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 칼럼] 하늘과 땅 사이에 비밀이…
[덕암 칼럼] 하늘과 땅 사이에 비밀이…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1.03.2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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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비가 올라나 눈이 올라나 억수 장마 질라나…

고려가 멸망할 때에 이를 한탄한 송도의 선비들이 지어 부른 정선 아리랑의 일부다. 필자가 강원도 영월에서 출생 신고를 하고 옆 동네인 태백으로 이사 가던 중 어릴 때 들었던 정선 아리랑은 유유히 흐르는 동강의 풍경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다.

단순하면서도 구성진 곡조에 부르는 사람마다 삶의 애환을 담은 가사를 붙여 수 많은 가사로 약 5,500수의 가사가 수집되었으며 명사십리가 아니라며 해당화는 왜 피며 모춘 삼월이 아니라며 두견새는 왜 우는가로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

하늘의 기운을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땅과 사람은 수 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날씨를 기록하여 24절기를 정했고 서양에서도 별자리를 읽어 운명을 점치는가 하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칠 때 죄지은 자는 오금을 저려야 했다.

동양에서는 덜하지만 서양의 허리케인이 한 번씩 미친척 할 때는 아야 소리도 못하고 북망산천으로 이동한 자가 한둘인가. 뿐만 아니라 사람이 도저히 못견딜만한 상황이 생기면 하늘도 무심 하시다며 멀쩡한 하늘을 원망하기도 한다.

각설하고, 하늘과 땅 사이에 수 천 만년 전부터 무슨 일이 있었기에 바다가 산이 되고 산이 바다가 되었을까. 우리는 흔히 인류가 할 수 없는 일이 생겼을 때 자연의 이치라고 말한다. 제 아무리 인공위성이 날아다니고 현대 문명이 발달해도 짐작할 수 없는 게 대자연의 섭리다.

자연재해 앞에 무력한 인간의 존재가 마치 지구의 주인인 것처럼 오만함으로 가득한 채 온갖 행패를 다 부린다. 쓰레기는 물론 자동차와 각종 화석연료로 인해 대기오염으로 만년설이 사라지고 남극의 빙하도 점차 그 모습을 잃어가지만 한번 살고 치울 것처럼 중히 여기는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오늘은 1961년부터 매년 3월 23일을 ‘세계 기상의 날’로 정한지 60년 되는 날이다. 기념일을 찾아 글을 쓰다보면 참으로 별일도 다 있구나 싶지만 나름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은 1956년 2월 15일 68번째로 세계기상기구에 가입했고 기상청은 매년 세계 기상의 날에 기념식과 세미나를 개최하며 전국 기상 시설 공개와 기상 정보 기술 보급 등의 활동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많은 부처 중 기상청은 필자가 민망할 만큼 성토한 기관이다. 필자뿐만 아니라 적잖은 국민들이 ‘오보청’이네 ‘구라청’ 이네 하며 빈정댈 때는 어지간히도 못 맞히는 전적이 있기 때문인데 사실 하늘의 일을 땅이 어찌알까. 오늘 만큼이라도 기상청을 두둔하는 말로 격려하자는 차원에서 본 글을 남긴다.

지구 반대편 인디언들은 가뭄이 왔을 때 기우제를 지내는데 성공 확률이 100%다. 이유는 비가 올 때까지 지내기 때문인데 우리 조상들도 같은 기우제를 지낸 바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나마 빠른 것이 측우기나 기타 천문을 읽을 수 있는 장비들이 지혜롭게 등장했지만 비나 눈 뿐만 아니라 태풍이나 지진·해일·폭염·한파 등은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영역이다.

그나마 농자천하지대본의 바탕을 보위하기 위한 24절기는 지금 그 어떤 과학으로도 풀 수 없는 신비함이 가득하다.

요즘처럼 봄이 시작되는 입춘을 비롯하여 우수·경칩·춘분·청명·곡우·입하·소만·망종·하지·소서·대서·입추·처서·백로·추분·한로·상강·입동·소설·대설·동지·소한, 그리고 겨울의 매듭을 짓는 대한까지 24절기는 참으로 신비할 만큼 제대로 맞는다.

입춘에는 입춘대길을 지금도 대문기둥·대들보·천장 등에 써 붙이고 우수 때는 눈이 비로 변하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되므로 대동강의 물이 풀려 물고기가 올라오나 기러기는 다시 떠난다는 계절이다.

경칩때는 개구리가 입을 뗀다는데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어쨌거나 날씨가 제법 따스해지기는 한다. 이렇듯 24절기가 지날 때마다 수 천년 전해오던 경험들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아 후손들의 농사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지금이야 콘크리트 집에 들어앉아 24절기가 뭔지 알 이유도 없지만 적어도 춥고 더울 때 나타나는 천기는 그리 큰 변화가 없는 편이다.

추운 날 그늘진 구석길을 겁도 없이 운전하다 빙판길에 낭패를 당하는가 하면 수능시험 칠 때는 기다렸다는 듯 매서운 날씨가 한국인이 사는 환경을 마감하는 과정과 수험생들을 긴장하게 한다.

이즈음에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사람의 수명이 한껏 해야 100년 미만이지만 수 백 년을 살아온 고목이나 천년바위의 입장에서는 한낱 미물에 불과하다.

특히 적도 부근에 사는 종족은 사계절 내내 울창한 밀림이고 남·북극 지역에 사는 인종들은 나름 환경에 적응하며 식생활이나 기타 의복과 풍습이 독특한 편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하는 환경을 짚어보자. 사계절이 있는 나라의 행복은 우리만의 소중한 경험이다. 나무의 나이테로 나이를 알 수 있듯이 춘하추동의 계절이 주는 자연의 섭리와 교훈은 그 어떤 학문보다 훌륭하다.

인동초가 겨울을 이겨내라 하고 매화가 봄을 알리며 작열하는 태양이 있기에 곡식이 자란다. 마치 사람이 태어나 삶을 마감하는 과정이 유사하다.

청소년기가 봄이라면 청년기는 여름이고 곱게 물든 단풍이 중년이라면 무성하던 푸른 잎을 하나 둘 내려놓고 겨울을 채비하는 노년에는 그 많은 추억들조차 거리에 뒹구는 낙엽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하는 짓을 보면 수 천 년 살 것처럼 나대고 어쩌다 권력을 잡으면 수 백 년 할 것처럼 오만해진다. 자연이 그렇게 타이르고 알려줘도 그때 뿐이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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