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교의 정치분석] 오세훈 야권 단일후보 확정, 승리 원인과 선거 후 정치권 재편 전망
[정웅교의 정치분석] 오세훈 야권 단일후보 확정, 승리 원인과 선거 후 정치권 재편 전망
  • 정웅교 기자 210ansan@naver.com
  • 승인 2021.03.2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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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경선 결과 승복, 공동선대위원장 수락...정치적 자산 확보로 재기 가능성 보여
- LH 블랙홀과 윤석열 태풍, 정권심판론 여론 높여 국민의힘으로 보수층 결집
- 4·7 재보궐선거 후 국민의힘 중심 야권 재편 예상
- 여당 패배 시, 조기 레임덕과 국정운영 기조 변화 불가피
▲정웅교 기자
▲정웅교 기자

(서울=정웅교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월 23일 오전 발표된 야권 단일후보 경선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제치고 승리해 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가 되었다.

이로써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박영선 민주당 후보 간 양자 구도 정립으로 오세훈 후보가 본선 승리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었다.

국민의힘·국민의당 야권 후보 단일화 실무협상단이 3월 9일 첫 협상 후 12일 만인 21일에 ‘단일화 룰의 전쟁’을 마치고 22∼23일 양일간 조사를 할 계획이었으나, 단일화 여론조사에 돌입하자 이번 선거를 정권심판으로 보는 다수 서울시민들이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여론조사에 응답했기 때문에 2개의 여론조사기관(한국리서치, 글로벌리서치)이 하루 만에 각각 1600명의 표본에 대한 전화 면접 조사를 마쳐 23일 오전에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가능했다.

오세훈, 안철수 후보의 여론조사 득표율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박빙'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오 후보가 낙승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여론조사기관이 각각 1600명 표본에서 800명씩 적합도와 경쟁력을 조사했는데, 오 후보가 4그룹 모두에서 이겨 지지율 격차는 4%포인트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훈·안철수 양 후보가 당초 공언한 ‘19일까지 단일화’, ‘아름다운 단일화’라는 대국민 약속을 못 지켜 국민적 피로감과 지지층 실망감을 준 측면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흥행에 성공한 단일화 경선이었다고 평가할만하다.

1. 오세훈 승리·안철수 패배의 원인

첫째, 지난 3월 4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나경원 후보가 대체로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오세훈 후보가 의외의 승리를 함으로써 컨벤션효과가 커 오세훈 후보가 지지율 상승세를 탈 계기가 만들어졌다.

둘째, ‘LH 사태 블랙홀’과 ‘윤석열 태풍’ 현상으로 정권심판(견제)론 여론이 정권안정(지원)론 여론보다 월등히 높아졌고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국민의힘과 오세훈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게 되었다. 이에 오세훈 후보가 본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야권 지지층 일부가 안철수 후보 지지에서 오세훈 후보 지지로 전환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3월 2일부터 폭로되기 시작한 LH 직원·공직자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으로 ‘LH 사태 블랙홀’이 생성되었고, 3월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부·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등 검찰 해체 추진을 강하게 반발하며 사퇴한 후 윤석열의 차기 대선 지지율이 급등하는 현상인 ‘윤석열 태풍’이 불었는데 이 두 현상이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강한 영향을 미쳤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야권 후보로 안철수가 유일하다고 생각하고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야권 지지층 일부가 오세훈 후보가 박영선 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서 큰 격차로 이기는 여론조사 결과가 3월 중순경부터 여러 곳에서 나오기 시작하자 오세훈 후보가 정부·여당을 심판하기에 더 안정적인 야권 후보로 생각하고 지지 대상을 바꾼 것이다.

셋째,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국민의당 양당 간 조직(국회의원·당직자·당원 수)·재정 등 당세(黨勢)의 큰 격차를 그의 개인 역량과 개인기로만 극복하기가 어려웠다.

안철수 후보에 대한 국민위힘 공격수는 많았지만 오세훈 후보에 대한 국민의당 공격수는 2∼3명에 불과해 안철수 혼자 거대집단을 상대해야 하는 버거운 싸움이었다.

또한 지난 22일 후보 단일화 경선 여론조사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거대한 조직과 당원을 총동원하여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운동을 문자메시지와 SNS 등 온·오프라인에서 펼쳤으나, 군소정당인 국민의당의 움직임은 미미하거나 거의 없었다.

넷째, 한국 정치는 양당 정치가 고착화돼 있고 유권자 대다수가 거대 양당 지지로 나뉘어있는 상황에서 제3당 후보의 지지층은 결집도와 충성도가 약해 선거 후반으로 갈수록 사표를 막고 보다 안정적인 선택인 거대 양당 지지로 옮겨가는 경향이 강하다.

다섯째, 단일화 경선 여론조사를 3월 22일보다 며칠 더 빨리 실시했거나 휴일에 했다면 안철수 후보에게 더 유리했을 것이다.

오세훈 후보 지지율은 빠른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반면에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완만한 하락세였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보다 조기에 했다면 안철수 후보에게 유리했다.

또 휴일에 여론조사를 했다면 직장인(중도성향이 많음)이 여론조사에 응답할 가능성이 높아 안철수 후보에게 유리했고, 평일에는 그 반대이기 때문에 오세훈 후보에게 유리했다. 결국 국민의힘이 단일화 협상을 최대한 끌어와 3월 21일 최종 합의를 하고 평일인 22일에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 주효했다.

여섯째, 민주당과 박영선 후보 측이 최근에 와서 안철수 후보보다 오세훈 후보를 더 많이 공격함으로써 오세훈 후보가 안철수 후보보다 언론과 온라인에서 노출빈도가 많아졌고, 야권 대표성과 강자 이미지를 더 갖게 되는 반사효과로 오세훈 후보로 보수층이 결집하고 지지율이 올라가는 현상을 가져왔다.

2. 오세훈 야권 단일 후보 수락 기자회견

야권 단일후보로 결정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23일 오전 "오늘은 위대한 서울시민의 선택의 날"이라며 "위대한 선택이 후회가 되지 않도록 제 모든 것을 바쳐서 승리를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단일후보로 확정된 직후인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의 심장 서울의 새 출발 새 도약을 반드시 이뤄내겠다. 시민 여러분께 진 마음의 빚을 일로써 갚을 수 있는 날을 고대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을 무거운 심정으로 살았다. 가슴 한 켠에 자리한 무거운 돌덩이를 이제 조금은 걷어내고, 다시 뛰는 서울시로 보답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성원해달라"며 "단일화로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 교체의 길을 활짝 열라는 시민 여러분의 준엄한 명령을 반드시 받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단일화 전투에서는 대결했지만, 정권 심판의 전쟁에서는 제 손을 꼭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3. 안철수 경선 결과 승복 기자 회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3일 "서울시민 여러분의 선택을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하며 "부족한 저를 지지하고 성원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거는 이기면 좋겠지만, 질 수도 있다"며 "저는 야권 단일화의 물꼬를 처음 트고, 막힌 곳은 제 모든 것을 버리고 양보하면서 뚫어냈고 단일화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졌지만 원칙 있게 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세훈 후보님,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반드시 승리하셔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저도 야권의 승리를 위해 힘껏 힘을 보태겠다. 국민께서 바라시는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함께 놓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비록 졌지만, 많은 분들이 야권의 서울시장 단일화 과정을 지켜보시면서 한국 정치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보셨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비록 저의 4월 7일 서울시장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만 저의 꿈과 각오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기성의 낡은 정치를 이겨내고, 새로운 정치로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는 저 안철수의 전진은 외롭고 힘들더라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부족한 저를 지지하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서울시민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시대와 국민이 제게 주신 소임을 다해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4. 여야의 재보궐선거 승패에 따른 정치권 변화와 재편

국민의힘이 4·7 재보궐선거에서 특히 서울시장·부산시장 선거 모두 승리한다면 야권은 국민의힘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국민의당이 국민의힘에 흡수 통합될 것이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적절한 시점에 단독으로 또는 제3지대 세력을 규합한 후 국민의힘과 통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중심으로 야권 재편이 되면서 혼란은 적을 수 있으나 안철수 등 중도세력의 발언권이 약해져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도 확장성이라는 과제가 남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번 야권 단일후보 경선 결과를 깨끗이 승복하고 오세훈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아름다운 경선’을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달성했으며, 국민의힘과 범야권이라는 동질적·동지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존재감과 저력을 보였기 때문에 야권 통합, 통합 야당 대선 후보 경선, 2022년 3월 9일 대선 등에서 큰 역할을 할 토대를 마련했다. 2027년 대통령선거를 대비하는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서울시장·부산시장 선거 모두 패배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문 대통령 레임덕 현상이 곧바로 오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여당은 기존의 국정운영 기조를 강경에서 온건·통합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고, 민심과 동떨어진 무리한 입법은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재의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1강 1중 대선후보 구도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고 보고 새로운 주자를 세우려는 다양한 시도를 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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