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교의 정치분석]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야권 단일화, 감동적인 단일화냐 이전투구 단일화냐
[정웅교의 정치분석]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야권 단일화, 감동적인 단일화냐 이전투구 단일화냐
  • 정웅교 기자 210ansan@naver.com
  • 승인 2021.03.1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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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7일까지 여론조사 방법론 합의 못해
- 17∼18일 양일간 여론조사, 19일 단일화 결과발표라는 당초 합의 일정 차질 불가피
- 상처뿐인 단일화로 심각한 후유증 우려 목소리 높아
▲정웅교 기자
▲정웅교 기자

(서울=정웅교 기자) 서울시장 후보 야권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3월 18일까지 여론조사를 마치고 후보등록 마감일인 3월 19일까지 단일화가 성사될지, 투표용지 인쇄일 시작일인 3월 29일 전까지 성사될지, 사전투표일 4월 2일 전까지 성사될지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오세훈·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목적은 양측 지지층을 산술적으로 고스란히 합치고 여기에 더해 단일화라는 극적인 이벤트를 통한 시너지 효과로 플러스 알파의 새로운 지지층을 흡수하여 서울시장선거에서 안정적으로 단일 후보가 당선되기 위한 것이며 궁극적으로 내년 대선에서 야권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단일화 목적을 100%는 아니더라도 확실한 당선이 담보될 정도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단일화 과정에서 상호 비난을 절제하고 감정적 앙금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계속해서 안철수 후보에 대해 인신공격성 비난·비판을 하고 일부 국민의힘 관계자들도 이에 편승해서 안철수 후보를 강하게 공격하고 있는데, 오세훈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하고 안철수 후보가 공동선대위원장이나 선대본부장을 맡아 열심히 선거를 돕는다고 해도 안철수 후보 지지층 가운데 단일화 과정에서 감정이 상하고 상처받은 일부 사람들은 결코 오세훈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것은 자명하다.

1. 여론조사 방법론 이견, 적합도·경쟁력 조사와 유선전화(일반전화) 포함 여부

서울시장 후보 야권 단일화 협상에서 여론조사 방법론에 관해 서로 주장이 다르다. 오세훈 후보 측에서는 적합도 조사와 조사 대상에서 유선전화 조사도 일부(10%) 하자는 주장이고, 안철수 후보 측에서는 경쟁력 조사 또는 박영선 후보와의 양자 가상대결 조사와 조사 대상에서 무선전화 조사만 하자는 주장이다.

오세훈 후보 측 주장은 여론조사 문항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중에서 서울시장 야권 단일 후보로 누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와 같은 적합도 조사 문항이다.

반면에 안철수 후보 측 주장은 여론조사 문항에서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대결할 후보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중에서 누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와 같이 경쟁력 조사 문항이다. 

안철수 후보 측은 지난 17일 여론조사 문항 관련 수정 제안을 했는데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와 같이 박 후보와의 양자 가상대결 조사 문항이다.

그동안 발표됐던 각종 여론조사에서 적합도 조사는 오세훈 후보에게, 경쟁력 조사 또는 박영선 후보와의 양자 가상대결 조사는 안철수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더 좋은 조사결과가 많았으며, 통상 유선전화 조사는 보수 진영에게, 무선전화(휴대전화) 조사는 중도·진보 진영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여론조사 방법론에 관해 최종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두 후보 중 어느 한쪽이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 다른 쪽의 ‘양보에 의한 단일화’를 의도하는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그러나 단일화 협상이 장기화되면 국민적 피로감과 여론의 역풍이 생기기 때문에 통 큰 합의를 촉구하는 발언이 야권에서 많이 나오고 있어 이를 무시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에도 양측은 여론조사 방법론에 관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양측의 실무협상단 대표격인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이날 밤 9시 30분께 기자들을 만나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정양석 총장은 "우리 당은 국민의당에서 요청한 경쟁력 조사는 피하지 않겠지만, 가상대결을 통한 후보 확정은 새로운 방법이고 전례가 없고 합산이 쉽지 않아 수용하기 어렵다. 여론조사 정확성을 위해 유선전화 비율을 절충안으로 10% 정도라도 반영하자는 조정안을 내고 기다렸다는데 국민의당 측에서 수용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태규 총장은 "국민의당 입장은, 저희가 가장 중시하는 효과적 방법은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의) 가상대결이기 때문에 가상대결을 존중해 준다면 국민의힘 측이 말씀하는 유선전화 10%를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가상대결이 어렵다면 경쟁력 조사를 하되 대신 유선전화(10% 포함)는 수용할 수 없다. 그것도 부족하면 경쟁력 조사와 적합도 조사를 50대50으로 해서(유선전화 조사 없이) 후보를 결정하는 수정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 총장은 국민의당 측의 최종 수정 제안에 대해 "적합도와 경쟁력을 각각 묻고, 다만 유선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는 새로운 입장에 대해서 협의해 봐야 한다. 협의해 보고 접점이 있으면 내일 아침에라도 일찍 연락해서 내일이라도 여론조사가 실시될 수 있도록 협상단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 감동적인 단일화는 양측 모두에게 승리와 미래가 있고, 이전투구 단일화는 모두 정치적 패배의 길로 갈 것
 
이번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감동적인 야권 단일화에 성공하고 야권 단일 후보가 본선에서 승리한다면 당선된 사람과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했지만 본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 모두가 승자가 될 것이다.

특히 감동적인 단일화 경선에서 아름다운 패배를 한 사람은 다음 대선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오세훈·안철수 두 사람의 선택은 자명하다. 진흙탕 싸움(이전투구)으로 상처뿐인 단일화로 국민과 지지층에게 실망감을 주어 정치 생명을 단축할 것인가, 아니면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단일화로 설사 경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정치적 미래와 국민적 지지를 확보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3. 나경원 전 의원과 장제원·홍준표 의원, 김종인 위원장과 주변 인사들의 안철수 후보 비방에 대한 우려와 비판

오세훈 후보에게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던 나경원 전 국회의원이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방을 멈추고 단일화를 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장제원 국회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최대 걸림돌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다. 안철수 후보를 향한 욕설에 가까운 저주가 단일화 국면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감정싸움을 조장했다. 김 위원장 주변 인사들은 조롱과 멸시의 발언들을 서슴없이 쏟아내며 단일화 훼방꾼이 되어 있다. 그만큼 방해했으면 이제 그만하라. 이번 시장 후보 단일화에 훼방을 놓는 사람은 시대의 역적이자 야권 농단 세력으로 규정될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무소속 홍준표 국회의원도 지난 15일 그의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야권 단일화를 앞두고 안철수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것은 소인배 정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는데, 그는 17일에도 그의 페이스북에서 김종인 위원장을 겨냥해 "심술 첨지가 방해해도 단일화는 성사돼야 한다"며 "투표용지 인쇄 전까지 치킨게임을 하는 건 두 사람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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