아니 함만 못하다. 여기서 더 가면 척추가 부러진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면 50대는 이 나라의 모든 분야에서 경륜과 연륜으로 희망을 줄 수 있는 뜨거운 심장이다.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고 애태우는 그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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