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쟁이가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자
[덕암 칼럼] 쟁이가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자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3.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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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새는 날아야 하고 물고기는 물로 가야 하며 짐승은 숲속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벌레는 기어야 하며 사람은 사람다워야 한다. 하지만 각기 다른 특징을 한곳에 모은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모든 학생들이 1등 해야 하고 좋은 대학가서 대기업 취업한다면 누가 중소기업 갈 것이며 험한 일에 종사할까. 새를 보고 물로 가라 하고 물고기 보고 날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장 현명한 사람이 자연의 이치를 벗어나 편하고 쉬운 일만 하며 호의호식을 꿈꾼다면 이 사회는 어찌될까. 안타깝게도 지극히 당연한 일임에도 사람의 목표는 한결같다.

정부는 4차 산업이라며 듣도 보도 못한 일자리를 창출한다지만 막상 판을 까보면 그 깊이가 단기적인 안목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필요한 모든 것은 각기 맡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보다 나은 기술을 창출해 냄으로써 발전과 비전이 있는 것이며 새로운 미래의 금자탑을 쌓는 것이다.

필자는 사라지고 생겨나는 모든 직종을 관찰하고 취재·보도하는 과정에서 진정 중요한 분야가 차츰 소멸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물론 문명의 발달에 병행되는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양복이나 구두 만드는 수작업이 공업화되면서 전문가들이 버티지 못했고 질그릇 만드는 전공이 기계에서 대량 생산되는 공정에 밀려 장인정신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함을 공감한 바 있다.

세상의 모든 분야는 각기 쌓은 노하우로 기능공에서 기능장과 명장이라는 존칭을 얻기도 하며 세계기능올림픽 대회에서 한국인 특유의 기술로 금메달을 싹쓸이 하기도 했다.

이들을 흔히 ‘쟁이’라고 한다. 그림을 잘 그리는 환쟁이, 보험을 잘 설계하는 보험쟁이, 글을 쓰는 글쟁이 등 한 분야에 미쳐서 소정의 성과를 이룬 사람을 쟁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쟁이들은 하나씩 사라지고 그저 단순한 자영업에 근근이 살아가려는 국민들이 점차 늘고 있다.

그렇다면 장사꾼은 쉬운가. 상인 일기를 보면 하늘에 해가 없는 날이라 해도 나의 점포엔 문이 열려 있어야 하고 하늘에 별이 없는 날이라 해도 나의 장부엔 매상이 있어야 한다는 문구는 영업에 최선을 다하려는 의지를 표명한 대목이다.

메뚜기 이마에 앉아서라도 전은 펴야 하고 강물이라도 잡히고 달빛이라도 베어 팔아야 한다는 말에서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고 미친 듯이 노력해야 한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대충 덤벼들었다가 휴·폐업 하는 자영업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손톱 끝에 자라나는 황금의 톱날을 무료히 썰어내고 앉았다면 옷을 벗어야 하며 옷을 벗고 힘이라도 팔아야 하며 힘을 팔지 못하면 혼이라도 팔아야 한다는 대목은 남의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정성이 필요한지를 역설하는 대목이다.

뿐인가 기계쟁이는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크고 작은 공업인들은 공돌이 라는 폄하 계급으로 천민 취급 받으니 너도나도 피하고 결국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밥그릇을 내준 것이다.

오늘은 ‘제48회 상공의 날’이다. 적어도 이 날 만큼은 각자의 분야에서 노력하는 기능공이 대접받는 사회적 공감대를 세워야 할 것이다.

매년 3월 셋째 수요일인 상공인의 날은 1964년 5월 12일 출발해 1984년 3월 셋째 수요일로 변경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모두가 사무직을 택하고 편한 환경 속에서 쉽게 돈을 버는 동안 힘들고 더럽고 위험하다는 3D직종에서 묵묵히 일하는 기능인들과 전문 상인들, 그리고 각자의 분야에서 자부심과 장인정신으로 소임을 다하는 이들이 바로 진정한 애국자이며 국가의 근간을 안정시키는 개미군단 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세부적으로 관찰해보면 이 세상이 필요치 않은 직업이 뭐가 있으랴. 하다 못해 범죄자가 있어야 경찰도 검사나 판사나 변호사도 먹고 사는 것이며 관련 분야의 종사자들까지 거미줄 같은 먹이사슬의 공생이 진행되는 것이다.

쓰레기를 버려야 환경미화원도 살 수 있는 것이고 필요악이라는 존재도 사실은 음악의 불협화음처럼 조화를 이루는 조건중 하나다.

직업에 귀천을 두지 말고 어떤 일이든 각자의 기량과 특징에 맞는 기능인들이 분야별 노력을 다 할때 진정한 일자리 창출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저 아쉬운 것은 모두가 노력할 때 불로소득이나 일확천금으로 떼돈을 번다는 소식만큼 힘 빠지는 경우는 없다. 

아파트 한 채 사면 몇 년을 죽어라 일하는 것보다 쉽게 돈을 벌고 가상화폐나 비트코인으로 쉽게 돈을 번다면 그 또한 직종 중 하나겠지만 작금의 사태처럼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국민의 근로의욕을 상실시키고 분노와 인내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매국행위라 할 것이다.

땀 흘리며 일하는 자들이 보람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나라, 각자의 특별한 장점을 살려 상업·공업이 발달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4차 산업이 융성해 질 수 있는 구조, 정직하고 성실하면 충분히 먹고 사는 데 지장 없는 환경과 손가락질 보다는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때 상공인들의 열정이 생기는 것이지.

어쩌다 오늘 같은 날 대표적인 몇 명 초대해서 상장 주고 생색내며 언론에 시상자로 낯짝이나 들이미는 행사는 그나마 노력하는 기능인들을 들러리로 내세워 치르는 전시행정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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